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자기 안에 정체되어 있는 커다란 덩어리를 갖고 있지. 삶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잃고 체념하는 순간 그게 밖으로 나오는 거야.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희생물일 뿐이야." (p132)

아멜리 노통브, 그녀의 작품 중에서 이 책 먼저 골라 들었다. 그녀의 데뷔작부터 읽고 싶었으나, 도서관에 이미 대출 상태여서

 190여 페이지의 길지 않은 글이라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싶었지만, '그런 상황에서 화자(에밀 아젤) 의 입장에서 나라면 ....' 으로, 책의 내용에 몰입해갈 수 있었다. 마지막에 어떻게 결론이 날까 무척 궁금해 하면서...

그 결론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같은, 밤의 에밀 아젤과 낮의 에밀 아젤 같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소 극단적인 양면성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진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인' 인간이란 동물에 대해서 말이다. 이런 부분은 소설의 첫 부분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메시지 이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글 속의 대화체 문장이, 도무지 65세의 할아버지/할머니의 느낌으로 받아 들여지지가 않았고, '일본인이라면...' 식의 화자의 대사에서, 진정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쳤던 교사가 유달리 일본 사람의 습성을 잘 알아서 던지는 대사인지도 문득 궁금해지면서, 아닌게 아니라 저자의 부드럽지 못한 직접적인 개입이 들어간 듯 해서 약간 껄끄러운 면이 있긴 했지만, 옮긴이의 표현대로 '오래도록 지켜보아도 좋을 한 작가를' 알게 되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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