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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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1

The Outsider 1



     너무나도 새삼스럽지만 스티븐 킹은 정말로 재밌게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이야기꾼이다. 그가 소설을 써온 시간을 생각하면 매너리즘에 빠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발표한 작품 수를 고려해보면 언젠가 본 것 같은 자기복제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대도 그냥 눈 감고 넘어가 줄 수도 있을 정도인데 이 사람은 아직도 나 같은 안일한 감상자들의 그런 느슨하고도 은밀한 기대를 만족시켜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정말 순수하게 놀라울 따름. 물론 그렇다고 그가 세상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건 아니다. 누구나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얘기들인데 묘하게도 그 얘기들이 스티븐 킹을 거치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쫄깃해지는 거지. 한 때나마 글을 써보고 싶었던 사람에겐 정말 눈물나게 부러운 능력이다. 스티븐 킹이라면 내가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 먹고 출근했다 퇴근해서 씻고 침대에 누워 자는 이야기조차도 스릴 넘치게 쓸 수 있을 거 같거든. 그렇게 평범한 이들을 압도하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뭔가 다르긴 다르다.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역시나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소설, 아웃사이더 역시 끝을 향해 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타입의 이야기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나 같은 경우ㅡ너무나도 반가운ㅡ'파인더스 키퍼스'가 다시 튀어나오기 전까지 멈출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야기의 시작 즈음에 발생한 열한 살짜리 소년 살해사건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겠지만, 해결할 게 없어보였던 사건이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투성이로 바뀌는 순간순간마다 대체 이 작가가 이렇게 이야기를 꼬아놓고 어떻게 풀어내려고 이러나 싶어 조바심이 나고 궁금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차마 글로 옮길 수도 없을만큼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고, 형사들과 지방검사가 완벽에 가까운 증거들을 모아 범인을 체포했는데 그 99.9% 범인임을 확신할 수 있던 용의자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 역시 99.9%였고, 그 와중에 비극은 비극을 부르고 사건은 사건을 부르며 안 그래도 꼬인 사건을 계속해서 꼬아나간다. 그리고 이 얘기 외에는 다른 어떤 얘기도 이 작품의 예비감상자들에겐 방해가 될 것 같아 해줄 수가 없다. 감상문임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읽는 내내 99.9% 진범일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99.9% 아닐 수도 있는건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기분에 빠지게 되리라는 건 장담할 수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 이상의 얘기는 나도 모른다. 짐작은 하지만 그걸 또 어떻게 풀어서 읽게 해줄지 궁금해서 죽겠기도 하고. 아직 1권 밖에 못 읽었기 때문에 딱 소화불량에 걸린 기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언급했듯이 1권 막바지에 그간 놀란 것보다 더 놀랍고 반가운 인물, '파인더스 키퍼스'의 홀리가 등장해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튀어나왔다. 갑갑함과 반가움의 공존이라는 굉장히 오묘한 감정상태에 놓여있다고 해야하나. (사실 처음 황가 포스트에서 아웃사이더 소개글을 봤을 때 분명히 홀리의 이름이 있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까 내가 헛 것을 봤던 것 마냥 사라져있어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접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로 반가웠다. 큽.) 빌 호지스 3부작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인더스 키퍼스' 역시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던 중간에서야 뒤늦게 빌이 등장했었는데 비슷한 느낌의 반가움과 그걸 뛰어넘는 놀라움이었다. 작년은 아니었지만 그 전의 3년 동안 매년 여름 만나왔던 반가운 인물들을 다시 한 번 여름 휴가 기간에 만나게 되니까 오랜 친구를 만난 기분이기도 하고, 여전해서 너무 좋았고... 이래서 난 역시 긴 이야기, 시리즈물을 좋아한다. 등장인물들이 꼭 내 친구들 같거든. 안 그래도 궁금해죽겠는 2권의 이야기가 홀리와 파인더스 키퍼스의 등장으로 더 설레이는 효과도 있고.




그들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윽고 지넷이 말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그게 바로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해."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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