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요정 춤추는 카멜레온 18
베로니크 마세노 지음, 조정훈 옮김, 김희연 그림 / 키즈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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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색깔로 뒤덮인 꽃밭에 요정이 살고 있어. 벌어진 꽃잎 사이로 한복을 입은 꽃의 요정이 볼이 발그레한채로 잠들어 있는게 보이지? 아름다운 꽃의 요정답게 정말 예뻐. 아침 이슬이 빛나는 시간, 드디어 요정이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눈을 떠. 꽃의 요정의 하루는 즐거운 일만 있을 것 같지 않아?

 

 

까르르 까르르 웃음 소리가 진동할 것만 같은 그림이야. 꽃의 요정은 친구들과 꽃밭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즐겁게 놀고 있어. 꽃에 매달리고, 숨바꼭질하고, 꽃잎으로 소꿉장난을 해. 끝없이 펼쳐진 꽃밭에선 향기가 진동하고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졸 들려.

 

 

꽃의 요정은 놀기만 하는게 아니라 시냇물을 떠다 꽃에게 나눠주는 일도 해. 엄지공주만큼 작은 꽃의 요정에겐 물 한방울이 꽤 커 보이네.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면 꽃의 요정은 춤을 춰. 뭉게구름이 가득 피어 오르면 구름을 만지며 "작아져라" 하며 주문을 걸기도 해. 구름이 많이 생기면 비가 오기 때문에 그런걸까? 주문을 외우고, 폭신폭신한 구름을 만지며 노는 꽃의 요정들이 너무 귀엽지 않아?

 

 

꽃의 요정은 뭘 먹고 살까? 왠지 이슬만 먹을 것 같은데, 꽃의 요정이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새콤달콤한 과일 이었어.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꼴깍 넘어가게 하는 열매들이야.

 

그런데 이렇게 즐거워 보이는 꽃의 요정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어. 그건 바로 먹구름이 가득 몰려와 하늘을 깜깜하게 만들고 우르르쾅쾅 사나운 바람이 불어올 때야. 그럴 때마다 아름다운 꽃밭도 예쁜 하늘도 맑은 시냇물도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떨곤 해. 하지만 이 시련이 금방 지나갈 거라는 것도 알아.

 

 

힘든 시간이 지나가니 다시 전처럼 환한 햇살이 내리 쬐고, 향기로운 꽃내음이 진동하기 시작해. 그런 순간을 겪고 나니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볼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돼.

 

 

꽃잎들 위에 누운 꽃의 요정의 행복한 표정이 보이니? 강한 비바람에 움츠러들었던 꽃은 요정이 불어넣은 숨에 다시 활짝 피어날 거야. 꽃의 요정의 숨소리가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게 느껴지니? 그 숨소리가 향기로운 것도 느낄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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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고양이와 동네 한 바퀴 -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 마을… 나고 나고 시리즈 3
모리 아자미노 글.그림, 윤지은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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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의 '나고'를 일본의 '나고야'라고 잘못 읽었다. 작가가 일본인이니 당연히 나고야의 고양이들 이야기 일거라고 지레 짐작했는데 알고보니 '나고'라는 허구의 나라를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고'에 대한 설명이 워낙 자세하게 나오는터라 허구라는걸 알면서도 진짜 이런 곳이 있나 싶게 만든다. 지중해에 떠 있는, 고양이가 웅크린 듯한 특이한 모양의 섬인 '나고'라는 국가의 국기, 역사, 거리의 지명 등이 세세하게 소개되어있어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화폐단위와 숙박시설, 각종 축제와 멋드러진 가게, 냥베르크성, 나고역, 제코네 숲 등 소소한 정보까지 알려주니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실제라고 믿고 싶고 가보고 싶단 충동을 일으킨다.

