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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룡경찰 ㅣ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평점 :
기룡경찰.
제목부터 끌렸던 작품이었다. 물론 제목만 보고도 읽고 싶어지는 작품은 자주 만날 수 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끌림이 유지되는 경험은 흔치 않다. 되려 더 흥미로워지기까지 했으니, 참 괜찮은 제목이다.
기대와는 다른 작품이었다. 상상했던 것은, 조금 먼 미래, 지금과는 조금 다른 사회 속에서 기갑장비를 타고 호쾌하게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쿨한 경찰들이 주인공인 그런 이야기였다. 아니었지만. 보다 가까운 미래, 사실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 그 속의 일본, 그 안에서도 철저하게 자신들의 성 안에 들어 앉아 있는 경찰조직과 그런 경찰의 치부로 인해 탄생한 특수부간의 알력. 전쟁과 테러,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압도적인 스펙의 기갑장비, 드래군이 있다. 막연한 미래상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사는 현실과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일들이 현실적인 매력으로 넘치는 캐릭터들과 가상의 장비, 기갑병장과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야기는 어느 날 경찰서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흔히 있는 신고전화 쯤으로 생각하고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들은 <인체를 본떠서 설계한, 총 길이 3.5미터에 이르는 이족보행형 군용 유인 병기 '기갑병장'>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도 한 기가 아닌 세 기씩이나. 그리고 그것들은 시내로 돌진하기 시작한다.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면서. 세기말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지만, 한편으론 인간형 로봇들이 등장하는 SF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특히 다른 기갑병장들과는 차원이 다른 <드래군>의 묘사에 이르르면 부족한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그 모습을 상상하게 될 정도다. 거기에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는 특수부의 외인 부대 3인이 있다. 드래군의 탑승자이자 드래군이 없더라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와 경력, 실력을 지닌 이들. 아직 첫번째 이야기이기에 이들의 사연도, 이 소설 속에서 벌어진 사건의 배후도, 드래군의 확실한 정체 혹은 활약도 아직 제대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프롤로그와도 같은 역할이겠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으니, 이쯤되면 완벽한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닐 듯 하다.
그래서 다음 편은 언제쯤 읽어 볼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