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 스타
피터 헬러 지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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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극한의 상황에서도 사랑은 찾아오고, 가족은 태어나고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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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 스타
피터 헬러 지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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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문의 전염병이 세상을 집어 삼키고, 대부분의 인간이 죽거나 감염되어 도시와 사회가 무너진 지 9년.

그 와중에 살아남은 파일럿 ‘힉’은 그의 경비행기와 개, 그리고 단 한 명의 동료와 함께 그들만의 아지트를 지키고 있다.

약탈자와 침입자를 죽이고 하루하루 생존을 목표로 살아가는 것이 다인 9년간의 생활에 힉은 의문을 품는다.


가끔 이웃에 모여 사는, 전염병에 걸린 메노파 교도 가족들을 방문해 그들이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 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타인을 위해 하는 일’의 전부인. 그마저도 멀리서 바라볼 뿐 닿을 수 없는 선을 만들어 놓고 만들어진 반쪽짜리 관계.

정말 그것이 삶이라고 할 수 있는지.

힉은 그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힉은 결국 무언가를 찾아 떠나게 된다.



나는 종말이라고 해서 피와 살이 난무하고 배신과 공포, 영웅심 같은 것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예상이 빗나갔다.


종말을 다룬 소설이 이렇게 서정적일 수 있다니.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피와 살이 난무할 때도 있지만, 꼼꼼하게비행기를 정비하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무슨 신성한 의식처럼 낚시를 하는 모습, 들판에 누워 별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평화롭기까지 하다.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들은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듯 주어는 생략되고 큰따옴표는 찾아볼 수도 없다.

하지만 그만큼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고 이런 서정성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번역이 훌륭하게 잘 된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극한의 상황에서도 사랑은 찾아오고, 가족은 태어나고 삶을 살아간다.


◆◆◆



 

 


P.37


가족들은 15피트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 내가 그렇게 훈련시켰거든. 단 한 번도 공격성을 보인 적 없고, 오직 감사의 마음만 표했고,

그나마도 펌프를 고쳐주거나 냇가에 어망 놓는 법을 가르쳐준 것뿐인데 고마워해서 내가 다 민망하더군. 솔직히 그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해. 그 일은 내 마음속의 무언가를 느슨하게 해. 거의 얼어붙어 있던 무언가를.


 


P.40


나는 그에게, 그저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정찰, 비행기 수리, 다섯 가지 채소를 키우는 것, 덫을 놓아 토끼를 잡는 것.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건 과연 무엇인지.




P.96


이 모든 것, 모든 동작, 절차, 이 정적, 실개천과 꼴깍거린는 소리, 개울의 여울, 키 큰 침엽수의 뾰족한 잎사귀 사이로 솨 하고 부는 바람.

내가 낚싯줄을 걸 때. 나는 수백 가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고, 아마도 지금까지 수천 번은 해보았을 것이다.

나에게 이 모든 것은 생각이 필요 없는 의식이었다. 양말을 신는 것처럼. 다만 그 의식은 나를 아주 순수한 무언가에 닿게 한다.

다시 말해 낚시를 통해 나는 평생에 걸쳐 나의 가장 좋은 면을 끌어낼 수 있었다.




P.216


고맙구나, 내가 말했다. 고마워. 그리고 나는 무너졌다. 그들 모두 앞에 서서 흐느꼈고,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느꼈고, 몸을 떨었고,

눈물 사이로 소녀에게 미소 지었다. 소녀의 미소가 사라졌고 소녀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엄마의 치맛자락 뒤로 숨었고 나는 마음이 상했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재스퍼 때문이었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었다. 이 모든 것 때문이었다.

이것이 지옥인가? 이렇게 사랑하는 것, 15피트 거리, 다가갈 수 없는 거리를 두고 슬퍼하는 것이?


 


P.332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너무도 확신이 없고, 너무나 망설이며 그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까요?

