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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20
이원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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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신은 처음 체포당해 천진으로 이송될 때 감방 벽에 '나는 여기서 다시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고 썼다고 했으며 그게 조선의 대표적인 민요라고 했지요? 친절을 베푼 호송 경관에게 그 노래를 불러주었다고도 했지요?"
지락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건 조선을 대표하는 노래이지요. 조금 전 중국과 일본의 전쟁에 대한 전망을 말했지만 우리 조선은 아리랑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거지요."
"그걸 불러주세요. 가사도 가르쳐주시고요."
헬렌의 푸른 눈이 간청하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고즈넉한 음성으로 아리랑을 불렀다.
<김산평전>(이원규, 2006, 실천문학사) 570쪽
톨스토이의 소설을 사랑한 혁명가, 조선의 순결한 혁명가 로베스피에르, 그 김산을 지는 해와 뜨는 해의 사이에 평전을 통해서 만났다. 우리는 많은 영웅들을 만나왔다. 물론 김산처럼 운 좋게 이름과 행적이 알려진 사람도 만났지만 이름없이 져버린 젊은 날 툭하고 져버린 동백꽃 같은 영웅들이 많다. 그들이 흘린 피 위에 지금 내가 숨을 쉬고 살고 있다.
삶은 긍정이어야 한다. 김산이 헬렌에게 불러준 아리랑은 슬프지만 희망을 담은 노래이다. 15살에 시작한 독립운동을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보고 달려온 젊은 혁명가의 순결함을 생각하며 그의 아리랑을 떠올려본다.
그는 자신을 제거한 중국공산당을 원망했을까. 분열된 독립운동 단체 지도자들을 미워했을까. 이 모든 설움을 안고 아리랑을 넘어간 김산을 숙연히 마음으로부터 추모한다. 그의 길이 옳다. 그의 생이 옳다.
2007. 1. 2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