 

고양이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고'에 도착해 작가가 발로 뛰며 만든 지도를 펼쳐들고 싶다. 일단 나고역에 도착하면 나고투어리스트에서 정보를 얻고, 책에 소개된 귀여운 고양이들과 인사도 하고, 짐은 호텔 발리니즈에 풀어야지. 숙박비는 비싸지만 가구나 인테리어가 고양이로 되어있으니 정말 행복할것 같다. 그 다음엔 모브네 카페에 가서 모브 그림 컵에다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커리하우스나고 에선 소시지 카레를 맛 봐야겠다. 모리 아자미노씨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이베리안 베이커리에 들러 빵도 사고 "당신 덕분에 이곳에 여행오게 됐어요"라고 인사도 해 볼까?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곳은 천국이다. 그리고 고양이들에게도 이 곳은 지상낙원이다. 약 22000 마리의 고양이들은 생활의 불편함이 없도록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고, 아이와 어른도 고양이들로 인해 큰 행복감을 갖는다. 나고의 모든 것이 고양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고양이 캐릭터가 없는 곳이 없고 시청의 공무원들의 일과중 하나가 고양이 에게 밥주고 청소를 하는 것일만큼 고양이가 충분히 대접받는 곳이다. 많은 고양이 수만큼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고양이들이 넘쳐 나는데, 작가가 선정한 재미있는 랭킹 순위에서 만날수 있다. 아름다운 눈동자, 재미있는 무늬,재미있게 자는 모습, 위대한 응가, 뚱뚱보 랭킹 등을 보면 실제로 이런 고양이들이 존재할 것만 같은 생생함이 느껴진다. 저자와 고양이와의 에피소드까지 첨부되니 더 그렇다.

 

 

 

 

각 고양이들의 이름과 생일,성별,특징,눈색깔 등의 프로필이 소개되고 일상이 담겨져 있는데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읽는 내내 꺄악~소리를 지르게 된다. 집고양이인 안드레아는 몹시 부끄러움을 타서 주인님 이외의 사람을 보면 숨기에 바쁘단다. 하지만 주인은 손님에게 귀여운 안드레아를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었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장난감으로 유혹해 나오게 만드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 작전이 성고을 거두었는데 그것도 잠시, 눈치를 챈 안드레아는 다시 부끄러워하며 소파 밑으로 몸을 숨긴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진짜 사랑스러움이 퐁퐁 솟아난다.

 

 

 

 

주인 몰래 밥을 훔쳐 먹고 있었던 파트라가 사건 현장을 들키자 마자 용서를 받으려고 귀여운 포즈를 취한다. 배불러서 행복해하는 저 기분좋은 얼굴과 포즈를 보라. 거기다 주인님이 화가나서 이름을 부르자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때릴꼬야?"라는 표정을 보라.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의 반짝반짝 눈빛공격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렇게 쳐다보는데, 저렇게나 귀여운데 어떻게 화를 내겠는가. 자신의 귀여움을 잘 이용하는 파트라의 수법을 알면서도 속아줄 수 밖에~!

 

생후 3개월 이내의 아기고양이를 작가는 '아기 개월' 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아기개월인 고양이들은 무슨 짓을 해도 용서 할수 있을 것 같다. 예쁜 눈과 귀여운 몸짓으로 쳐다보는데 어찌 혼을 내겠는가~이미 내 얼굴은 엄마미소가 떠오르고 있는데!

 

 

 

 

고양이들과 신나게 놀고나면 출출한 배를 채워줘야 할 시간이다. 나고야 카페에서 우유를 듬뿍 넣은 달콤한 카페라떼를 한잔 마시고, 모브스 카페에 가선 디저트를 맛보면 좋겠다. 이 곳의 주인은 모브 라는 뚱뚱한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데 테이블, 간판등 인테리어가 모두 모브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모리 아자미노씨가 나고야의 고양이를 그린 컵이 50개 이상 진열되어 있는데, 손님은 그 중에 하나를 골라서 커피를 마실수가 있다. 커피와 함께 몽블랑 캣, 허너허니 핫케이크, 모브 푸딩 스페셜, 모브 플레이트 등 달콤한 디저트들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하나같이 맛있어 보인다.

