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족을 믿지 말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 김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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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학교 도서관에서 눈에 띄여서 읽은 책.  

  책이 두껍지만 무겁지 않고, 이야기는 많지만 어렵지는 않다.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다 읽고 나닌 그럼 그렇지, 영화가 안되고 남을 책인가? 하는 생각이 소록소록. 

 

  한 번에 다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속도감과 경쾌함, 유머, 가벼움을 가진 책이다. 그대신 나처럼 끝부분에 한 번 끊었다가 다시 읽으려면 요상할 정도로 읽히지도 않고 별로 재미도 없고. 

 

  사건이 굉장히 많은 것 같지만, 실제로 곰곰이 따져보면 결국 사랑스럽고 독특한 스펠만 가족 구성원 캐릭터의 힘으로 진행되는 장편.  

  아담스패밀리보다는 재미나 매니아들이 열광할 만한 작은 요소들은 적지만, 그래도 시트콤으로 만들어지면 꽤나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 

  어쩌면 영화보다는 시트콤이 훨씬 더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소설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래도 가족이 있어 좋다. 이정도? 

 

 이미 후속작으로 장녀이자 소설의 화자였던 이자벨의 '남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걸로 알고 있고, 학교 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지만. 글쎄 이자벨의 이야기를 읽게될 시간은 좀 뒤 일 것 같다.

 

'언니,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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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피크닉 민음 경장편 2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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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강남'이 존재하려면 '강북'이 있어야 한다. 이 두 지역(단순하게 한강을 사이에 둔 다른 지역이라기 보다는 이제는, 아예 다른 사회라고 봐도 좋다고 생각한다.)은 빛과 그림자처럼 서로에게 등을 기댄체 존속되어 진다.  

  그렇다면 어디가 빛이고 어디가 그림자인 것일까? 

  은영, 은비, 은재 세 남매는 무던히 노력한다. 대한민국 강남의 한 가운데인 압구정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서. 첫째인 은영은 모든 사람들이 알아주는 일류대학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또 그와 같은 번듯한 회사에 취직을 하기 위해 취직 관련 사이트의 주의사항을 영어 단어처럼 달달 외우고, 틈날때 마다 과외수업을 나가서 돈많아 행복한 어린 학생들을 가리친다.  

  둘째 은비는 하늘이 내린 축복과도 같은 아름다운 미모로 삶의 고통을 헤쳐나간다. 어쩌면 은비의 철없고 정상이 아닌 것 같은 생활 패턴이 그녀를 단순하게 속물로 보이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비를 단순하게 얼굴 믿고 설치는 철딱서니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의 생활의 뒤틀림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 둘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가진것은 보기좋은 얼굴과 몸매, 타고난 '끼'가 다 이니까. '자신이 가진것을 활용하여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요구되는 것들 아닌가? 은비는 자신이 가진것을 활용하여 압구정동에서 누구에도 꿀리지 않을 만큼 자신을 꾸민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백, 구두, 트레이닝 복, 호스트 바에서 거침없이 열 수 있는 지갑의 두께-로 부터 안식을 느낀다.   

  막내이자 유일한 남자인 은재는 게임중독에 걸린 고등학생이다. 모두들 이름만 대면 알만 한 집안의 아들, 딸들이 버글거리는 고등학교 속에서 그는 언제나 혼자다. 세 남매 중 가장 공허하고 외로운 영혼을 가진 것이 바로 은재일 것이다. 그는 타인과 따스한 관계 형성을 잘 하지 못한다. 그는 게임 속에서 몬스터 캐릭터를 죽일때에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그들의 비명소리와 붉은 피를 듣고 볼 때에만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무언가를 파괴하는 행위로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슬픈 일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자신을 왕따 시키는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아무말 하지 않는다. 자신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선생에게 반항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조용하게 그곳에 존재하기만 할 뿐이다. 아주 약간의 일상생활을 감내하면서. 그리고 일반인에 비하면 아주 적은 일상생활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그들을 자신을 부각시키고, 이용하고, 숨겨가면서 강남이라는 '초하이소사이어티'에 '상주'하기 위해 아등바등 거린다. 하지만 그들 모두 강남이라는 빛속에 숨어들어간 하나의 얼룩에 지나지 않는다. 태생이 강북이기에 그들에게 카프회의 회원자격, 아무 대가 없는 루이뷔통 신상백, 편안한 일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한 것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이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취업을 위해 호텔에서 옷을 벗는 은영과, 300만원짜리 백을 위해 킹카오빠들에게 자신의 젖가슴을 내주다가 되려 당한 은비와,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던 인주와 관계의 끝을 그녀의 아이와 함께 맞이하게 된 은재의 모습을 보면 더 확연하게 들어난다. 

  특히 킹카오빠들과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던 은비로 인해 세남매는 아주 무거운 세 개의 가방을 각자 짊어지게 되었다.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진짜 강남인은 죽어서도 그들 셋을 두렵고, 피곤하게 장악하여 지배한다. 

 

소설의 끝은 각자의 자리에서 아직도 가방을 메고 있는 세 남매의 모습이다. 말없이 공허를 담고 다니던 은재는 어린 시절 아빠가 보여준 트리를 바라보고 있다. 다른 두 누나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빛나는 미덕인 재력과 여유로 인해 만들어진 강남이라는 거대한 트리. 반짝반짝 빛나는 인조 빛의 세계를 바라보며 은재는 어둠속에 스며들어 있다. 가방은 점점 무거워 질 것인데, 누나들이 와야만 이 성탄절이 끝날것이란 것을 은재는 안다. 하지만. 과연 언제? 얼마나 더 지나야? 

