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일기 - 적당히 거리를 둔 만큼 자라는 식물과 아이 키우기
권영경 지음 / 지금이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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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이 남았다.

오래된 집이라 불안한 요소들이 많지만 기둥하나 벽돌한장 아버지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집이기에 미련도 남았다. 아버지가 떠나고 엄마 혼자 그 집에 사는 것이 탐탁치 한국으로 돌아왔고 엄마를 모시고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1년, 집은 덩그러니 혼자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의 흔적이 남은 그 집대신 새로운 건물을 들여 볼까도 했지만, 탐탁치 않은 정세가 자재비를 턱없이 올려 놓았고, 허무하게 무너뜨려 버리기엔 너무도 많은 마음이 남아 있었다.

집은 무성하게 잡초도 키워내고, 곰팡이도 거미도 불러들였다.
그럼에도 아직 나는 그 집을 사랑하는 것 같다.
마음을 돌려 봄이 오기 전에 먼저 화단을 손을 보고 싶었다.

킨포크 가든 부터 시작해서 킨포크 가든을 한글판으로 번역한 오경아 작가의 책들, 한국 야생화 등등 제법 여러권의 책을 서재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 우연히 SNS에서 눈에 띈 '식물일기'




사심을 부려 서평단 모집에 응모했고 간절한 사심이 마력을 부려 자연스럽게 '식물 일기'를 만났다. 그냥 식물을 잘 키우는 요령이나 정보를 얻을 요량이었는데, 글들이 내 생활과 꽤 많은 부분이 닮아 있어 제법 묵직한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에겐 생활일기 또는 육아 혹은 식물 에세이 정도일 수도 있겠다만...)

권영경 작가의 과하지 않지만 맛깔나는 비유와 은유가 좋다.
미국으로 가기전엔 오소희 작가의 글에 흠뻑 빠져 있었는데, 다시 내 마음에 생기를 가져다 주는 문장들을 만난것이 반가웠다.




책은 내 지난 삶을 되돌아 보게했다.
저자와 내가 살아온 삶의 결은 다르지만 어느부분 공명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녀가 겪었을 아픔과 고통 그리고 자아성찰과 깨달음이 내 마음에도 식물의 뿌리처럼 따뜻하게 파고들었다.


미국에 살았던, 8년동안 부족했던 독서들을 한방에 해 내느라 그 어느 해보다 읽어내린 도서가 많았는데, 올해 개인적인 도서 어워드는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와 '권영경 작가의 '식물일기'를 꼽을 수 있겠다.
마음이 묵직하게 저무는 2022월 그녀의 책을 만난건 행운이다.


300쪽이 훌쩍 넘는 페이지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공감도가 높아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두손뼉을 짝짝 마주치기도 했다.
식물책이지만 자아성찰을 담은 철학책이자 육아서이기에 '식물을 좋아하는 엄마'에게는 바이블이 될 만한다.


땅에서 나는 모든 것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씨를 심고 물을 주면 어김없이 싹이 트고 해를 향해 바지런히 고개를 돌린다. 그것이 삶의 유일한 소명인 듯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남들과 비교 하지도 않으며 그저 내 ‘자람‘에 집중한다. 단순한 이 현상을 보는 것이 이렇게나 뭉클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안도감과 따뜻한 위로를 받는 순간이 있다. - P161

내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내가 진짜로 존재하게 된다. 존재를 부정한다면 분명 인간이든 어떤 이야기든 모두 시들어 죽게 될 것이다. 그러니, 무조건 요정이 없다고 단정짓지 말자. 우리가 요정을 이야기하고 믿는 일을 계속 한다면, 그렇게 곳곳에 생명의 에너지가 드러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면, 분명 어딘가 살아 있는 진짜 요정들에 의해 신비로운 치유의 힘, 마법 같은 일들이 정말 일어날 것이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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