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1. 책 읽기를 취미로, 여러 책을 읽어 오다 보면 고민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책을 깨끗하게 보는 게 좋은 지, 아니면 밑줄 긋고 메모를 하면서 읽는 게 좋은 지 부터
여러 가지... 내가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올바르게(?) 책을 읽고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 책 읽기에 대한 책에도 관심이 가게 된다.
2.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그리고 제목에 혹해서 손이 간 책이다.
게다가 열권은 못되어도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는 나이기에 무슨 얘기를 하려나~ 더욱 기대를 갖기도 하였다.
3. 근데 저자가 누구길래, 감히 책을 이렇게 읽어라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이 책의 저자는 나루케 마코토. 1955년생이고, 35세의 젊은 나이에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법인의 사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란다(와우~). 일본 비즈니스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광이고, 여러 신문이나 잡지에 칼럼을 쓰는 데 그의 글 또한 매니아가 생겨 날 정도라 한다. MS 에 갓 입사한 평사원 시절 부터 월급의 대부분을 책 사는 데 쓰고, 지금도 한 번에 10권 이상의 책을 산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집에는 만오천여권의 책이 있고 그의 별장에는 그 2~3배의 책이 있다고 한다. 일단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 없는 듯 하다. 적어도 지금은, 마음껏 책을 살 수 있고, 그 많은 책들을 보관할 집(그리고 별장까지)이 넓은, 최소한 돈 걱정은 안 하는 부자임에는 틀림없다.
4.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책 읽기에 대한 열정, '초병렬 독서법'이라 칭하는 그의 독서법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다.
집안 곳곳에 읽을 책을 두고, 어떤 일을 하든 간간히 책을 읽는다. 심지어 영화를 보는 중간 광고 시간을 활용해서 책을 읽고, 지하철 등의 환승 시간이 아까워 택시로 출퇴근하며 책을 읽는다. 읽는 책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는 물론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다. 직접적으로는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업무에 응용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책을 읽으라고 말한다.
5. 앞서에 밝힌 바와 같이, 나도 현재 서너권의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을 읽는 시점에, 선대인의 '위험한 경제학2', EBS지식채널의 '지식e-시즌 4', 이정명의 '악의 추억'을 읽고 있다. 이 중에 메인은 '위험한 경제학2' 이고, 그 외의 책들은 그때그때의 기분전환을 위한 용도로 읽는다. 그 중 한 권을 읽고 나면, 새롭게 손이 가는 책이 더해져서, 항상 보면 3~4권을 동시에 읽게 된다. 또한 (어떤 분야의 책을 주로 읽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달에 평균 10권의 책을 읽는다. 내가 생각해도 적지 않은 권 수 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생활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아니다. 주로 출퇴근 시간, 그리고 잠들기 1시간(보통은 누워서 책을 보다 보면, 5분도 안 되어 눈이 감기기도 한다) 정도이다.
6. 그런 면에서 그의 얘기에 공감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동질감을 느끼며 나의 책읽기 방법에 대한 안도감도 들었다. 하지만 그이상의 특별한 무언가는 없다. 오히려 독선적인 부분이 강해 다소 거부감까지 생기기도 한다. 아무래도 그의 경험에 의한, 그래서 성공한 지위에 올라 그 성공의 배경에는 '초병렬 독서법'에 의한 책 읽기에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인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라느니, '~하는 방법' 등의 성공에 관한 책들은 가치가 없다느니, 책 읽은 후 리뷰 쓰는 건 시간 낭비고 오히려 그 시간에 다른 책을 더 읽으라는 등... 아무리 그의 현재의 성공한 사람으로서 자신감의 표현이기는 해도 너무 단정적으로 하는 말은 오히려 거부감만 가중 시킨다.
7. 나아가 그의 책읽기에 비법에 따라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 또한 프롤로그만 읽어도 충분할 듯 하다. 비록 나는 170여 페이지의 이 책을 읽는데 1~2시간이 걸렸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제목이나 프롤로그 만으로 충분하다. 그 외의 이야기는, '열권동시에 읽기'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 담긴 부차적인 얘기일 뿐이다. 제목으로 내용을 짐작하고 프롤로그로 핵심을 파악한 후 걍 덮어버려도 크게 아쉽지 않을, 그렇게 책을 덮고 또 다른 다양한 책을 읽기에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