 

  빛과 그림자. 철저한 인공의 빛과 그로인해 드리워진 그림자. 그림자는 빛속에 합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러한다 해도, 탄생부터 귀족적인 인공의 빛 속에 있으면 그들을 따라한 그림자는 표시가 날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자신의 우월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진짜 명품은 짝퉁의 존재를 눈감아 주지만 그들이 같은 수준이 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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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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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비판, 칭찬 등 아주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잡지 연재 당시부터 적잖은 논란에 휩싸이며 화제를 모았고 심사위원들의 팽팽한 찬반 격론 끝에 결국 나오키상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연애 소설과 범죄 소설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의 15년에 걸친 사랑의 행적을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필치로 그려 내고 있는데, 아름답고 뛰어난 흡입력을 가진 이 소설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친아버지와 딸의 사랑이라는 충격적인 소재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어보면 작품의 흡입력이나 완성도에서는 아주 높은 평가를 하지만, 소재의 특별함(?) 때문에 조금의 거리낌이라도 있으면 읽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소설의 소재가 그만큼이나 ‘충격적’인가 하는 것에 조금 의문을 가졌다. 어찌 보면, ‘근친상간’이라는 것은 문학이나 여러 예술장르에 있어서 조금 낡은 소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의 근원에 있는 터부를 건드린다는 것에서 언제 어떤 형태로 맞닥뜨려도 충격적이라는 것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나 오래된 고전 『오이디푸스 왕』,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 김진규의 「달을 먹다」, 드라마 <피아노> 등등 약간만 생각해보면 ‘근친상간’을 다루고 있는 작품(대부분 친 혈육 사이의 사랑이 아닐 때가 많지만)은 은근히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충격적’으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이유가 단순하게 소재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설 전체에 흐르는 강렬한 존재감, 선명하고 아름다운 문장과 적나라한 묘사가 평범하지 않은 소재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소설의 특이점이라 할 만한 것은 구성이다. 『내 남자』는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되는 소설인데, 하나의 결혼식 전날부터 하나와 준고가 만나는 날까지 이어진다. 비오는 거리에서 둘이 만나는 첫 장면부터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둘이 ‘정확하게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두 번째 장 ‘요시로와 오래된 시신’에 등장하는 첫 번째 시체는 독자에게 궁금증을 더 가중시킨다. 작가가 한국의 영화 <박하사탕>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 하는 시간의 역순전개. 이것은 독자들이 작품의 초반부에서 얻게 되는 준고와 하나의 관계, 왜 그들에겐 시신이 있으며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나 등의 물음에 대한 답을 시간의 역 흐름에 따라 하나씩 보여주기에 끝까지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하게 한다.

  맨 처음 장인 ‘하나와 낡은 카메라’의 끝에서 준고는 하나의 곁은 떠난다. 어디로 가는지, 정확하게 왜 하나를 떠났는지에 대한 답변은 작품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어딘가 허무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결말이 정말 작품의 대미를 장식했다면 지금의 『내 남자』와는 무척이나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소설은 끝이 났고, 분명이 앞부분에서 성장한 하나와 늙은 준고는 이별을 했는데도 이상하게 소설의 끝을 보면 아직도 그들의 관계가 계속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소설의 마지막 부분부터 다시 소설의 처음 부분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을 하게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소설의 처음부분은 이야기의 마지막이지만 구성상 처음이라서 다시 시간의 역행을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의 준고의 이야기는 영원히 계속 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또한 이 소설의 구성이 주는 강렬한 힘일 것이다.


  하나와 준고에게 서로는 가족이면서도 연인이고 이 세상에게 유일하게 남은 ‘너와 나’인 것 같다. 그들의 사랑을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아준 인물에게, 마치 오리새끼가 태어나 처음 눈뜨자마자 본 것을 어미로 인식하는 것처럼 무조건적으로 준고를 따른다. 준고 또한 상실한 어머니를 하나에게 투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어머니의 피로 만들어진 자신의 피가 흐르는 하나에게서 흐르는 어머니의 피를 쫒는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의 관계가 이 세상에서 가장 금기시 되는 죄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런 용서받지 못할 사랑이야기를 왜 쓴 것일까. 어쩌면 작가는 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디까지가 이 세상이고 어디부터가 저 세상인가. 선을 긋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본문 p.259)이라고. 과연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무엇이며 선과 악의 경계는 어디일까. 소설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두 번의 살인까지 저지른다. 이 둘의 결합은 정말 용서받지 못할 ‘짓’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하나와 준고의 사랑을, 그들의 시간을 보면서 왠지 완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부정할 수도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또한 이 둘의 모습을 보고 옳고, 그름을 떠나서 무어라고 정리할 수 없다.

  “이 소설의 냄새와 색채를 재현하기 위해 나는 어둠의 세계에 푹 빠져야만 했다.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어 며칠이고 식사를 할 수 없었고 잠도 잘 수 없었다.”라고 말한 작가의 노력과 고통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의 깊이를 그저 즐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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