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 1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 당장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숨쉬고 살아 있으면서 두발로 걸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함 말이다. 적어도 그에게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는 잘생기고 남부럽지 않은 육체와 언제나 가까이 할 수 있는 여자들이 있었다. 그는 포르노 배우였고, 자신이 몸 담은 분야에서 사업 수완을 발휘해서 제 괜찮은 수입을 올리는 감독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은 매우 불행스럽게 찾아왔다. 마약에 취해 산 절벽의 경사면을 운전하다가 그만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그는 정신이 되돌아 왔을 때 사고의 심각성을 알아 차렸다. 질긴 목숨을 갖갓으로 부지하기는 했지만, 엄청난 사고의 충격으로 육체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온 몸에 화상까지 입게 되었다. 그의 고통은 정말 뼈속까지 예리하게 찾아왔다. 그에게 남은 것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절망 뿐이었다...

의사들은 자신의 몸에서 숯이 된 살점을 긁어내는 괴사 조직 제거술이란 수술을 통해 검은 고기 덩어리로 변해버린 자신의 피부에 시체의 피부를 입혔고, 간호사들은 분노에 찬 욕설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이미 자신은 무기력한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그는 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는 분명 자살을 마음 먹고 구체적인 행동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그의 의지는 단호한 것이었다. 숨겨놓은 비상금도, 파산 직전의 회사도, 과거의 화려한 생활도 그의 결심을 돌려 놓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병상의 잊혀진 괴물로만 남을 법한 그에게 마리안네 엥겔이라는 여자가 찾아와 자신이 700년 전 서로 열렬히 사랑했던 전직 용병인 석공과 전직 수녀인 필경사였음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간호를 자처한다. "잊지 마, 네가 나하고 살러 온다는 걸" 그녀의 모든 설명은 명쾌하지 않았다. 700 년의 시간을 초월해서 오고 간 사랑 이야기, 거기에는 분명 진실이 묻어 있었다. 자살을 단단히 벼르고 있던 그에게 의심반 흥미반으로 들었던 그녀의 이야기는 자신이 앞으로 겪어야 될 일에 대해 어렴풋이 상상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면서 서서히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힘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앤드루 데이비슨의 처녀작이라 할 수 있다. 책 전체를 통해 주인공이 느껴야 했던 고통과 절망, 그리고 처절함과 뒤에 오는 애절한 사랑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700 년의 시공간을 훌쩍 뛰어 넘는 그들의 러브 스토리는 자기 연민과 혼란에서 모든 것이 시작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기 위해 책장을 서둘러 넘겨야 하는 부산을 떨기도 했다. 그 둘은 과거 700 년 전에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고난 앞에서 느껴야 했던 허무와 좌절을 어떻게 극복 했을까? 과연 그들의 선택은 서로에게 최선이었을까? 이 책을 접하는 독자라면 주인공의 고통과 내면의 갈등을 되씹어 보면서 그의 삶에 깊숙이 동화되는 몰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결심을 하고 나서 내내 억눌러 온 눈물이 그때서야 터져 나왔어. 의심이 밀려든 나머지, 준더 신부님에게 내가 옳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정말 믿느냐 여쭸어.  "사랑하는 마리안네, 이 문제에 대해서 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후회할 거라고 나는 믿는다." p-318

리뷰 - 2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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