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기자가 남긴 르포처럼 다가오는 역사서

전쟁과 역사 3 - 전란의 시대 : 고려후기편
임용한 지음 / 혜안 / 2008년 10월

책 이야기 전에 저자부터 먼저 거론해야할 것 같다. 저자인 한국사 연구가 임용한 교수는 적잖은 골수팬 층을 '소유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의 '조선국왕 이야기 시리즈'는 나온지 8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3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임 교수의 글을 읽으면 오직 임 교수만이 자신의 지적갈증을 달래줄 사람이라 믿어버리니까. 그래서 이렇게 불친절한 시리즈물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 인종편만이라도 완성됐으면 나오면 좋겠다. -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전쟁을 주제로 다룬 '전쟁과 역사 시리즈'는 '조선국왕 이야기'처럼 디테일한 면은 약간 떨어진다. 그러나 이 점은 조선시대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료탓이 크다. 하지만 고대중세의 전쟁을 단순 민족정기를 떨친 자랑찬 역사 내지는 수많은 외침에도 불구 꺾이지 않는 민족정신으로만 설명하려는 사극풍의 역사물과 달리 사실에 더 가까이 근접하려한 저자의 의도는 선명하다. 

그래서 차라리 역사학자가 쓴 책이라기보다 저널리즘에 투철한 종군기자가 남긴 르포문학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하여간 이런 책은 만나기 어렵다. 그리고 만나면 만날수록 왜 역사를 공부하며 현재를 생각하는지 스스로 변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 당위론적인 시각에 얽매여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지금 현재의 세대가 과연 현재 나라에게 안겨진 시대적 과제를 잘 포착하고 준비하고 있는지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제 3권을 이야기해야겠다. 사실 임 교수의 골수팬이 적잖은데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누리꾼이 내가 처음이란건 조금 의외이다. 3권은 1,2권과 비교해 얇아졌으며 컬러사진이 전편에 비해 많이 실렸다.  

느끼기에 임 교수도 시리즈물이 늘어나면서 초기라 볼수있는 조선국왕 이야기처럼 디테일하게 이유를 설명해주진 않는 것 같다. 이렇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뭔말인지 눈치채겠지... 물론 임 교수의 글을 즐겨읽는 이들은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 상상이 된다. 하지만 약간 상상하기 난해하다면 조선국왕 이야기까지 일고 저자의 특징을 알고 보는게 도움이 조금은 될 것 같다.  

어쨌든 기록에 충실하려 하면서도 사극보다 더 역사를 재미있게 소개한다는 점, 골치아플 것처럼 집요하게 사건의 원인과 결과 이후의 파장을 추적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다는 점, 절대 개인의 영웅미화담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인물에 대한 조명이 기가막히다는 점은 3권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3권에서 눈에 띄는 부분으로는 삼별초를 다루면서 대몽항쟁의 성격을 부정하진 않지만 애써 그 의미를 강조하지도 않은 점과 왜구들과의 전쟁을 다룬 후반부의 대목을 꼽겠다. - 물론 다른 부분도 재미있다. - 후반부의 대목을 읽으면 왜구들과의 전쟁에 대처하는 고려의 현실과 대응방법 그리고 임진왜란때 조선 수군이 대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