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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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당신이 무언가의 팬(fan)이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천재 작가가 남긴 원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파인더스 키퍼스'는 재미 없을 수가 없는 그런 소설이다. 비록 그 행동과 결과엔 동의할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보통 이해하기 힘들고 이입하기 쉽지 않은 범인의 심리가 별다른 설득 없이도 손에 잡힐 듯이 이해가 될테니까. 특히 그 애정과 열의를 쏟아부었던 대상이 어떤 작가나 소설이라면 이 작품은 당신이 한번쯤 상상했던, 혹은 원했던 그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 될 수도 있다ㅡ물론 살인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마지막 모습이 늘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법이고, 설사 만족스럽더라도 그들이 그 후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 궁금해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 아닌가?

 

     이 작품은 과거의 모리스와 현재의 피트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과거의, 그러니까 이십대였던 모리스는 파인더스 키퍼스 속의 또 다른 소설 '러너'의 열광적인 팬이다. 그는 '개 같은 일은 개무시'하라고 말하는 '러너'의 주인공 지미 골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내왔다. 그는 그 '러너'의 작가인 로스스타인이 은둔하며 살고 있는 집 안에 있고, 눈 앞에는 그 로스스타인이 자취를 감추었던 18년간 써내려간 수많은, 지미 골드의 뒷 이야기가 담겨 있을 지도 모르는! 노트들이 있다. 그리고 현재의 피트는 전작인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벌어졌던 사건으로 인해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된 아버지와 고단한 삶을 이어나가는 어머니 사이의 끊임없는 다툼을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불운한 십대 초반의 소년이다. 사랑하는 여동생을 위해서라도 부모님의 다툼이 멈추기를 바라는, 너무 빨리 커버린 그 소년 피트는 우연히 그의 인생을 확 바꿔버릴 공책들을, 그리고 돈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모리스와 피트는 로스스타인이 남긴 그 공책, 아니 러너와 지미 골드를 매개로 엮이게 된다. 물론 서로 그 존재를 알지 못한 채로. 

 

     은퇴한 형사이자 현 파인더스 키퍼스의 해결사 빌 호지스는 책장이 삼분의 일 이상 넘어간 시점에서야 처음 등장한다. 전작에서 다소 걱정스러웠던 홀리도 제법 안정적인, 그리고 프로페셔널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제는 하버드 대학생이 되어버린 제롬도 빼놓을 수 없다. 반가운 인물들의 반가운 이야기도 잠시, 곧 흐름은 현재에 도달한 모리스와 대학 진학을 눈 앞에 둔 피트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물론 모든 것은 로스스타인과 러너와 지미 골드를 가운데에 놓고 이어져 간다. 모리스와 피트, 성격도 나이도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것에 깊이 빠져있는 모습은 닮아 있으면서도 다르고, 그 차이는 사태를 걷잡을 수 없게끔 만들어 간다. 모리스의 모든 행동은 별다른 설명이 없이도 이해할 수 있고, 피트의 행동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둘을 지켜보는 나 역시 그들과 참 다르면서 비슷한 존재이니까. 팬이라는 이름의. 

 

* * *

 

     파인더스 키퍼스는 지난 여름 전작인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으며 느꼈던 약간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채워주는 멋진 후속작이었다. 처음과 마지막을 이어주는 두번째 작품으로도 전혀 손색 없는 흥미로운 소설이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책이다. 이 글을 읽는 중간 문득, 내가 어렸을 때도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홀연히 잠적해버린 로스스타인과 달리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들더라. 덕분에 그의 집에 쳐들어가야 할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인상 깊었던 단락 하나를 필사해보았다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을, 살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수준을 넘어서 책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대책 없이 푹 빠져버린 순간을 말이다. 맨 처음 그런 느낌을 선물한 작품은 평생 잊히지 않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시금 뜨겁고 강렬한 깨달음이 찾아온다. (p.180)

슈퍼맨이 크립토 나이트를 질색하듯 그를 두들겨 팰 수도 있는 덩치 큰 아이들이 도서관이라면 질색했기 때문에 그에게는 도서관이 안전한 피난처였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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