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R. R. 마틴 걸작선 : 꿈의 노래 1 - 머나먼 별빛의 노래 조지 R. R. 마틴 걸작선 : 꿈의 노래 1
조지 R. R. 마틴 지음, 김상훈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 부터 개인 페이스북의 커버 사진은, '왕좌의 게임'의 드넓은 대륙 이미지가 차지하고 있다.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2011년) 중 한 명이라는 조지 R.R 마틴(1948년~)은, 그렇게 나의 '얼굴책'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의 걸작선집이 새로 출간되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성공은, 원작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 시리즈의 관심에 직결될 것은 당연하다. 아직 '얼음과 불의 노래'가 완결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그의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 또한 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걸작선집'은 쉽사리 접하지 못하는 작품까지 포함하여, 소장으로서의 가치 또한 매우 크다. (수 년 전에 구입하여 책장에 꽂혀 있는 '필립 K. 딕'의 걸작선 12편을 볼 때마다, 괜히 뿌듯함을 느낀다.)

이번 걸작선집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제1권은 <머나먼 별빛의 노래>라는 타이틀로, 그의 10대 시절의 습작들, 프로 데뷔 무렵의 초기작, 휴고상 수상작 등 SF 작가로 대성했던 1970년대 중후반의 대표 중단편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일곱 번 말하노니, 살인하지 말라(And Seven Times Never Kill Man)>는 그 1권에 수록된 작품이다.

코를로스라고 불리는 외계의 한 행성에, '젠시족'은 스무 명에서 서른 명이 모여 씨족 단위로 무리지어 살아가고 있다. 각 씨족은 자신들의 집에 해당하는 숲과 자신들 종교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피라미드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온 몸이 털로 덮인 모습을 하고 있고, 그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그 무엇도 건설하지 않고 식량은 채집하고 밤이면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그러한 코를로스의 세계에, 곧 해체될 예정의 낡아 빠진 군함을 타고 지구족의 한 무리가 도착한다. 그들은 자신만의 성읍을 만들고 벽을 세운다. 레이저 총 등으로 무장한 그들은, '하얀 아이 바칼론'신을 숭배하여(그들의 '성스러운 책'에 의하면, 일부 바칼론의 자식들이 바칼론 신을 저버리고, 어린 양을 자처하는 유약한 신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결국 바칼론의 자식들은 어린 양을 추종하는 이들을 물리치고 무수히 많은 세계를 휩쓸게 된다), 정치적/종교적 지도자인 교단장이 그들의 군대격인 '강철 천사' 등을 거느리고 정착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넓히기 위해, 원주민인 '젠시족'을 몰아내며, 때로는 젠시족 어린 아이들을 목 매달아 성벽에 매다는 짓을 서슴치 않는다. "지구의 종자이자 바칼론의 자식인 우리 인간이야말로 놈들의 지배자이자 주인"이라고 생각하므로...

"악의 존재를 믿어?" ... "강철 천사들 탓에 난 다시 악의 존재를 믿기 시작했어."

코를로스의 세계에 지구의 종자들이 찾아오기 전부터, 무역을 위해 이곳에 정착한 '아리크 네크롤(Arik neKrol)'은 젠시족의 공예품을 소금과 교환하는 식으로 수집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철 천사들의 만행을 참을 수 없었던 네크롤은 젠시족을 도와 주고자 결심한다.... 그리고 이 글은 마지막에 커다란 반전으로 끝을 맺는다. (명확하지 않고, 상황적 암시로 끝맺는 그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 두 세번은 읽어야 했다)

종교란 허울 밑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폭력과, 자신보다 힘 없는 종족을 무력으로 억압하고 빼앗는 등의 인간의 만행은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결국 저자는, 그 종교라는 것도 주어진 상횡에 따라 얽혀지고 재생성되어 합리화 시켜가는 것임을 말하고 있지 않나 싶다.

1975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 1996)'에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의 가장 히트 문구 중 하나인 "Winter is coming"이 이 글에서 먼저 보여지고 있음이다.

"교단장님, 겨울이 다가오고 있고, 할 일은 많습니다. 월먼 분대부와 그 분대원들은 다른 임무로 돌여야 합니다" (p.457)
"와이어트는 앙상한 손으로 제단을 가리켰다. 저게 보이나? 우리 겨울 식량을 태워 그에게 바치고 있어. 하얀 아이는 금년에는 겨울이 오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거든.." (p.497)

그 외에도 특히 북부 윈터펠의 숲 속 이미지와 웨스테로스의 원주민 격인 '숲의 아이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단편은, 정글북의 작가 러드야드 키플링의 다음의 인용문으로 시작한다. 
"네 먹잇감은 죽여도 되고, 네 반려의 먹잇감은 죽여도 되고, 네 새끼들의 먹잇감은 죽여도 무방하다. 그러나 즐기려고 죽이지는 말라. 그리고 일곱 법 거듭해서 말하노니, 인간만은 절대로 죽이지 말라!" 
단편을 읽고난 후에 다시 접한 이 문구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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