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참고래가 생전에 스토아 철학자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플라톤주의자인 향유고래가 말년에는 스피노자를 친구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 P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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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이를 낳는 이유는 처음 먹어 본 신들의 음식이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을 못 하기 때문이야." - P311

빛나는 팔, 웃음소리, 신들의 음식. 우리 기억은 그렇게 압축되고통합된 끝에 반짝이는 보석이 돼서 머릿속의 한정된 공간에 박힌단다. 하나의 장면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기호로 바뀌고, 긴 대화는문장 한 줄로 줄어들고, 하루는 덧없이 사라지는 즐거운 느낌으로농축되지.
시간의 화살은 그 압축의 정확성을 앗아간단다. 스케치가 되는거야, 사진이 아니라. 기억은 곧 재현이란다. 그것이 소중한 까닭은원본보다 나은 동시에 원본보다 못하기 때문이지. - P312

"세상에는 ‘사랑해‘란 말을 전하는 방법이 많이 있어."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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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귤레이터는 고통을 무디게 하고 슬픔을 틀어막고 상실감을 마비시켰다. 후회를 억제했고, 아예 잊은 척하는 것도 가능케 했다. 루스는 간절히 원했다. 레귤레이터가 가져다주는 차분함을, 그 무고하고 평온한 명쾌함을. - P264

남자들은 허풍쟁이였고, 잘난 체했고, 무식했다. 빤히 보이는 위험도 무시한 채 욕망에 휩쓸려 자신을 놓아 버렸다. 남자들은 생각을 하지 않았고,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런 주제에 이런저런 것들은 꼭 갖춰야 한다는 텔레비전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서, 자신의 한심한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면 언젠가는 그것들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 P267

이것이야말로 정상적인(regular) 세상의 모습이다. 명쾌함도, 구원도 없다. 모든 합리성의 끝에는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과 품고살아가야 할, 그러면서 견뎌야 할 믿음뿐이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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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일상은 마치 토끼풀이 가득한 들판 같다. 드문드문 피어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면 우리는 그것을 귀중히 간직하지만, 언덕을 푸르게 채우는 것은 세 잎 클로버들이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낯선 풍경에서 익숙함을 발견하고, 여행 안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돌아보았다. - P11

남편은 작곡을 전공하고, 나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을하며 내가 음악에서 늘 부러워했던 것은 그 ‘동시성simultaneity‘
에 있었다. 곡을 연주할 때면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이 같은 시간 속에서 동시에 느낄 수 있기에………. 나의사랑은 전시회보다 콘서트이길 바랐다. 내가 바라는 사랑은 음악이었다. - P33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얼마쯤 지났을까. 보행권에 관한기사를 보았다. 걸어 다닐 권리라니. 세상에는 걸어 다닐자유가 필요한 사람들도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다른 세상에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같은 횡단보도를 건너고,
지하철을 타고, 함께 거리를 걷는다.
사실 이 거대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아주 간단한 방법이있다. 그것은 ‘다니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신체적,
심리적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다른 쪽을 택했다. 함께 다니는 쪽을. - P59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지는 삶과 사회는 단단할 수 없다.
우리 안의 작고 연약한 사람들에게도 내어줄 공간과 여유가있는 것이, 사람들이 일상을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진정 건강하고 당연한 사회라믿고 싶다. - P60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은 것은 영원함이라.
-고린도후서 4:18 - P81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인게리 채프먼은 사랑에 다섯 가지 언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정하는 말 Words of affirmation, 함께하는 시간Quality time, 선물Receiving gifts, 봉사 Acts of service, 스킨십 Physical touch. 사람들은 이러한 사랑의 언어들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이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 P95

감정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어서 각자 가지고 있는 서사에따라 각기 다른 감동의 순간을 맞이한다. 나름의 감격이 여행곳곳에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그러모아 가방에 담는다. 그림과 영상과 음악으로 짐을 꾸린다. - P151

진짜 칸트의 행복론 세 가지는,
누군가를 사랑할 것,
할 일이 있을 것,
희망을 가질 것.
그런데 아무래도 여보 말이 정답인 것 같아. - P179

정말이지 삶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 어쩌면 여행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장 귀한 가르침은, 우리가 여행을 통해 연습해볼수 있는 것은,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에 더 충실해야 한다. 성실과 열심을 다해야 한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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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삼라만상을 집어삼킨다. - P195

만들 때 쿼촐리인 모체가 용광로 속에서 아이를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돌로 된 자기 정신의 한 조각응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물려받은 지혜와 이미 만들어진 사유가 담긴 이 선물에 힘입어, 아이는 자기 삶을 시작한다. 아이가 경험을 쌓아 가는 동안 돌로 된 뇌는 그 핵을 둘러싸고 점점 자라 더욱 복잡해지고 정교해져서, 마침내 자기 차례를 맞아 자신의 아이들이 쓸 수 있도록 정신을 나누어주기에 이른다.
그러한 까닭에 쿼촐리인은 그 자체로 책이다. - P198

모두가 책을 만드는 것이다. - P206

현실을 그대로 정지시켜 보관하고 싶은욕망은 곧 현실을 회피하려는 욕망이에요.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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