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박태원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5
박태원 지음, 천정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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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의 소설은 일제시대 경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지식인들의 생활상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고 어느 기사에서 읽고는 그의 대표작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담겨있는 동명 소설집을 샀다.

그 소설집 첫번째 꼭지에는 구한말 일본에 유학했던 노인의 이야기이고, 두번째 꼭지가 바로 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다. 사실 구보씨 이야기에서 책갈피는 꽂아져있다. 아마도 이 글에 대한 충격때문이었을까.

"어머니는 어디 월급자리라도 구할 생각은 없이, 밤낮으로,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고, 혹은 공연스레 밤중까지 쏘다니고 하는 아들이, 보기에 딱하고, 또 답답하였다."

일명 일제시대 전형적인 룸펜의 모습이다. 이 대목 뿐만 아니라 서두의 여러곳에서 지식인 룸펜의 삶을 목도할 수 있다. 세가지가 떠올랐다. 첫번째는 일본 근대의 대표적 작가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에서도 이와 같은 신식 글쟁이들의 룸펜적 삶을 본적있다는 기억과 박태원의 소설에 앞서 춘원 이광수도 그와 같은 삶을 소설에 담았던 기억 말이다.(뭐 이광수가 나츠메 소세키를 본받아 글을 썼으니 비슷하기야 하겠지만....) 세번째는 지금의 내 삶이다. 룸펜, 어디에 정착하지 못하고 땀흘려 일하지 않는 불한당(물론 어원은 다름)의 삶은 근 100년전의 구보씨의 삶과 다를바 없다. 반성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 소설집 앞 꼭지에 나온 약팔이 노인네의 삶은 결국 신지식을 제대로 발전시키지 않은 자의 미래모습과 같은 것이겠지? 어쩌면 내 미래도 그렇게 초라한 노인네의 모습이 아닐까? 박태원의 소설 몇장을 읽으며 경성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보다 먼저 내 현실을 겹쳐보기하는게 행해지는 것은 순전히 '미필적 고의'다.

2006. 3. 20 새벽 이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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