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디." 아빠는 내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답했다. "햇빛으로 물든 바다의 냄새를 바람이 실어다 줄 때면, 나는 네 엄마 머리에서 풍기던 향기를 들이마신단다." - P198
사랑이 아빠를 묶어 놓았다. 엄마에게, 저 끈질긴 밀물에게. - P199
그렇게 말하는 뤽의 눈을 들여다보며 나는 상상했다. 밀물과 썰물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캄캄하고 밀폐된 방 안에 욱여넣지 않은 삶을. - P200
"난 못 가요." 그렇게 답하며,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유대감을 느꼈다. 그것은 중력처럼 단단했다. - P200
질량이나 운동량, 속도 같은 것은 떠올릴 겨를도 없이, 나는 수백만 조각으로 부서지는 달을 상상한다. 날카롭고 삐죽빼죽한 조각 하나하나가 달콤하고, 묵직하다. 사랑처럼. - P202
우리 정신은 저마다 자기만의 세계에 거주하고, 우리는 제각각 무한한 공간과 무한한 시간을 누리고 있어. - P218
엄마는 삶에 끝이 있기 때문애 우리가 인간인 거라고 가르쳐 주었다. 저마다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이 우리가 하는 일에 의미를부여한다고. 우리는 죽음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우리 아이들을 통해 우리 안의 일부가 계속 살아간다고. 그것만이유일한 형태의 진정한 불멸이라고. - P220
"인간성에 대한 믿음. 우리가 사는 방식에 대한 믿음." - P223
나는 루시가 내 어머니를 얼마나 닮았는지 문득 깨닫는다. 어머니의 생김새가, 나를 거쳐, 내 딸에게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생명이 살아가는 본래의 방식이다. 조부모, 부모, 자녀, 각각의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길을 양보하고 물러나며, 미래를 향하여 끝없이 분투하는 것. 앞으로 나아가는 것.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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