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굴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녀굴. 이 소설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축축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 '굴'이라는 단어가 내게 그런 느낌이었던 모양이다. 혹은 '무녀'가 그러했거나. 어느 쪽이 되었든 공포, 호러 소설엔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아울러 이 작품 전체를 매우 압축적으로 잘 담아낸 제목이라는 건 틀림없다. 읽기 전부터도 그러할 것 같단 느낌을 받았지만, 다 읽고나서도 역시 참 잘 지어진 제목이구나, 싶다.  직관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그런. 


    이야기는 젊은 남녀로 이뤄진 산악자전거 동호회의 하이킹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된다. 물론 그들은 제주 김녕사굴. 일명 사굴으로도 불리는 그 곳을 찾는다. 애초에 정해진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마치 운명처럼. 그리고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진 채 실종 되어 버린다. 정체 모를 방울소리와 함께. 하지만 사실 그들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다. 시간도, 장소도 그들에게서 훌쩍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남자, 진명이 이 글을 이끌어 나갈 인물이자 퇴마사이니까. 진명은 대학 선배인 주열의 장례식장을 찾고, 그 곳에서 주열의 부인이자,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인 금주를 처음 만나게 된다. 물론 금주의 진명에 대한 첫인상은 별로였다. '그는 마치 백혈병 환자 같은 창백한 피부에 병적인 우울함이 감도는 인상을 지니고' 있는데다 '펑크밴드들이 할 만한 금속 귀찌'에 '산스크리트어로 음자가 새겨진 반지'를 양 손가락에 끼고 있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p.27)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일들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연이은 죽음과 미스터리한 일들이 결국 금주를 진명에게로 이끌고, 그즈음 앞서 실종됐던 산악자전거 동호회 회원 중 한 명인 희진이 발견된다. 진명은 희진의 치료에도 참가하게 되는데, 전혀 상관 없어 보이던, 제각각 존재하던 사건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즈음부터다. 개인적으로 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큰 하나의 줄기를 만들어내는 타입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도 그런 전개 방식을 택하고 있어 읽는 내내 단서 하나 놓칠새라 긴장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산악자전거 동호회의 단체실종, 주열의 죽음과 금주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하나하나만 놓고 보아도 흥미로운 사건들이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꼼꼼하게 맞아 들어간다. 거기에 토속신앙과 뼈아픈 현대사의 비극까지 얽혀 들어가면서 마지막까지 참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결말까지도 말이다. 흔히들 이영도의 작품을 한국형 판타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작품은 한국형 스릴러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이 이야기를 그대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제주 김녕사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상상하기가 오싹할 정도로 그로테스크했는데 그만큼 영상화에 어울리는 묘사와 내용이 많았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

     부천에 사는 나는 늘 여름이 오면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를 즐길 생각에 일찌감치 들뜨곤 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여름엔 장르문학, 호러공포영화다. 그런 내가 영화제를 마무리할 작품으로 골랐던 건 폐막작이기도 한 '퇴마 : 무녀굴' 이었다. 그리고 영화제를 기다리며 나는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인 이 작품을 읽기 시작했고. 물론 지금은 원작소설도, 영화도 모두 감상을 마친 상태다. 비록 이 글에선 영화보단 소설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말았지만. 사실 영화와 이 소설은 많이 다르면서도 닮았다. 만약 영화만을 보게 될 예비감상자가 있다면 꼭 원작 소설도 읽어봤음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