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심리학 - 마음을 읽어내는 관계의 기술
이철우 지음 / 경향미디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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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혹시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울고 계신 것은 아닙니까?

"사회심리학이란 관계에 관한 학문이라고 할 만큼 관계에 관심이 많다. 그 동안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사회심리학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들을 주의 깊게 읽다 보면 관계에 대한 이해가 저절로 높아질 수 있다. 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여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아예 없어졌으면 한다." - 표지에서. 저자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골치를 썩히는 분야는 분명 인간관계라는 데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하고 비중있는 인간관계는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어떻게 전개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정형적인 해답을 찾기 위한 작업은 그다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극히 복잡하고 예외적인 상황이 너무나 많은 인간관계는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며, 변덕이 죽 끓듯한 인간의 마음을 알기란 여간한 노력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 이철우 박사는 사회심리학의 관점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다양한 요인을 이해하고, 관계의 여러 가지 모습을 짚어 가면서 왜 우리가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해야 하는가를 살필 목적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p-6. 프롤로그) 물론 관계라고는 하지만, 그 중심에는 엄연히 내가 있으며, 관계의 출발점 역시 나를 시작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물론 최종적인 결론으로 나의 행복을 위해 관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음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300 페이지에 육박하는 그의 연구는 인상에서 가치관까지 우리의 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2가지의 다양한 소재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첫인상이 왜 그토록 중요한가. 부부간의 운전 교섭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못하는 이유, 성인 비디오를 빌릴 때 가계 주인을 교란시키는 그럴싸한 속임수(요건 좀 완벽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밤이 긴 열정적인 청춘 남녀의 경우엔 더더욱...) 등을 시작으로 심리학에 관한 다양한 소재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그 범위를 넓혀 나간다. 특히 각 장의 끝 부분에 자가 심리 테스트를 첨가해 스스로를 분석하도록 했으며, 후반부 에필로그에서는 명품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8계명을 통해 좋은 관계를 형성, 유지하기 위한 실천적 덕목들을 요약 정리하면서 마무리 한다.

세상의 구성 물질이 원자로 되어 있듯이, 삶도 또한 궁극적으로 혼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즉 나로 인해 너라는 개념이 생기고, 이것이 확장되어 우리가 되듯이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상호작용인 인간 관계는 분명 나라는 존재의 행복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을 얻는다.

그는 우리가 처한 상황과 타인의 시선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관계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중심추가 필요하며, 최종적으로  그 중심추 역할을 우리 마음 속에서 할 수 있는 가치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주어진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대단히 민감하다. 이런 까닭에 우리들의 관계는 늘 다른 사람의 반응에 따라 이루어지곤 한다. 하지만 남의 반응에만 의지 하다 보면 그 관계는 피곤해진다. 나를 위한 관계가 아니라 상대를 위한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는 나의 행복과는 무관하다. 이런 관계에만 매달리다 보면 나는 남을 위한 삶을 살 뿐 나의 삶과는 무관한 생을 보내기 쉽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나의 삶을 살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가치관이다.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된 사람이라면 남의 시선과 반응을 의식하면서도 얼마든지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p-265

그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바는 대단히 의미하는 바가 크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인간 관계에 치여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할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직장에서, 또 가장 소중한 보금자리인 가정에서 조차도 나의 존재는 어떤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평생을 자식만을 보고 희생하다가 자식들이 성장해 자기 품을 떠나고 나서 우울증을 겪는 주부, 직장에 모든 것을 걸고 일하다 퇴직한 후 삶의 의미를 상실한 사람들, 이 사람들 모두가 가치가 페르소나(연극배우가 쓰는 탈 - 융의 분석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역할과 비슷한 개념. p-275)의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런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사람들의 관계 역시 페르소나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관계였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이중의 상실감을 맛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증상은 가치관 형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보다는 모범적인 사원, 헌신적인 부모, 효성 깊은 자식 등과 같이 가치관이 잘 정립되었다고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잘 나타난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기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남이 원하는 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p-277

[관계의 심리학]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문체를 구사하면서 일상을 설명하는 부분과 심도 있는 언어를 통해 학문적인 분석을 이뤄내는 부분이 조화를 이루면서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 내는 매력을 지닌 책이다. 심리학 이론과 널리 알려진 실험, 또 실생활에서의 적용과 대안으로 제시한 해결책 등이 읽는 이로 하여금 순식간에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그의 솔직한 표현도 도처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오늘날 인간관계에 실마리를 풀지 못해 허덕이는 고독한 남녀, 조직 생활에서 나를 잃어버리고 구성원 중의 하나로 전락한 직장인, 가정에서 위기에 처한 (과거에 금실 좋은)부부들에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최종적으로 바라는 인간관계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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