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귤레이터는 고통을 무디게 하고 슬픔을 틀어막고 상실감을 마비시켰다. 후회를 억제했고, 아예 잊은 척하는 것도 가능케 했다. 루스는 간절히 원했다. 레귤레이터가 가져다주는 차분함을, 그 무고하고 평온한 명쾌함을. - P264

남자들은 허풍쟁이였고, 잘난 체했고, 무식했다. 빤히 보이는 위험도 무시한 채 욕망에 휩쓸려 자신을 놓아 버렸다. 남자들은 생각을 하지 않았고,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런 주제에 이런저런 것들은 꼭 갖춰야 한다는 텔레비전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서, 자신의 한심한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면 언젠가는 그것들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 P267

이것이야말로 정상적인(regular) 세상의 모습이다. 명쾌함도, 구원도 없다. 모든 합리성의 끝에는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과 품고살아가야 할, 그러면서 견뎌야 할 믿음뿐이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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