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관련된 책들은 거의 주제가 ‘정체성’이 많은거 같아요. 색이 휙휙 변하는 카멜레온… 나만의 색은 무엇인가? 등등… 색을 주제로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책들을 보통 보았는데, 이번 책은 색이 아니에요. “만약 카멜레온이 색깔만 바꾸는 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으로 시작된 에릭 칼 저자의 <뒤죽박죽 카멜레온>을 만나보았습니다. 주변 환경에 맞게 몸의 색을 바꿀 수 있는 카멜레온은 어느 날 동물원에서 멋진 동물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북극곰과 플라밍고, 여우, 물고기 등 다른 동물들이 가진 장점을 부러워한 카멜레온… 카멜레온은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고, 마법처럼 그 바람이 이루어집니다. 카멜레온은 자신이 그토록 부러워하던 동물들과 몸이 뒤죽박죽 섞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 몸으로는 눈앞의 파리도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과연 카멜레온은 자신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색지를 조각조각 자르고 찢어서 추상적인 패턴과 디자인으로 배열하는 콜라주 기법은 뒤죽박죽이 된 카멜레온의 몸과 색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된거 같아요. 게다가 책의 내용을 보면 양쪽 페이지의 옆을 점점 깊게 잘라 낸 뒤, 각 장마다 카멜레온이 부러워하는 동물들을 왼쪽에 한 마리씩 그려 넣었는데요. 왼쪽에는 그 동물의 그림을 그리고, 오른쪽에는 동물의 색깔을 배치 하였는데요.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향에 따라 읽으면 동물 그림-동물 이름-동물의 색깔을 한 장면에 넣음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카멜레온의 몸통도 변한다는 엉뚱한 생각에 웃음을 짓다가 책 안의 구성을 보면 정말 기발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