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의 정석 - 취향 속에서 흥청망청 마시며 얻은 공식
심현희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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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이 약하다.

약하다기 보다 알콜을 잘 받아 들이지 못한다.

어떤 도수가 되었든 술을 마시면 얼굴이 달아 오르고, 기도가 부풀어 숨쉬기가 상당히 힘든 상황이 된다.

그래서인지 멋모르고 술을 마시던 시절엔 뇌가 저절로 꺼져 버렸던 것 같다.

숨을 쉬게는 만들어 놔야 하니 블랙 아웃이 되면 살아는 있겠지라는 뇌의 최후의 방어라고 할까?

그래서 책 중간중간 보이는 술병들의 행렬을 보며 진정한 주당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만 좋아하는 고래였다면 책을 읽다가 손을 놓았겠지만, 그녀는 좋아하는 것을 넘어 애주가 외길을 뚝심있게 걸으며, 인생의 깨달음 같은 걸 얻은 것 같다.

이럴 때 우리는 '정통했다'라는 말을 쓴다. 심현희 작가가 말하는 주당의 세계는 그러했다.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지극히 인간적인 '술'에 관심을 가지고 즐긴다는 것은 나와 주변 사람들을 깊이 들여다볼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맛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더욱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P. 020


그녀가 말하는 덕업의 일치, 그것을 인생을 통틀어 술에 쏟아 부은 느낌이라 경외심 까지 생기기도 했다.

이정도로 진심이라면...


히 주류회사 직원들의 '덕업일치'를 지켜보고 있으면 매우 놀랍다. 이들은 출근하면 아침부터 회사에서 각종 술을 테이스팅하고, 술을 공부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고, 영업을 뛰고, 시음회를 열고, 저녁에 또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가끔 홈술도 한다. 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술의 매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애초에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또 '식욕'이라는 본능에 충실해 살아가기에 흥과 끼가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

P. 061


나는 어떤것이 이정도로 미쳐 본 적이 있는지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다.



작가는 몸매를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술 덕분에 불어난 몸을 이세이 미야케를 통해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켰다. 지금의 내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끊임없이 사랑하는 방법을 그녀는 알고 있는 것이다!


금 더 살아보니 인생이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운명에 맡기는 것. 아무리 농부가 열심히 포도를 길러도 자연적으로 형성된 테루아(terroir)의 특성이나 매해 달라지는 날씨를 이길 순 없고, 내가 살아 숨 쉬는 주변 공기 속의 효모가 그해의 포도즙을 어떻게 와인으로 바꿀지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인생도 그랬다.

다만 나는 묵묵하게 나의 역할에 집중하고, 하루 하루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었다. 인생이 길게 보면 고통이라는 것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지만, 짧은 순간에 스치는 행복을 온몸으로 느끼고 흡수해 삶을 버텨낼 에너지로 삼는 것이 곧 내 삶이었다.

P. 084 - 085

어떤 방향으로든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나를 있든 그대로 받아 들이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결과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것.

그녀는 술을 통해 삶을 성찰 했다.


술이라는 매개체가 긍정적인 요소만 포함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요가를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또는 자기계발을 통해서 인생의 단계를 업그레이드 하는것과 같이 그녀는 술과 함께 성장하고 어떤 철학의 지점에 도달했다. 그런 성찰이 있었기에 작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대가들도 만날 기회가 생겨나게 되었을 것이다.

배우 이미연, 신의 물방울의 작가, 오크통을 만드는 장인에 이르기 까지...



그녀는 또한 페어링에 남다른 재주를 보인다. 책 속에서 많은 음식과 술의 합을 맞춰 놓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커리칩스와 영화 프리즌 브레이크 이 조합에 박수를 쳤다. 참 재주가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는내내 내가 넘보지 못한 영역을 몰래 옅본 것 같아 즐거운 책이다.

술을 사랑한다면 1독을 권하게 될 것 같다.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지극히 인간적인 ‘술‘에 관심을 가지고 즐긴다는 것은 나와 주변 사람들을 깊이 들여다볼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맛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더욱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 P20

특히 주류회사 직원들의 ‘덕업일치‘를 지켜보고 있으면 매우 놀랍다. 이들은 출근하면 아침부터 회사에서 각종 술을 테이스팅하고, 술을 공부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고, 영업을 뛰고, 시음회를 열고, 저녁에 또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가끔 홈술도 한다. 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술의 매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애초에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또 ‘식욕‘이라는 본능에 충실해 살아가기에 흥과 끼가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 - P61

조금 더 살아보니 인생이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운명에 맡기는 것. 아무리 농부가 열심히 포도를 길러도 자연적으로 형성된 테루아(terroir)의 특성이나 매해 달라지는 날씨를 이길 순 없고, 내가 살아 숨 쉬는 주변 공기 속의 효모가 그해의 포도즙을 어떻게 와인으로 바꿀지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인생도 그랬다.



다만 나는 묵묵하게 나의 역할에 집중하고, 하루 하루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었다. 인생이 길게 보면 고통이라는 것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지만, 짧은 순간에 스치는 행복을 온몸으로 느끼고 흡수해 삶을 버텨낼 에너지로 삼는 것이 곧 내 삶이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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