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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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 영화를 먼저 보게 되면, 그 원작 소설은 손이 가질 않는다.
소설을 먼저 접하면, 읽으면서 머리 속에 그렸던 이미지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될 까 궁금해서 영화를 찾게 되지만, 
그 반대로 영화를 먼저 보게 되면, 영화 속 이미지가 박혀 버려서,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상상력의 재미가 반감되는 경향이 있다.
영화 "컨텍트"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여느 SF 와는 다르게, 현란한 CG 나 화려한 액션이 아닌, 뭔가 생각할 여운을 남겼다.

2. 우선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 듯 한데, 국내 상영본의 제목은 "컨텍트", 원래의 영어 제목은 "Arrival"이며 원작 소설의 제목은 "Story of Your Life"이다. 
즉 "네 인생의 이야기"이며, 여기서 "네(Your)"은 언어학자 루이즈 뱅크스의 딸로 추정할 수 있다.. 소설은 다음 문장으로 시작한다.
네 아버지가 나에게 어떤 질문을 하려 하고 있어. 이것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나는 정신을 집중해서 모든 것을 빠짐없이 마음에 새겨 두려고 하고 있지...
영화와 소설이 이야기 전개에 약간의 차이를 가지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 같다.  
현란한 그래픽 디자인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SF 가 아니라, 철학적 상상력이 발현된 SF 
사실 이런 SF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도, 흥행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런 측면에서, 원작 소설과 비교해서 볼 때, 영화도 무척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소설에서는 이미지화가 힘든 헵타포드의 문자를 영화에서는 멋들어지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소설과 영화는 엄연히 다른 장르이므로
작가가 표현한 원작 소설의 세계를, 영화 감독은 자신만의 영상으로 어떻게 해석해서 표현했는 지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그게 곧 감독이 가진 역량이고, 이름 있는 감독이 괜히 명성을 얻는 게 아니구나 싶게 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라면, 소설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영화에 담을 수 없는 소설 상의 메시지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싶다.

"당신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 외에 "이해(Understand)"도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해"의 경우는 또 다른 영화인 "리미트리스"나 "루시"와 비슷한 소재를 다루기는 하지만, 어떤 차이점을 보여줄 지 사뭇 기대가 된다.

3. "SF계 최고의 현역 단편 작가", 이 책의 저자, 테드 창(Ted Chiang)을 이르는 표현이다. 
일단 동의한다. '일단'을 붙인 이유는, 아무래도 현역의 SF 작가에 대해 아는 범위가 무척 좁다는 것이 나름에 한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라는 수식어에도 충분히 '동의'해 줄 수 있을 듯 하다. 경력에 비하여 내어 놓은 작품 수가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발표한 작품마다 여기 저기 상 후보에 오르고, 수상도 차지한다. 
그의 다른 작품에도 기대를 안 가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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