 

 

 

 

중앙과장 주변으로 가면 더 많은 음식점들을 만날 수 있는데 베이커리 사이베리안의 히트 상품인 'footmark'를 꼭 먹어보자. 그 자리에서 구워주는 핫 샌드는 치즈가 듬뿍 들어가고 두툼한 햄이 끼워져 있는데 맛도 일품이고 디자인도 뛰어나다. 이 가게에선 고양이 '크로와상'의 모형을 자동차 지붕에 붙여 거리 판매를 하기도 하는데, 샌드가 담겨진 그릇이 바로 이 자동차를 본떠서 무척이나 예쁘다. 빵 위엔 고양이 발자국 모양이 있고 크로와상 모형의 집게가 달려져 있는 등 다 먹고나도 버릴수 없을만큼 예쁜 디자인이다. 실제로 이런 음식이 있다면 불티나게 팔릴 것 같다. 먹기 아까울만큼 예쁜데다 맛도 있으니 말이다.

 

 

 

나고 우체국 근처엔 서커스 극장이 있는데 언제나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쉬는 날은 월요일, 목요일이고 하루에 두번 공연을 하는데 팸플릿과 엽서 등 관광상품도 예쁘게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지갑을 열리게 만든다. 차표 디자인까지 고양이에 관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는 걸 보니, 나라 전체가 동화속 세상처럼 느껴진다. 서커스는 잭 노만 곡예사와 여러 고양이들이 공연을 펼치는데 이야기만 들어도 재미있어 보인다.

 

 

 

 

 

내게 큰 인상을 남긴 6살의 패트리시아. 한없이 가만히 지긋이 바라보는 저 표정에 웃음이 팡 터져버렸다. 언제나 저렇게 주인님을 바라보는데 뭔가 요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다. 이걸 애정표현이라고 해야하나? 소리도 안 내고 주인님을 지켜보는 저 근엄한 표정은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근데 밤에 보면 좀 무서울 것도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 행복해졌다. 하나같이 예쁘고 귀여워서 기분 좋게 봤고, 나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지 진짜처럼 느껴져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비록 허구의 나라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진짜라고 믿게 됐고, 그만큼 즐겁고 행복했던것 같다. 정말 이런 곳이 있다면 두번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짐을 꾸릴텐데..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정말 꿈결같은 곳이었고, 그래서 무척이나 좋았고, 책을 덮는 순간 실제로 가볼수 없는 나라라는 것에 아쉬움도 들게 했다. 모리 아자미노씨, 저도 나고로 초대해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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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 - 아이에겐 절대 읽어줄 수 없는 엄마.아빠만을 위한 그림책
애덤 맨스바크 지음, 고수미 옮김, 리카르도 코르테스 그림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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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사랑스러운 자식이지만, 부모도 사람인지라 아이들이 울면서 떼쓰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울컥 화도 나고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아이를 재우는 일은 지치고 피곤한 일 중 하나라 마음 속으로 해서는 안되는 말을 삼키기도 하고 그런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본 부모는 얼른 아이를 재우고 겨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아이가 따라주지 않으니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미워보이기 마련이다. 저자 애덤 맨스바크도 딸 비비안을 재우다 몇번이고 화가 난 경험이 있는데, 그걸 책으로 냈고 곧바로 부모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 사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이기에, 도발적인 제목이 그때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냈기에 속시원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이 책이 사랑받은 것이다.

 

 

마을 창문에 불도 다 꺼지고, 고래도 깊은 바닷속에 웅크리고 잠들었는데 내 아이만은 자꾸만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아기 양도, 아기 고양이도 쿨쿨 자고 있는데 왜 넌 안 자나며 "그러니까 제발 잠 좀 자라, 이 자식아", "젠장,이제 잘 거라고 약속해" 라는 격한 표현을 사용한다. 웃으면 안되는데, 아이가 절대 들으면 안 되는 표현인데도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온다. 부모들에게 이런 밤은 참 많기도 하다. 얼른 자 주면 좋으련만, 자꾸만 보채니 어르고 달래다가 급기야 젠장 하며 속으로 욕을 퍼붓게 된다. 그런 마음을 먹은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부모도 사람인걸!

