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지미 친 지음, 권루시안 옮김, 이용대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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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친(Jimmy Chin)의 사진을 보면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이유는 그가 작업하는 환경의 영향이 크다. 그의 사진집 '거기 그 곳에'에서 보다시피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접근이 힘들고, '살아있음' 과 '죽음'이 '찰나'의 간격으로 이어지는 곳에서 그는 필름을 만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실, 클라이밍이라는 활동을 사진으로 전부 표현 할 수는 없다.

우리가 TV나 매체, 온라인을 통해 평면적으로 보는 자연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훨씬 더 크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경외심 절로 생기게 만드는 지미 친의 엄청난 모험과 도전의 이야기와 사진을 보고 있음에도 의외로 나는 콘래드 앵커(Conrad Anker)의 얼굴 사진에 시선이 꽂혔다. 삶의 질곡을 그대로 그리고 있는 그의 얼굴에서 밝게 빛나는 눈, 그 삶이 얼마나 순수했는가를 대변하는 듯 하다.

'딘 포터'나 '알렉스 호놀드' 그리고 '콘래드 앵커'의 열정은 우위를 겨룰 수 없지만 콘래드가 보여준 사랑과 헌신, 애정의 결은 둘과 확연히 다르다.




나는 콘래드의 깊은 사랑과 다정함 그리고 그 모든것을 넘어선 책임감에 감동했다.

그는 강인한 사람이고 타인의 어깨에 짓눌린 무게를 나누는 사람이며, 본질적으로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내 제니 와 콘래드의 관계는 흔한 연애를 시작으로 결혼 한 것이 아니다.

제니는 알렉스 로우(Alex Low)의 미망인이자 세아이를 둔 엄마였다.


콘래드는 친구이자 등반가인 알렉스 로우(Alex Low)와 스키로 에베레스트를 내려 올 계획을 하고 여정을 나섰다가 1999년 10월 5일 시샤팡마(Shishapangma)에서 눈사태로 알렉스를 포함한 일행 2명을 잃고 본인도 머리가 찢기고 갈비뼈 2개가 부러지고 어깨가 탈구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눈에서 빠져나와 최대 20m에 달하는 대형 잔해 밭에서 20시간 구조를 주도한다.

결국,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 온 후 친구를 잃은 아픔과 자신은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 그리고 알렉스의 어린 세 아들을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에 제니와 아이를 돌보기 시작한 것이 그들이 결혼하게 된 이유다.

아버지 알렉스와 유대가 깊은 첫째 아들 맥스는 콘래드와의 관계가 잘 섞이지 않는다.

어린 동생들은 다정한 그를 아버지로 잘 따랐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도 맥스와 콘래드 둘의 관계는 어쩐지 서먹하다. 그럼에도 콘래드는 현재의 위치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아버지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탐험가로서의 역할 또한 충실했다.



알렉스 로우는 사망 17년 후인 2016년 4월 27일 등반가 Ueli Steck과 David Göttler는 빙하에서 나온 두 명의 등반가의 유해를 발견 했고, 알렉스는 주검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첫아들 맥스는 영화 'Torn(2021)'을 의 아버지 Alex Lowe의 죽음을 추모하고 그의 어머니 Jennifer Lowe-Anker 를 위로함과 동시에 알렉스를 대신한 아버지 콘래드에게 감사와 존경 사랑을 전하는 영화를 제작했다.





나는 책 곳곳에서 콘래드에 대한 지미 친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믿을 수 있는 든든한 동료이자 실력있는 리더 그리고 사려 깊은 남자이며 책임감 있는 탐험가!

그렇기에 책의 곳곳에서 그를 만나는 것이 즐거웠다.

또한, 시대를 대변하는 위대한 등반가 이본 쉬나드, 딘 포터, 알렉스 호놀드, 토미 콜드웰 등 내셔널 지오 그래픽을 장식한 멋진 등반가들의 사진도 볼 수있다.

누군가에게 '거기, 그곳에'는 산을 담은 멋진 사진집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에게 '거기 그 곳에'는 삶과 죽음 그리고 고통과 역경을 이겨내고 희망을 보는 인생이 녹아 있는 한편의 대하 드라마 같았다.

지미 친이나 콘래드 앵커, 알렉스 호놀드 등과 같이 죽음을 초월한 탐험가들이 있기에 현재의 인류는 그리고 스포츠는 경이롭게 한 발 더 미지의 세계로 전진한다. 지금에서야 그의 책이 출판 된 것이 늦은 감이 있지만 그의 업적에 진심을 담은 존경을 표한다.


지미 친(Jimmy Chin)은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영화 제작자이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로서, 20년이 넘도록 세계 최고의 모험 체육인과 탐험가들과 협력해왔다.

전문 체육인이자 극한의 탐사를 기록하는데 초점을 맞춘 사진작가로서 그는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올라 스키를 타고 내려왔고, 메루 산의 샥스핀 최초 등정을 노리는 많은 사람들 제치고 최초 등반하는데 성공했다. 일곱 대륙 전체에서 사진을 촬영했고, 그가 촬영한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뉴욕타임스 매거진‘을 비롯하여 수많은 출판물의 표지를 장식했다. 지미 친의 작품은 또 ‘뉴요커‘, ‘배너티페어‘, ‘아웃사이드‘ 매거진과 ‘멘스저널‘에도 실렸다. 그는 2020년 동료들이 주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 선정 사진작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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