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어드밴티지, 나를 다스리고 천하를 경영한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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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스리고 천하를 경영한다
둥예쥔 엮음, 허유영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역사책을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 때문인지 이 책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역사책인가 싶을 정도로 강희제를 중심으로 당시 청나라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으나 책장을 넘길수록 이런 방식으로 역사를 재조명 해보는 것도 가능하구나 싶었다. 시간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반란 평정, 용병, 정치, 관리 다스림, 인재등용, 수신(修身) 등 각 관점 별로 역사를 재정리해보는 과정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정리되어 있다. 테마별로 역사를, 그것도 중국의 대표적인 흥망사를 재조명해 본 이 책은 역사 해설서와 현대인들이 배울 수 있는 자기계발서 내지는 경제경영서 경계를 아슬하게 걸쳐있는 그런 책이다.
서양의 합리주의, 모더니즘적 관념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현실을 통해 미래를 정확히 예측 가능한 분명하고 논리적인 해결책 내지는 방법에 익숙하다. 그래서 동양의 사상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경제경영서 관점에서 보자면 중국의 흥망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일상에 실천하고픈 마음이 있겠지만 이 책 속의 강희제는 결코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관리 다스림의 도’ 부분에서 강희제는 관리의 조건으로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는 청빈함을 중요하지만 청빈함이 옹졸함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관리는 분명 덕을 지니고 있어야 하지만 덕을 지닌 것에 비해 무능력하다고 판단되면 등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 단면이 아닌, 인물의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강희제는 말하고 있다.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강함과 유연함을 함께 사용해야 하며, 너무 관대하거나 너무 엄격해서도 안 된다고 하는 것. 이는 바로 ‘강유병거’의 관점이고, 동양의 주된 사상인 ‘중용’이었다.
이 책 속의 강희제는 현실주의자였다. 현실을 분명히 직시할 줄 아는, 허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군주였다. 8살의 어린 나이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 당시, 권력을 쥐고 흔든 보정대신 오배를 인정했다. 당시로서는 이길 수 없었던 상대였기 때문이다. 청렴한 관리 조신교가 무관들이 군량미를 빼돌린다며 탄핵상소를 올렸을 때는, “무관들은 성격이 거칠어 너무 억눌러서 좋을 것이 없다. 천하를 다스리려면 평화로움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덮어두기도 했다. 관리들이 조세를 걷을 당시 조금 더 거둬들여 자신의 사적 재산으로 삼는 ‘화모’라는 관습이 있었다. 강희제는 탐관오리는 증오했지만 화모는 눈감아주었다. 오히려 화모의 수준을 결정해주는 어지까지 내릴 정도였다. 강희제는 종교를 싫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승려, 신부들을 마뜩찮은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성들이 종교에 의지해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다양한 종교적 자유를 인정하고 종교 지도자들을 존중해 주었다. 삼번의 난을 평정할 당시에는 회유책을 사용했다. 청에 투항하는 반란군들은 과거의 죄에 상관없이 모든 죄를 사해주었고 공을 세워오기까지 하면 상을 내렸다.
하지만 그는 이상적인 세상을 꿈꿨다. 그래서 더 엄격했고 분명했다. 배신자는 과거에 상관없이 용서해주었지만 다시 배신하는 자는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신중을 기해 관리를 등용했지만 한 번 믿은 관리는 끝까지 믿었다. 종교적 자유는 인정했지만 종교적 제한은 분명히 두었다. 화모는 인정했지만 비리와 횡령을 일삼은 탐관오리에게만큼은 어떠한 관용도 베풀지 않았고, 무관들이 전투에서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경우에는 전투와 전쟁이 끝난 후 공과 벌을 분명히 행하였다. 그것은 황족이라고 해도 제한이 없었다.
이상적인 세상을 꿈꾼 강희제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 세상을 만들어갔다. 만주족 팔기군의 용맹함이 중원의 평화 속에서 무기력해졌다는 것을 깨달은 강희제는 과감히 한족 장군들을 중용하기 시작했고, 폐태자를 두 번이나 겪으면서 그는 한평생 태자를 세우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권력구조를 만들어냈다. 비밀상소를 통해 관리들을 스스로 단속하게 만들었으며 황하강의 치수를 위해 몇 십년에 걸쳐 치수 공사를 단행했다.
강희제는 결과적으로 백성들의 삶의 안정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법보다 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8살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강희제는 삼번의 난을 겪으며 나라의 태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관리들에게는 엄격함을 요구했지만 백성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했으며 그들의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봐주려 노력했다.
현실적 이상주의자. 강희제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 현실을 철저히 인정하지만 자신이 꿈꾸었던 이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사람. 천하를 다 가졌던 한 인간도 웅대한 자신의 이상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절제와 인생의 신중함을 기했던 꿈을 가진 사람이었다. 강희제의 현명함 속에서 그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구나 하는 순간을 들춰보며 그에게서 교훈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