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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고양이와 동네 한 바퀴 -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 마을… 나고 ㅣ 나고 시리즈 3
모리 아자미노 글.그림, 윤지은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엔 제목의 '나고'를 일본의 '나고야'라고 잘못 읽었다. 작가가 일본인이니 당연히 나고야의 고양이들 이야기 일거라고 지레 짐작했는데 알고보니 '나고'라는 허구의 나라를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고'에 대한 설명이 워낙 자세하게 나오는터라 허구라는걸 알면서도 진짜 이런 곳이 있나 싶게 만든다. 지중해에 떠 있는, 고양이가 웅크린 듯한 특이한 모양의 섬인 '나고'라는 국가의 국기, 역사, 거리의 지명 등이 세세하게 소개되어있어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화폐단위와 숙박시설, 각종 축제와 멋드러진 가게, 냥베르크성, 나고역, 제코네 숲 등 소소한 정보까지 알려주니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실제라고 믿고 싶고 가보고 싶단 충동을 일으킨다.
고양이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고'에 도착해 작가가 발로 뛰며 만든 지도를 펼쳐들고 싶다. 일단 나고역에 도착하면 나고투어리스트에서 정보를 얻고, 책에 소개된 귀여운 고양이들과 인사도 하고, 짐은 호텔 발리니즈에 풀어야지. 숙박비는 비싸지만 가구나 인테리어가 고양이로 되어있으니 정말 행복할것 같다. 그 다음엔 모브네 카페에 가서 모브 그림 컵에다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커리하우스나고 에선 소시지 카레를 맛 봐야겠다. 모리 아자미노씨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이베리안 베이커리에 들러 빵도 사고 "당신 덕분에 이곳에 여행오게 됐어요"라고 인사도 해 볼까?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곳은 천국이다. 그리고 고양이들에게도 이 곳은 지상낙원이다. 약 22000 마리의 고양이들은 생활의 불편함이 없도록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고, 아이와 어른도 고양이들로 인해 큰 행복감을 갖는다. 나고의 모든 것이 고양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고양이 캐릭터가 없는 곳이 없고 시청의 공무원들의 일과중 하나가 고양이 에게 밥주고 청소를 하는 것일만큼 고양이가 충분히 대접받는 곳이다. 많은 고양이 수만큼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고양이들이 넘쳐 나는데, 작가가 선정한 재미있는 랭킹 순위에서 만날수 있다. 아름다운 눈동자, 재미있는 무늬,재미있게 자는 모습, 위대한 응가, 뚱뚱보 랭킹 등을 보면 실제로 이런 고양이들이 존재할 것만 같은 생생함이 느껴진다. 저자와 고양이와의 에피소드까지 첨부되니 더 그렇다.
각 고양이들의 이름과 생일,성별,특징,눈색깔 등의 프로필이 소개되고 일상이 담겨져 있는데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읽는 내내 꺄악~소리를 지르게 된다. 집고양이인 안드레아는 몹시 부끄러움을 타서 주인님 이외의 사람을 보면 숨기에 바쁘단다. 하지만 주인은 손님에게 귀여운 안드레아를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었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장난감으로 유혹해 나오게 만드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 작전이 성고을 거두었는데 그것도 잠시, 눈치를 챈 안드레아는 다시 부끄러워하며 소파 밑으로 몸을 숨긴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진짜 사랑스러움이 퐁퐁 솟아난다.
주인 몰래 밥을 훔쳐 먹고 있었던 파트라가 사건 현장을 들키자 마자 용서를 받으려고 귀여운 포즈를 취한다. 배불러서 행복해하는 저 기분좋은 얼굴과 포즈를 보라. 거기다 주인님이 화가나서 이름을 부르자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때릴꼬야?"라는 표정을 보라.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의 반짝반짝 눈빛공격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렇게 쳐다보는데, 저렇게나 귀여운데 어떻게 화를 내겠는가. 자신의 귀여움을 잘 이용하는 파트라의 수법을 알면서도 속아줄 수 밖에~!
생후 3개월 이내의 아기고양이를 작가는 '아기 개월' 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아기개월인 고양이들은 무슨 짓을 해도 용서 할수 있을 것 같다. 예쁜 눈과 귀여운 몸짓으로 쳐다보는데 어찌 혼을 내겠는가~이미 내 얼굴은 엄마미소가 떠오르고 있는데!
고양이들과 신나게 놀고나면 출출한 배를 채워줘야 할 시간이다. 나고야 카페에서 우유를 듬뿍 넣은 달콤한 카페라떼를 한잔 마시고, 모브스 카페에 가선 디저트를 맛보면 좋겠다. 이 곳의 주인은 모브 라는 뚱뚱한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데 테이블, 간판등 인테리어가 모두 모브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모리 아자미노씨가 나고야의 고양이를 그린 컵이 50개 이상 진열되어 있는데, 손님은 그 중에 하나를 골라서 커피를 마실수가 있다. 커피와 함께 몽블랑 캣, 허너허니 핫케이크, 모브 푸딩 스페셜, 모브 플레이트 등 달콤한 디저트들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하나같이 맛있어 보인다.
중앙과장 주변으로 가면 더 많은 음식점들을 만날 수 있는데 베이커리 사이베리안의 히트 상품인 'footmark'를 꼭 먹어보자. 그 자리에서 구워주는 핫 샌드는 치즈가 듬뿍 들어가고 두툼한 햄이 끼워져 있는데 맛도 일품이고 디자인도 뛰어나다. 이 가게에선 고양이 '크로와상'의 모형을 자동차 지붕에 붙여 거리 판매를 하기도 하는데, 샌드가 담겨진 그릇이 바로 이 자동차를 본떠서 무척이나 예쁘다. 빵 위엔 고양이 발자국 모양이 있고 크로와상 모형의 집게가 달려져 있는 등 다 먹고나도 버릴수 없을만큼 예쁜 디자인이다. 실제로 이런 음식이 있다면 불티나게 팔릴 것 같다. 먹기 아까울만큼 예쁜데다 맛도 있으니 말이다.
나고 우체국 근처엔 서커스 극장이 있는데 언제나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쉬는 날은 월요일, 목요일이고 하루에 두번 공연을 하는데 팸플릿과 엽서 등 관광상품도 예쁘게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지갑을 열리게 만든다. 차표 디자인까지 고양이에 관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는 걸 보니, 나라 전체가 동화속 세상처럼 느껴진다. 서커스는 잭 노만 곡예사와 여러 고양이들이 공연을 펼치는데 이야기만 들어도 재미있어 보인다.
내게 큰 인상을 남긴 6살의 패트리시아. 한없이 가만히 지긋이 바라보는 저 표정에 웃음이 팡 터져버렸다. 언제나 저렇게 주인님을 바라보는데 뭔가 요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다. 이걸 애정표현이라고 해야하나? 소리도 안 내고 주인님을 지켜보는 저 근엄한 표정은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근데 밤에 보면 좀 무서울 것도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 행복해졌다. 하나같이 예쁘고 귀여워서 기분 좋게 봤고, 나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지 진짜처럼 느껴져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비록 허구의 나라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진짜라고 믿게 됐고, 그만큼 즐겁고 행복했던것 같다. 정말 이런 곳이 있다면 두번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짐을 꾸릴텐데..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정말 꿈결같은 곳이었고, 그래서 무척이나 좋았고, 책을 덮는 순간 실제로 가볼수 없는 나라라는 것에 아쉬움도 들게 했다. 모리 아자미노씨, 저도 나고로 초대해 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