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표 100 - 책에 새긴 이름 POSTBOOK 1
기획집단 MOIM 지음 / 그림씨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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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시간 날 때마다 알라딘에서 '엽서', '엽서책' 그리고 'postcards book'으로 검색하는 게 취미인 사람인데, 한창 그 취미 생활을 즐기던 중에 발견한 책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 '장서표 100'이라는 심플한 타이틀의. 엽서덕후인 내가 100이라는 숫자에 예민한 건 해외에서 발간되는 엽서북의 대부분이 100장짜리 엽서로 구성되어 있어서인데, 덕분에 놓치지 않고 이 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을 사기에 앞서 정보가 필요했다. 엽서를 소장하기 위해서는 물론 실제로 사용하려고 구매하는 나는 엽서의 탈을 쓴 종이를 너무 많이 사봤기 때문에 이 100장의 엽서로 구성된, 그리고 내 기준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기존 100장짜리 엽서북의 약 60% 정도에 불과한 가격)의 이 책이 어떤 종이를 사용하는지 알아봐야 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사전서평단 모집을 알게됐고, 응모해서, 이렇게 먼저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어차피 한 권 더 살거지만 실물을 만져보고 살 수 있느냐 없느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는 거다. 


 

 

장서표는 간단하게 말해서 책의 주인이 내 책이라고 표시하기 위해 책에 부착하는 표식이다. 예전엔 책이 고가의 소장품이었기 때문에 소유권을 확실히 표시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터. 지금에 와서는 애서가들의 고상한 취미 생활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양 쪽은 주로 도장을 찍는 장서인(책도장)이 더 주류였다고 하는데, 유럽 쪽은 장서표를 판화로 제작한 후에 별도의 종이에 이를 찍어내 책에 부착하는 장서표 문화가 발달했다. 그래선가 소장자의 특징이 드러나거나 화려하고 멋지게 제작된 장서표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장서표를 100개 추려내어 담아내고 있는데 그 형식이 엽서인 신선한 책이다. 앞 면은 위의 사진처럼 장서표를 싣고 있고,


 

 

뒷 면엔 이렇게 장서표의 소유자와 그 제작자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단순한 엽서모음집이 아니라, 짤막한 읽을 거리를 주는 '엽서책'이다. 물론 엽서로 활용하기에 충분한 여백도 존재하고, 종이 사이즈도 규격 엽서 사이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규격이냐 아니냐에 따라 엽서요금의 차이(해외의 경우 430원으로 동일하지만, 국내의 경우 규격은 330원이고 비규격은 350원이다.)가 존재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규격엽서는 좀 작다고 생각하는터라 이 정도 사이즈로 충분히 만족한다. 


 

 

사기 전부터 계속 신경쓰고 있던 종이의 두께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앞서도 말했듯이 나는 엽서를 실제로 사용하려고 사고, 특히 대다수의 엽서를 해외로 보내기 때문에 두께나 휘어짐에 매우 예민한데, 장서표 100의 종이는 가격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아주 좋은 편에 속한다. 비슷한 시기에 구매했던 마블 엽서북의 엽서 100장과 비교했을 때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필기감도 물론 중요한데, 재질 상 연필은 조금 힘들어도 대부분의 펜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하나하나 흥미롭게 넘겨보다 발견한 유난히 즐거웠던 장서표를 몇 개.



 

화가 마네의 장서표다. 그냥 딱 봐도 재미있으면서 뭔가 섬뜩하다.


 

 

 

로빈슨 더크워스라는 영국 성공회 사제의 장서표와 그 설명. 장서표만 봤을 때는 이름에 Duck이 들어가서 저렇게 오리가 많은건가? 했었는데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오리로 출연하셨다고 한다. 아, 옛날에도 이름 가지고 말장난 했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귀여운 장서표였다. 

 

엽서덕후이자 책덕후인 나에겐 정말 선물 같은 책이었다. 두번째 시리즈인 Bible 100도 내가 특히 좋아하는 소재인 판화그림들이라 반갑기 그지없고... 부디 앞으로도 계속 이 시리즈가 다양한 소재를 담고 출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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