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혜 장편소설 『탁영』 북 리뷰

탁영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5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책꽃 아글라 소중한 글입니다.」

엄격한 신분 서열이 지배했던 조선 시대.

신분을 초월한 진실한 남녀 간의 우정과 절절하고 감미로운 사랑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다룬 의학 서스펜스 스릴러 사극 소설입니다.

​흐드러진 이름 모를 들꽃에 눈길이 멈추고 산들거리는 풍향에 꽃향기가 실려와 온몸을 가만가만 노곤하게 만들어주며 쉼 없이 두근대는 심장에 아련하고 애틋한 사랑의 기운을 내려줍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 원작자 장다혜의 조선 미스터리 메디컬 서스펜스입니다.

봄꽃을 닮은 순수한 주인공 백섬.
매골자 출신, 조선 최하층 신분으로 부모도 모르고 배도 다른 누이 막단이를 항상 그리워하며 티끌 없이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남자입니다.

​땡추라 불리는 괴강 스님 밑에서 지독하리만큼 숱한 고생으로 연명하며 살았던 그는 어느 날 조선 최고의 의술을 자랑하고 삼사를 통솔하며 임금의 어의로 명성을 날리는 최승열 대감의 구곡재에서 살게 되면서 이야기는 의학 서스펜스 스릴러로 흘러갑니다.

​여주인공 금박장 달인 윤희제.
빛나고 고은 얼굴의 소유자로 당차고 자신에 대한 자존감으로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싸울 기세로 겁 없이 멋지게 살아내는 그녀.

첫인상에서 백섬을 향해 귀인이라고 칭했던 최승열 대감의 차남 최장헌.
수려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수어의가 된 세자의 전담의관.

​한낱 인간의 욕망과 욕심, 질투가 응집된 탐욕으로 번져나간 불꽃은 점점 더 자기 자신조차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괴물로 변하게 만들어 버리는 자명한 사실을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 변화되어 가는 과정들을 내밀하게 지켜보게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거짓되고 악랄한 자비에 속고 미천한 노예 신분에 걸맞게 '의료용 실험체 = 구계'로 길들여지는 위선과 화려한 비단 속에 감추어져 버린 진실 속에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도 알 수도 없게 만들었던 신분의 미천함이 살아 숨 쉬었던 조선 시대적 배경에서의 하낱 인간의 목숨이란 ...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이 갖추어야 하는 도덕적 소양과 삶의 존엄성을 깊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신분을 초월한 우정과 그 찬란하고 순수했던 우정에 균열을 일으키는 인간의 삿된 감정의 소용돌이.

​사랑, 시기, 질투, 욕망, 집착이라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 마음에서 번져나가는 탐욕의 불구덩이 속에서 생생한 주인공들의 깊이 있는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소설 속 완전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강한 힘을 가져다주는 우정 그리고 진실한 마음 밖에는 내어줄 것이 없기에 애달지만 정작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자기 몸보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애심.

​조선시대의 시대 속 배경들을 흥미롭게 바라보게 하고 들꽃 향기 가득한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만나게 하는 소설 『탁영( 托影)』 속에서 한참을 감미롭게 머물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