 

"목 안 마른거 알거든? 뻥치지 말란 말이야" " 그만 쫑알거리고 잠이나 자란 말이야" "빌어먹을, 안돼. 화장실은 무슨 얼어 죽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침대로 가라니까!"...세상 모든 생물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요 조그마한 몸짓의 아이는 왜 안 자고 눈이 더 초롱초롱 해지는 건지 원. 아빠는 시간 까지 재면서 제발 자라고 간청을 하는 수준인데, 왜냐하면 얼른 재워야 오랜만에 아내랑 거실에서 영화를 볼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사자도 엄마 사자도 아빠 사자도 드르렁 드르렁 쿨쿨 자는데, 우리 아기만은 생긋 거리며 웃기만 할 뿐 도무지 잠 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고~속 터져! 낮이었다면 아이의 미소에 피로가 싹 풀리고 재롱 때문에 함박웃음이 될 테지만 지금은 밤인게 문제이다. 밤에 아이가 가장 예뻐 보일때는 바로 잘 때이다. 얼른 자 주면 얼마나 천사같아 보이는지~.

 

 

씨앗도 땅 속에서 깊이 잠들고 곡식도 고개 숙이고 농부를 기다리고 있다고 아이에게 대답해주고 있는데, 더 이상은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가 호기심이 생기고 질문을 하면 할 수록 꿈나라로 갈 여행은 시작도 하지 못하게 되니까! 잠옷을 입고 낙하산을 맨 아이는 즐겁기만 한데, 아빠는 점점 얼굴이 찌뿌려지고 험한 말이 나온다. 급기야 아빠 노릇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푸념까지 늘어놓는다. "제발 잠 좀 자라니까!"

 

 

울고만 싶은 아빠는 거의 포기 직전이다. 하얀 깃발을 들고 흔들어야 할 판인데 아이를 재우다간 자신이 먼저 자게 생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이 살포시 들었다가 깬 아빠는 그제서야 아이가 잔 걸 발견하게 된다. 올레!! 이제 조심조심 아이가 깨지않게 까치발을 들고 나가면 오늘의 임무는 끝이다. 제발 그대로 아침까지 푹 자라는 굿나잇 인사를 하면서..

 

 

이제 아내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들뜬것도 잠시, 팝콘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소리에 아이가 깨버렸다. 그리고 기다리다 지쳐 잠든 아내를 보니 오늘도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건 불가능 하구나를 깨달아버렸다. 이런 과정을 몇번이나 겪어야 아이 재우는 일에서 해방될까? 젠장젠장젠장. 아빠의 한숨에 웃음이 나면서도 왜 눈물이 나는건지. 부모가 된다는 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은 날 키우면서 이런 밤을 얼마나 많이 겪었을지~그걸 몰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에겐 절대 읽어주지 말라"는 책의 소개문구처럼 어른들만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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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 그림책으로 만나는 지리 이야기 1
김향금 지음, 김재홍 그림 / 열린어린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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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가 아홉살 땐 북동 마을에 살았고, 우리 엄마는 청계천 주변 동네에서 자랐어. 그리고 이제 막 아홉살이 된 나는 광진구 아파트에 살아. 3대가 각자 살던 곳이 다른데 어린시절 경험한 것들도 모두 다 달라. 100년이 지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한다는게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그럼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내가 사는 이야기를 들어볼래?"

"할머니의 어린시절, 그러니까 아홉살 연이가 살던 곳은 낮은 산에 둘러싸인 자그마한 마을이야. 기와집과 초가집 뒤엔 푸른 나무가 우거진 산이 있고 집 앞엔 밭이 있어. 새벽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어른들은 일하러 나가고,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이웃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가족처럼 지내"

옆 집에 밥 숟가락이 몇개인지도 알 만큼 그 시절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을 더 잘 알았던것 같다. 농사를 지으며 품앗이도 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면 마을 잔치도 하던 정겨움이 있던 시절이다.