마치 그 정도의 자리, 그 정도의 뻗어나갈 공간은 필요하다는 듯이.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소망한다는 것, 가슴 아픈 무상함.

말하자면, 이건 진짜가 아니야, 정말 아니야, 그래서 우린 그저 가만히, 가볍게 펼쳐지게 내버려두었던 거죠. 쏜살같이 날아갈 수 있는 그런 시간들.

이제 와 돌아보면 그때가 그랬어요. 포근한 저녁에 자전거를 타고 지방 고속도로의 갓길을 달리며 느꼈던 기분좋은 피로감.

어느 다리를 향해. 무거운 단풍나무들 사이로 나무뿌리가 뱀처럼 얽힌 어느 오솔길을 향해.

수영할 수 있는 물웅덩이가 나올 때까지 맨발로 개울을 걸어올라갔던 곳. 심지어 어느 주말 옻이 올라서 일을 이틀 쉬었던 것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두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최고의 시간. 지상에서.

그가 박사 논문을 끝내기를 기다리고, 내게 아이가 생기기를 기다리던, 삶의 진짜 일을 하기를 기다리던 시간.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우린 모두 바보들이에요, 그거 알죠?


 


P.333


한번은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자기는 쉰이나 쉰다섯을 넘겨 살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자기가 알기로 고열 때문에 신체기관에 이상이 생겼다고.

여기 사는 동안 이상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 모든 상실을 겪었음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그게 무엇이건, 더 행복하다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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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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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P.43




손을 흔들면서 가즈히로는 앞으로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자고 굳게 마음먹었다.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손해득실보다 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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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바리스타 2급 자격시험 예상문제집 - NCS국가직무능력표준 2017 바리스타 자격시험 예상문제집
(사)한국커피협회 지음 / 커피투데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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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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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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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오쿠다 히데오의 ‘스페셜 작품집’ 몇 편의 단편 소설과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소설을 끌어모아 낸 작품집으로 특별히 한가지 주제나 테마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작품마다 주인공도 이야기도 제각각.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단편 소설 말고 인터뷰 형식의 대담도 있었는데 작가가 인터뷰하고 있는 상대방이 일본에서 유명한 누구누구씨~여서

그에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것까지 읽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읽고나니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가 어떤 맘으로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기분이다.


대담 中


P.132

오쿠다: 아마 제 창작의 근원은 위화감일 겁니다. 텔레비전의 뉴스나 잡지 기사를 보고 이건 아니다 하고 생각하거나, 모두 이렇게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하고 말이죠. 매스컴이 우르르 몰려들거나 모두가 열중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기 때문에 위화감을 느끼면서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합니다.


P.137

오쿠다: 아, 하긴 그렇군요. 저도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려고 늘 도망치고 있다고나 할까,(중략)


왜 작품과 작품간의 갭이 이렇게 클까 싶었었는데 이 대담을 읽고 이해가 됐다.

요컨대 소설을 통해 뭔가를 보여주고 싶거나 뭔가를 주장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기 보다는 정말 ‘이야기’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 같은 작가.


개인적으로 단편작품 중에서는 ‘세븐틴’이라는 단편이 제일 좋았다.

정말 고등학생 딸을 둔 엄마한테 빙의라도 해서 글은 쓴 듯한 감정이입이 신선했다.

59년생 아저씨가 쓴 글이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이 작가는 이런 심리 묘사가 꽤 뛰어난 것 같다.

그래서 이야기들이 재밌게 읽히는 거고. 

개중에는 좀 의미를 모르겠는 이야기도 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짧은 단편들을 재밌게 읽었다.


◆◆◆




P.43


손을 흔들면서 가즈히로는 앞으로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자고 굳게 마음먹었다.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손해득실보다 인정이다.


 


P.219


날씨가 좋아서 아들과 외출하기로 했다. 어느덧 봄이었지만 목표하는 바도 없어서 계절의 변화가 공허하기만 하다. 애타게 기다리는 뭔가가 없다는 것은 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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