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리호>에 대해서 이야기되는 몇 가지 주제들이 있다. 첫째는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라는 것이고, 둘째는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다는 점과 코로나 시대에 영화의 살 길에 대한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성희 월드와 휴머니즘, 기후위기의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미래를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의식. 대략 이 정도가 크게 이야기되는 주제들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한국의 본격적 SF영화다! 아직 이런 진단을 하기엔 이르다. <승리호> 이외에도 한국의 대표적인 흥행감독 최동훈의 <외계인(가제)>도 개봉 대기중이다. 그 이외에도 제작 중인 SF영화들이 몇 편 더 있다 하고, 아직 한국의 SF영화가 어떤 모습일지 진단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이렇게 이야기해볼 수는 있겠다. 헐리우드에 비해 훨씬 적은 예산으로 헐리우드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비교해서 기술적 완성도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SF영화가 시작되었다고.

 

둘째, 코로나로 인해 개봉시기를 늦추다가 결국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는데 이건 좀 아쉽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의 규모와 판타지를 제대로 느끼려면 극장에서 큰 스크린과 박진감을 느낄 수 있는 사운드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극장과 OTT는 현재까지의 대결구도가 아닌 어떻게 서로 공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변하고 있는 과정에 있음은 분명하다. 일부 감독과 평론가들은 영화란 극장에서 봐야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엔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OTT로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필름에서 디지털로의 변화 초기에 많은 영화인들이 반대했지만 이미 디지털을 모두가 받아들인 것과 마찬가지로 OTT 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이란 사실은 변함없을 거다. 그렇다면 OTT시장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극장과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지, 그리고 OTT에서 좀 더 다양하고 좋은 영화를 누구나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생산적인 일일 거라 본다. 다만 <승리호>가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극장에서 보고 싶은 관객들은 극장에서도 볼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셋째, 조성희 월드와 한국형 SF란 주제의식인데, 조성희는 <짐승의 끝>,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등의 영화를 통해, 판타지 장르 안에서, 휴머니즘의 복원, 공동체와 연대를 통한 유사가족, 자본주의의 폭력에 맞선 인간의 길을 끊임없이 그려온 감독. <승리호>에서도 그 주제의식이 이어진다.

 

헐리우드의 SF영화들은 대개 거대한 우주에서 연합군()과 제국()의 대결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조성희의 <승리호>는 그걸 한국형 SF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한지는 모르겠으나, 조금은 다르다고 말할 수는 있어 보인다. 일단 주인공들 자체가 우주에서 떠도는 쓰레기를 처분하면 돈 몇 푼 벌려는 허름한 우주선의 승무원들이다. 물론 결론을 향해 나아가면서는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거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기는 하지만, 그 과정은 헐리우드의 우주전쟁과는 다른 양상이다.

 

또한 <승리호>의 승무원들의 행위의 가장 큰 동기는 한 소녀를 구하는 것이다. 물론 소녀를 구하는 것이 단지 소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구하는 것과 동일한 일이 되긴 하지만, 어쨌든 출발은 소녀를 구하기 위해 연대하는 과정이다. 환경, 자연, 지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휴머니티를 구하는 것.

 

<승리호>가 본격적인 한국 SF영화의 출발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조성희표 웰메이드 SF영화라고는 말할 수 있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의 연기도 좋고, SF영화에서 필수적인 CG의 완성도도 나쁘지는 않았다 생각한다. 다만 아쉽다면 SF영화에서 미래사회를 표현할 때 과학적인 최소한의 개연성은 갖추는 것이 좋다 생각하는데, 소녀의 능력은 비과학적인 초능력에 가깝게 설정되어 있어 동화적이다. 물론 대부분의 SF영화에 다 그런 과장과 상상은 어느 정도 있긴 하다. 그냥 좀 아쉽다는 것. 그래도 2시간 동안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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