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나를 모릅니다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4
야크 드레이선 지음, 아너 베스테르다윈 그림,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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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고 하지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차츰차츰 기억하지 못하는 병이기 때문이지요.


만약 우리 가족 중에 치매가 생긴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요?




치매로 인해 자신의 딸과 손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를 받아들이며 다가가는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 그림책이 있습니다.

야크 드레이선 작가의 <우리 할머니는 나를 모릅니다>입니다.




이 책은 사실 2006년 국내에 소개되었다 잠시 절판되었고, 이번에 새롭게 복간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치매라는 병이 현대 사회에 점점 더 깊숙이 자리잡아 가기에, 

다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고자 하는 의도로 복간된거 같아요.







엄마와 페트라가 기차에 탄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초원의 집에 가는 길입니다.

엄마와 페트라는 할머니를 만나러 그곳에 갑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창밖을만 봅니다.

하지만 페트라는 엄마가 할머니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정말로 기억을 못합니다.

엄마에게 존댓말을 해요.


- 요즘엔 좀 어때요, 엄마?

"좋습니다. 불만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엄마가 팔을 내밀어 보면)

"혼자서도 잘 걷습니다!"


- 엄마, 저예요, 스티나. 엄마 딸이요.

"나한텐 딸이 없어요. 내딸은 죽었습니다. 여섯 살 때 물에 빠졌어요."

- 그건 엄마 막내딸 얘기잖아요. 에마요.





이때, 페트라가 엄마와 할머니를 돌아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호산나 요한나, 

초원의 요한나.

우리가 함께면

얼마나 좋겠니.

(생략)


할머니는 페트라의 어깨에 손을 얹고 초원에서 함께 춤을 춥니다.





엄마와 페트라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엄마와 페트라는 서로 꼭 기댄 채 기차에 앉아 있습니다.

페트라가 말합니다.

"이다음에 엄마가 내 이름을 기억 못하면, 내 아이도 엄마한테 노래를 불러 줄 거야."

"그러면 엄마는 그 애하고 초원에서 같이 춤을 춰야지."















할머니에게 남은 기억은 물에 빠져 죽은 딸 에마만 남았네요..

엄마 스티나의 이름은 사라지고, 에마만 말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요....

저도 같이 슬펐어요.

 

하지만 페트라가 노래를 부르면서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치매라는 닫힌세상에서 머문 할머니가 반응하지요.

엄마를 보고 외면하는 할머니..

손녀를 알아보지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페트라에게 다가와 춤을 춥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거지요.

닫혔던 세상이 열리는 순간이지요.


하지만 "에마, 우리 에마가 왔구나."하는 할머니의 말에서

아직도 에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할머니를 본 저는 슬펐지만,

그래도 할머니, 엄마 그리고 페트라가 노래를 통해 거리가 좁혀짐이 보입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끈이 되는 노래...

위로가 되면서 사랑을 연결해주는 노래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게다가 시작과 끝 구성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 대한 엄마의 무게감...

그로 인해 엄마는 창밖만 보며 할머니를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 엄마의 감정을 느낀 아이도 조용했지요.


그러나 돌아올때는 엄마의 짐이 덜어진 기분도 듭니다.

(물론 완전히 가볍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처음과 달리 서로 기대어 미소를 띤채 대화를 나눕니다.


이다음에 엄마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 못 하면 자기 아이도 엄마에게 노래를 불러 줄 거라는 페트라의 뭉클한 위로는 기차 안을 온기로 채우지요.





한편 이 그림책은 보면 볼수록 그림에도 눈길이 갑니다.


치매로 현실과 단절된 할머니는 파랑색 등의 차가운 계열이지만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엄마의 옷은 빨간색의 따듯한 계열이에요.


그리고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기차 안은 

창백하고 추운 빛으로 스산한 느낌도 들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은 따뜻한 빛이 돕니다.

(어쩌면 할머니께 갈때는 새벽 아침일찍 가기에 푸른색을, 할머니를 보고 돌아올때는 노을지는 해질녘이기에... 그냥 시간대에 맞게 표현한 그림색일수도 있지만요.)


초원에서 할머니와 페트라가 마주 보며 춤추는 장면은

가족의 사랑과 온기로 채워지는 따뜻함이 나옵니다.

 

그림을 그린 작가 아너 베스테르다윈에 대해 알아보니, 

이분도 벨기에 사람으로 첫 그림책으로 플랑드르와 네덜란드에서 일러스트가 가장 아름다운 어린이·청소년책에 수여하는 ‘부켄파우상’을 받았다고 하네요.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 <아빠의 선물>이 있다고 해서 검색해 보니 조회가 안 되는것을 보면 절판된거 같아요..

이 책도 새롭게 복같되면 좋을거 같아요.







치매로 기억을 잃는다는 것....

치매 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언제든 우리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통해 

사랑하는 이의 닫힌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깨닫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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