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밑의 들꽃 - 삶이 그러하여도 잠시 아늑하여라
김태석 지음 / 좋은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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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의들꽃』

들판에 혹은 길가에 쉬 _ 이름도 모른 이 꽃들처럼.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들꽃 같은 존재들일지도 ‥

들꽃에게 전하는 따스한 인사, 잔잔한 대화, 위안을 주는 아름다운 시구들 「발밑의 들꽃」
그리고 사랑의 의미를 되찾게 되기도 한다 ‥

이 책에는 꺾인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건네는 약 100편의 시와 80여 점의 사진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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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소

숨이 꺽꺽 막히도록 우는 소녀가
개표소로 걸어 들어갔다

수많은 대중이 소녀를 지나쳐 가도 자신이 끌던 여행용
가방에 속에 갇힌 듯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낙화하는 모란처럼
그보다 위태위태한 별처럼 멀어져 갔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소녀의 양 볼에 켜진 얼얼한 적신호를
향해 잠시 기도한다

​도착하는 개표소에서는
그 모든 것이 환하기를

∞ 이름 모를 그 누군가를 위해 슬픔을 나눠가고 위로와 손을 내미는 작가의 따스한 온정에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우리도 소녀처럼 감정이 북받쳐 상황과 주위 환경에는 아랑곳할 틈도 없을 만큼 서러운 슬픔에 목이 잠겨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며 눈빛으로 위로해 주는 모르는 이에 공감은 이 시간을 견디며 버텨내기엔 충분한 희망이 되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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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 나무


두어 계절 견딘 꽃은
누구보다 여린 꽃이다


사랑하는 이 다 떠나보내고도
아직 저물지 못한 탓에


하물며 그대는 어떠한가
해사한 미소를 가진 그대에게 묻는다

그 미소를 짓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느냐

∞ 함축된 의미로 절제된 표현력에 내심 울컥하고 울음을 터트려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헤어진 연인을 생각한다면 말이죠.


사진작가는 이기주 님이십니다.
시와 함께 어우러진 사진은 더욱더 시적 몰입감과 잔잔한 여운을 주기에 더할 나위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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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죽겠을 때



밤사이 집채만 한 눈을 퍼붓겟습니다
낭만이라 여겼던 당신을 짓밟고 떠나지 못하는 나와 같이
당신도 시달렸으면 합니다

​그래도 내가 죽겠을 때


밤사이 표지판을 세워 두겠습니다
법이라 여겼던 당신 말씀에 헤매는 나와 같이
당신도 헤매고 헤매 어쩌지 못하고 얹혔으면 합니다



​∞ 헤어짐과 옛 연인을 생각하는 절제된 마음과 표현력으로 떠나보내는 이에 대한 더 아련함과 여운이 남는 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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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



나는 네가 좋아진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


향기에 취해 너란 사람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선서를
이제는 네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채우지 않겠다는 다짐을
너를 좋아하겠다는 말로 고백한다


너를 좋아하겠다는 것은
너란 씨앗을 온전히 이 마음 밭에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이며
너로 인해 일어날 변화를
마음껏 즐거워하겠다는 고백이다

비로소 너란 사람이 좋아서
좋아한다는 말 꺼내놓지 않으면
그 진심에 익사할 것만 같을 때
네가 좋다 말하고 싶다


∞ 너무 풋풋하고 싱그러운 고백에 내 마음이 이내 녹아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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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시집, 잔잔한 삶의 위안과 사랑, 이별, 현재의 소소한 일상을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표현하여 내 마음도 윤슬처럼 빛나게 해주는 시집 한 권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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