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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앤 더 시티 - 4년차 애호가의 발칙한 와인 생활기
이진백 지음, 오현숙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와인, 무척이나 매력적인 술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의 그 어느 술이, 마시는 이로 하여금 '공부'하게 만들고, 그러한 세인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게 하는 가'를 보면, 매력을 넘어 마력의 힘을 가진 '술'이 아닌가도 싶다.
개인적으로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작년(06년) 여름이었다.
여름 휴가를 가까운 해외로 다녀오는 중간에, 기내에서 일행 중 한 명이 '여기~ 레드 보다 화이트가 맛있네' 란 소리에 문득 그 맛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이, 나의 와인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약 1달(8월) 동안 시중의 와인 관련을 서적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고, 1주일에 평균 2병의 와인을 마셔댔다. 물론 주머니의 압박으로, 게다가 초짜중의 초짜가 맛도 모르는 비싼 걸 마실 수는 없어서, 1만원 내외의, 비싸도 2만원을 넘지 않는 것 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그렇게 약 1달간 마시며 남은 빈 병들이 계속 쌓이는 데, 도무지 이 놈의 와인이란 놈은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더욱 더 멀어져만 가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런 저가의 와인도 '와인이란 게 이런 거 구나' 싶은 그 오묘한 감흥에, 자아도치에 빠져들게 하는 데, 수만원, 수십만원, 그 이상의 와인은 도대체 어떤 맛이란 말인가...
그러다, 바쁜 생활로 와인 구경도 못 하고 다시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만난 착이 바로 '와인 앤 더 시티' 이다.
'4년차 와인 애호가의 발칙한 와인 생활기' 라...
유명한 인터넷 와인 동호회의 운영진인 저자의 '와인 앤 더 시티'는 기존의 다소 전문적이고 딱딱한 형식의 와인 서적과는 다른, 그리고 전에 읽었던 와인 서적 중 가장 재밌게 읽었던 조정용 님의 '올댓와인' 과도 또 다른 느낌의, 약간의 아마추어리즘이 묻어 있는,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저자의 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서서히 동화되게 하는 글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지중해 여행 중 처음으로 와인의 매력을 알게 된 이후, 와인 동호회 활동과 와인숍 방문, 와인 테이스팅 경험 등을 진솔한 에세이의 형태로 풀어 나간다. 싸구려 와인이지만 아무 음식에나 잘 어울리는 저가 와인의 매력과, 와인과 어울리는 음악,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상하지 않은 와인 고르는 비결 등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들어간, 아기자기한 터치의 삽화는 글을 읽어 나가는 눈의 피로를 덜어 주는 듯 하다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는 사람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내 생에 최고의 와인은 단연코 좋은 사람과 마시는 와인이라 감히 말한다"
이 책은 등장하는 와인 용어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가 빠져 있다는 면에서(물론 그 용어 익숙하지 않다 하더라고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와인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보다는, 이미 와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와인 관련 책도 1~2권 정도는 읽은 사람에게, 이 책은 더 값어치가 있지 않나 싶다.
- 옥의 티, 아쉬움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내용을 떠나 구성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는 이 시점에는, 어쩌면 '그냥 그려려니, 나름의 재미있는 내용이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자의 글에 동화되어 책을 읽는 그 순간에는 무척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와인바습격사건', '와인 자주 드시죠?' 에서...
'와인바 습격사건' 장(章)에 들어가면서, '자, 이 장은 또 무슨 내용일까..' 하며 계속 같은 느낌으로 책을 읽어 나가는 데, 갑자기 "의자를 던지고 술병을 깨고 카드 결제기도 박살내 버렸다" 엥 이거머야, 게다가 "단짝과 미녀 소믈리에가 진한 키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헐 이건 또 머하자는 시츄에이션이지.. 그러다 <와인과 귀신, 2005년 3월호> 란 글을 보고 맥이 탁 풀려 버렸다. 여지껏 저자의 와인과 관련된 생활 속의 진솔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 책을 읽어가는데 이 무슨 삼천포로 빠지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란 말이가...
앞서 내용을 떠나 구성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은, 오히려 글을 읽기 전에 '이 글은 와인과 귀신이란 잡지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는 형식으로 먼저 제시했더라면, '어 그래, 재밌겠는 걸' 하며 받아들였을 것 같다.
물론 이 책을 읽는 이마다 그 생각이야 다르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좋아하는 소설가의 글을 패러디 했다는 '와인 자주 드시죠?'에서도 비슷한 아쉽움이 남았다.
이런 개인적인 아쉬움만 제외하면, 아주 만족스런 와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