하얀 저고리와 검정치마, 그리고 귀가 보일만큼 짧게 깍은 단발머리까지 그 시절 여학생의 모습은 똑같다. 일제시대를 겪은 연이는 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웠지만 8월에 해방이 되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풍족하지 않은 시절이었지만 우리들의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연이 또한 숙제도 하고 집안일도 돕고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지금도 시골에선 장이 서곤 하는데 연이에게 오일장은 손꼽아 기다리는 소풍 같은 날이다. 무엇보다 달콤한 팥죽을 먹을수 있었는데, 그만 이웃 마을 사내아이랑 부딪쳐 쏟아져 버렸다. 서럽게 엉엉 우는 연이를 엄마가 달래주고, 잘못을 저지른 사내아이는 미안한 표정으로 도망(?)간다. 그런데 이 사내아이와 연이가 나중에 커서 혼인을 하게 된다. 그 당시엔 양가 어르신들이 짝을 지어줬는데, 이날 만난 양쪽 집안 어른들이 장터 국밥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혼인을 결정한 것이다. 지금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 이다.

"외할머니가 결혼한 후 서울로 상경했는데, 이 곳이 바로 우리 엄마 근희가 아홉살 때 살던 청계천 부근 동네야. 할머니가 살던 동네처럼 기와집이 많이 보이는데,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빽빽하게 집이 들어서 있어. 그리고 그 안에 많은 가족이 살고 있으니 정말 복잡해 보이지? 조금은 불편할것도 같지만, 할머니 때처럼 이 시절에도 서로 돕고 알아가며 살았던것 같아."


돈을 벌기위해 농촌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경하자 도시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사람들로 넘쳐나게 됐다. 얼마나 많았던지 근희의 반엔 79명의 학생이 있었고 결국 오전반, 오후반 이라는 이부제 수업을 하기에 이른다. 나의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에도 이부제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그랬지~!!


연이가 산과 들에서 놀았다면, 근희는 좁은 골목에서 놀아야 했다. 그래도 동네 친구들이 많다보니 해가 질때까지 신나게 놀수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골목으로 쪼르르 달려나갔고, 그때마다 항상 많은 친구들이 있었기에 즐겁게 놀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그렇게 놀았었는데 가끔은 아파트 놀이터로 가서 그네와 시소도 타곤 했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이 아니라 마음 한구석엔 경비 아저씨가 나타나 뭐라고 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도 있어서 편하겐 놀지 못했던것 같다. 몇번 경비 아저씨가 내쫒은적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아파트 놀이터는 참 한산하지만 말이다.

"이젠 나, 은이가 사는 곳을 소개해줄께. 내가 사는 곳은 광진구로 '12동 503호'아파트에 살고 있어. 누가 이사가고 오는지도 모르고,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누가 사는지도 몰라. 그저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이웃끼리 겸연쩍은 인사만 나누는 동네, 그 곳에 방금 생일을 넘겨 아홉살이 된 내가 살아"


아파트 근처는 편의시설이 즐비하다. 연이처럼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오일장을 가는게 아니라, 슈퍼나 마트를 가면 된다. 학원,세탁소,식당 등 필요한 것들이 아파트 주변에 다 있기 때문에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엄마는 은이의 손을 잡고 어린 시절 살던 청계천으로 나들이를 가는데, 너무도 변한 모습에 당황스러워 한다. 아마 할머니도 북동마을에 가면 많이 놀라게 되지 않을까? 많은 개발로 인해 현재 우리의 주거지는 짧은 시간동안 몰라 볼 정도로 변해버렸고, 앞으로도 그 속도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변화된 주거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영향을 받아 변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 세대는 또 어떤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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