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 Romantopia
이상은 노래 / 이엠아이(EMI)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여러가지 얼굴을 지녔다. 마냥 행복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사랑으로 충만했던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좌절과 불안이 얼굴을 내민다. 아니 어쩌면 곁에 이미 다가와 있었는데 못 본 체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했을 수도. 그러나 <로만토피아>에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곳은 아직 마법과도 같은 사랑의 감정들로 가득 차 있으니까. 너와 나의 벽이 사라지고 자아의 경계마저 허물어뜨리는, 그런.

 

앨범을 사기 전 망설였었다. <신비체험>이 딱히 맘에 안 들어서였다기보다는 왠지 두근거림 같은 것이 사라졌달까. 매너리즘에 빠진 채 답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 샀지만. 이제까지의 이상은을 기대한다면 의외로 다가올 앨범이다. 알록달록한 앨범 재킷부터 심상치 않은. 이상은이 이토록 달뜬 사랑을 노래한 적이 있었던가. 사랑에 푹 빠져서 만든 노래들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달달하지만 차분한 사랑 노래들. 허나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이상은의 음색과 특유의 분위기 - 담담하면서도 열정적인 - 는 여전하니까. 언뜻 <외롭고 웃긴 가게>가 스치고 지나가는 '생의 한가운데'에 살짝 먹구름이 끼긴 했어도 무겁진 않다. 앨범 전체에 흐르는 긍정적인 기운은 변함없다.

 

앞부분에서 느껴지는 의외의 밝음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마지막 '이어도'까지 듣고 나면 어느새 역시 이상은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개운하게 씻긴 듯한 기분. 그리하여 신화와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곳, 바람이 노래하고 보랏빛 열매가 열리는 그곳, 공무도하가와 어기여 디어라를 거쳐 이어도로 떠나는 그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어진다. 굳이 사랑하는 이와 함께가 아닌들 어떠랴. 더불어든 홀로든 그 평온하고도 충만한 시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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