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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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스티븐 킹의 탐정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처음 읽었을 때, 다소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퇴직한 형사이자, 탐정 역의 빌 호지스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빌런이었던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었다. 그 결말도. 그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었던 '파인더스 키퍼스'를 읽었던 건 지난해 여름이었다. 전작과의 연결고리가 있긴 했지만 그 자체로도 완벽히 아름다운 글이었고, 그제야, 아, 역시 스티븐 킹은 스티븐 킹이로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작품 속에서 다시 한 번 '미스터 메르세데스' 브래디가 등장했을 때-아주 짧은 등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느꼈던 전율을 아직 기억한다. 아, 그럼 그렇지. 킹 옹이 그렇게 끝냈을 리가 없지! 다시 한 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다림 끝에 드디어 빌 호지스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엔드 오브 왓치'의 마지막 책장을 지금 막 넘기고 오는 길이다. 그리고 새삼스럽지만 역시 스티븐 킹이다.


     이야기는 조금 복잡하다. 아마 전작들을, 특히 첫번째 작품이자 이 이야기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지 않았다면 따라 잡는 것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읽지 않았더라도 필요한 만큼의 설명은 친절히 하고 있는 편이다. 되려 이 작품을 먼저 읽는다면 궁금해서라도 전작들을 찾아보게 만들 정도로. 어쨌든 모든 것은 브래디 하츠필드라는 한 범죄자로부터 시작된다. 그가 처음 등장했던 전작에선 다소 매력없는 악당이라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바보로 느껴질 정도로 독특하고, 흥미로운 존재로 돌아왔다. 그리고 빌 호지스가 있다. 역시나 처음 만났을 땐, 한 시리즈를 이끄는 탐정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색하고 재미없어 보였던 빌이었지만 이제는 그의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친근하고 반가운 존재다. 시리즈 내내 서로를 신경쓰고, 생각해왔던 두 사람이 드디어 다시 만나고, 드디어 관계의 마무리를 짓는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가치가 있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ㅡ물론 그 둘을 제외한 이들과 독자인 나에게는 아닐 수 있지만ㅡ 끝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설명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작품은 오랜만이다. 짤막한 문장 몇 개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다. 그저 이러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할 뿐이다.


     사실 상상조차 못했었다. 물론 일명 미스터 메르세데스, 브래디 하츠필드가 육체만 살아있을 뿐, 아무런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라는 건 믿지 않았지만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갈 줄은 몰랐다. 처음엔 이야기 속 빌 호지스와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이지 형사가 느꼈을 감정과 더 가까울지도 모를만큼, 당혹스럽기도 했고 난감함까지 느꼈다. 악마와도 같은 속살거림으로 사람들을 자살로 인도했던 브래디에게 새로운 영역이 열린다는 자체가 끔찍했던 것도 사실이고. 대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문장을 따라가며 읽어가는 동안 서서히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ㅡ마치, 내가 책이 아니라 재핏을 들고 있는 것처럼!ㅡ 스스로를 느끼게 되더라. 그만큼 '엔드 오브 왓치'는 그 자체로도 잘 짜여진 글임과 동시에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열렸던 이 이야기의 문을 완벽하고 깔끔하게 닫아주는 멋진 작품이었다. 만약 다시 그 문이 열릴 수 있다면, 꼭, 그래주었으면 좋겠다는 독자의 작은 바람도 분명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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