역사를 말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작업일까? 그리고 시란 또 무언가? 그것은 적어도 우리 재일조선인에게는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문제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물었다. 또 근대에서의 '패배' 경험을 살려 미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전망을 탐구하고 있다. 설령 그것이 '패배의 미학'처럼 보일지라도. <난민과 국민 사이> 서경식(2006, 돌베개) 75쪽 중에서 한겨레 금요 섹션에는 비정기적으로 서경식 선생의 칼럼이 한승동 기자의 번역을 통해 실려지고 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왜 그토록 재일조선인을 일컬어 디아스포라, 즉 난민이라 칭하는지 알듯 말듯하였는데 비로서 진작에 사서 쟁겨두었던 이 책을 최근에야 전철에서 읽어가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불경한 표현일수도 있지만 난 내가 재일조선인이라면 어땠을까라고 여러해 전부터 떠올려보곤 했다. 더 나아가 그랬다면 정체성의 혼란으로 힘든 청년기를 보냈을까, 일본속의 차별에서 얼마나 견뎠을까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이런 좋지 않은 예만은 아니다. 일본속에서 난 양심적인 사회구성원들을 만나 양국의 가교가 되는 상상도 했으니까. 서경식의 말처럼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일본땅에서 반쪽 조선인으로 사는 모든이들의 갈등거리이듯 나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꿈꾼다. 앞으로 일본에 체류할 기회가 된다면 그들 재일조선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만나보고 이야기를 듣고싶다는 것을 말이다. 제국주의 시절엔 일본의 이등 국민으로 이용당하고 광복후엔 철저히 내팽겨쳐진채 60년을 살아온 일본속 조선인들. 그들은 이제 통일된 한반도의 주역으로 힘차게 부상하여야 한다. 재외조선인들이 나서야 통일도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 아니겠는다. 한쪽에 치우침없이 통일된 한반도를 위해 수고할 재일조선인들, 특히 청년들에게 동지로서 찬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재일조선인, 센징, 자이니치.... 디아스포라.... 난민.... (일본의)국민이 되기엔 부적격한 이등 시민의 이름. 그 벽을 조금씩 조금씩 부숴가는 일을 볼때 한반도 남쪽에서 호강이 요강이 되도록 언어도 스스로 버려가는 우리들은 깊이 반성해 볼일이다. 2007. 3. 22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