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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일 2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1편에 이어 계속...
드디어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몇 가지 궁금증은 여전히 남는다. 자살을 결심한 포르노 스타는 자신의 망가진 육체를 하나 둘 재활하게 된다. 그의 삶에 대한 의지도 어느덧 강렬해 지려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옆에는 마리안네 엥겔이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하다 만 과거 700 년 전의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준다.
그녀가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 자신의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700 년 전에 살았던 그녀의 삶은 오늘에 와서야 환생한 것일까? 아니면 정신질환자의 단순한 상상일까? 죽어가는 자신에게 자비의 화살을 쏘아 죽이게 하고 자신은 살얼음 속으로 빠져들어 가까스로 목숨을 살린 그 기적같은 이야기는 또 다른 신의 장난이었을까?
어느덧 그는 삶의 의욕을 되찾고, 과거의 서른 몇 해를 반성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아름다운 육체는 한낱 여자를 유혹하는 데 쓰이는 갑옷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신의 영혼이 사랑을 알도록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괴물이 지니지 못한 장점을 모조리 갖고 태어났지만 그것을 무시하기로 선택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에게는 닥친 모든 변화는 과거의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었다. 특히 주위의 사람들이 말이다.
이 얼마나 예지치 못한 운명의 반전인가. 내 피부가 타 버리고 나서야 나는 마침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육체적 혐오의 대상으로 탄생하고 나서야 나는 심장의 가능성을 일별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이 흉악한 얼굴과 꺼림직한 몸이 나라는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였다. 예전의 몸은 그런 한계를 숨길 뿐이었다.
나는 영혼의 영웅도 아니고 그리되지도 않겠지만, 예전의 나보다는 더 나은 인간이다. 나 스스로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으로 족하다. p-210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로맨스 이전에 그가 경험한 뼈를 애는 육체적 고통, 피부로 실감한 지옥의 풍경, 삶을 향한 또다른 애정을 느끼면서 이 책은 결말로 치닫는다. 그는 병원에서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돌봤던 마리안네 엥겔은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 그녀가 들려주는 700 년 전의 이야기는 오늘의 현실에서 무엇을 말하는가? 복잡한 퍼즐 같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다보면 모든 것은 자명해짐과 동시에 다소 혼란스러워진다. 어쩌면 작가의 최종적인 바람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결말을 예상하게 하려는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가고일] 그것은 전직 용병인 석공과 전직 수녀인 필경사의 이야기가 사고로 화상을 입은 잘나가던 포르노 배우와 정신 분열증 환자의 이야기로 환생한 것이다. 거기에는 가고일 조각가의 이야기를 비롯해 몇 편의 사랑 이야기가 첨가된다. 아마도 그에게는 지난 살아온 30 여년의 시간보다 사고 직후부터 재활을 하는 지금까지의 시간이 훨씬 더 값진 경험을 얻는 시간이었으리라... 그는 마지막으로 조각 배우기를 떠 맡았다. 그것은 과거 마리안네의 일이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왜 그는 그토록 벼르던 자살을 미루고 있는 것일까? 마지막까지 애뜻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고일에서 그 비밀을 찾아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