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조항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기룡경찰의 두 번째 이야기, 자폭조항. 

전작을 읽었을 때부터 기다리던 후속작인만큼 당연히 기대가 컸지만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부터 두툼한 두께에 한 번, 청박으로 새겨진 제목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에 한 번 더 즐거운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물론 소설의 본편 역시 기대했던 만큼, 또 기대와는 달랐던 부분까지 포함해 흥미로웠고 또 다시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들더라. 당연하게도 전작을 읽을 때부터 세 외인 경부들의 숨겨진 과거 이야기가 굉장히 궁금했는데, 자폭조항에서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것은 그 중 가장 신경 쓰였던 라이저 라드너다. 북아일랜드 출신인 라이저의 이야기가 상당히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내가 예상치 못했던 지점이 바로 여긴데, 단순히 그럴듯한 설정으로 존재하는 게 아닌, 굉장히 탄탄한 이야기가 설계되어 있었고, 덕분에 그 인물이 마치 실존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 또 그 라이저의 이야기가 단순히 동떨어진 과거의 사실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와 긴밀하게 얽혀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특히 기술반 주임인 미도리와의 관계가 아주 흥미로웠는데, 그로 인해 이걸로 라이저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져 나갈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라이저의 과거 이야기와 함께 교차되어 진행되는 것은 현재 일본에서 발생한, 그리고 발생 예정인 테러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과감한 기갑병장의 대량밀수사건에서 시작됐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인물들과 조직, 의도가 뒤섞여 문장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도록 신경 쓰느라 꽤 힘들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습관대로 빠르게 책장을 넘기다가 아차, 하고 되짚어 올라가길 반복하길 여러 차례 해야 했지만 그만큼 켜켜이 쌓아 올려진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었다. 마지막까지도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몰라 긴장하며 읽었는데, 요즘 너무 얌전한 책들만 읽었나 보다. 아주 오랜만에 이런 기분을 느꼈으니까. 세세한 플롯 하나하나가 다 복선 같고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하게는 언급할 수 없지만 라이저를 둘러싼 이야기뿐만 아니라 전작에서부터 이어지는 실마리들과, 특수부의 존재가 야기하는 일본 측 조직의 이야기들도 흥미를 배가시키는 요소. 권력관계와 정치적 요소까지 얽혀 드러나는 그 미묘한 알력과 그 사이에 끼인 인물들의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사실 라이저만큼이나 유리의 이야기도 궁금한데, 빨리 후속작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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