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특징 없이 심심했던 악어와 무당벌레가 무늬를 얻게 되는 여정을 재치 있게 그려 낸 윤지혜 작가의 <심심한 악어와 심심한 무당벌레>를 보았어요. 물속에서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는 악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 이파리 위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무당벌레도 보여요. 이 둘은 조금 심심해 보입니다.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다채롭고 화려한 자연 속에 놓여 있던 악어와 무당벌레는 마치 벌거벗고 있는 것처럼 뭔가 허전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때, 데구루루 툭! 악어의 눈에 수박 하나가 들어와요. 심심한 악어가 수박을 꿀꺽 삼키자 한쪽 발끝에 마치 수박처럼 초록색 바탕과 까만 줄무늬가 생기는 마범이 일어납니다!!! 신이 난 악어는 수박을 몽땅 먹어 버리고, 멋진 줄무늬 악어가 되지요. 그러고 나서 너무 배가 불러 잠시 쉬려는데 갑자기 악어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납니다. “아이고, 배야!” 에고, 악어가 배탈이 났나봐요! 악어는 괜찮아질까요? 그 옆에서 본 무당벌레는 어떻게 무늬를 가지게 될까요? —————————————————— 악어도 좋아하고, 무당벌레도 좋아하는 저희 아이에게 딱 맞는 소재의 책이라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악어와 무당벌레의 무늬가 수박을 통해 생긴다는 아이디어가 정말 참신했어요! 시원한 수박을 많이 찾게 되는 더운 여름. 익숙하고 친근한 소재라서 아이도 더 집중해서 보았습니다. 이 기회에 ‘심심하다’의 의미도 생각해 보았어요. 책 제목에서부터 심심하다가 두 번이니 나올 정도로 책 속에서는 매번 심심하다는 단어가 거의 나옵니다. 책을 읽기 전, 저는 지루하다의 의미인 심심하다를 의미하는 거라고 단순하게 여겼어요. 하지만 네이버에 검색하니 세 가지 정도의 의미가 나옵니다. 1.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2. 음식 맛이 조금 싱겁다. 3.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무늬가 없는 악어와 무당벌레를 보면 뭔가 밋밋하고 허전합니다. 싱거운 녀석들 같아 보이지요. 그래서 ‘심심해’로 보이고요. 또는 다른 동물들은 알록달록 훌륭한 무늬가 있는데 자신들은 없기에 무늬를 가지고 싶은 간절함에서 나오는 ‘심심해!’로 보이기도 합니다. 세 가지 의미들이 절묘하게 다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다중적의미를 다시 한 전 생각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좀 더 큰 연령의 아이가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다 읽고 나서 독후활동으로 ‘심심하다’처럼 여러 뜻을 갖고 있는 단어나 또는 다른 단어인데 비슷한 뜻을 나타내는 말을 찾아보는 재미있는 말놀이 활동을 해도 좋을 거 같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