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 - 아이에겐 절대 읽어줄 수 없는 엄마.아빠만을 위한 그림책
애덤 맨스바크 지음, 고수미 옮김, 리카르도 코르테스 그림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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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사랑스러운 자식이지만, 부모도 사람인지라 아이들이 울면서 떼쓰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울컥 화도 나고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아이를 재우는 일은 지치고 피곤한 일 중 하나라 마음 속으로 해서는 안되는 말을 삼키기도 하고 그런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본 부모는 얼른 아이를 재우고 겨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아이가 따라주지 않으니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미워보이기 마련이다. 저자 애덤 맨스바크도 딸 비비안을 재우다 몇번이고 화가 난 경험이 있는데, 그걸 책으로 냈고 곧바로 부모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 사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이기에, 도발적인 제목이 그때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냈기에 속시원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이 책이 사랑받은 것이다.

 

 

마을 창문에 불도 다 꺼지고, 고래도 깊은 바닷속에 웅크리고 잠들었는데 내 아이만은 자꾸만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아기 양도, 아기 고양이도 쿨쿨 자고 있는데 왜 넌 안 자나며 "그러니까 제발 잠 좀 자라, 이 자식아", "젠장,이제 잘 거라고 약속해" 라는 격한 표현을 사용한다. 웃으면 안되는데, 아이가 절대 들으면 안 되는 표현인데도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온다. 부모들에게 이런 밤은 참 많기도 하다. 얼른 자 주면 좋으련만, 자꾸만 보채니 어르고 달래다가 급기야 젠장 하며 속으로 욕을 퍼붓게 된다. 그런 마음을 먹은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부모도 사람인걸!

 

"목 안 마른거 알거든? 뻥치지 말란 말이야" " 그만 쫑알거리고 잠이나 자란 말이야" "빌어먹을, 안돼. 화장실은 무슨 얼어 죽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침대로 가라니까!"...세상 모든 생물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요 조그마한 몸짓의 아이는 왜 안 자고 눈이 더 초롱초롱 해지는 건지 원. 아빠는 시간 까지 재면서 제발 자라고 간청을 하는 수준인데, 왜냐하면 얼른 재워야 오랜만에 아내랑 거실에서 영화를 볼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사자도 엄마 사자도 아빠 사자도 드르렁 드르렁 쿨쿨 자는데, 우리 아기만은 생긋 거리며 웃기만 할 뿐 도무지 잠 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고~속 터져! 낮이었다면 아이의 미소에 피로가 싹 풀리고 재롱 때문에 함박웃음이 될 테지만 지금은 밤인게 문제이다. 밤에 아이가 가장 예뻐 보일때는 바로 잘 때이다. 얼른 자 주면 얼마나 천사같아 보이는지~.

 

 

씨앗도 땅 속에서 깊이 잠들고 곡식도 고개 숙이고 농부를 기다리고 있다고 아이에게 대답해주고 있는데, 더 이상은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가 호기심이 생기고 질문을 하면 할 수록 꿈나라로 갈 여행은 시작도 하지 못하게 되니까! 잠옷을 입고 낙하산을 맨 아이는 즐겁기만 한데, 아빠는 점점 얼굴이 찌뿌려지고 험한 말이 나온다. 급기야 아빠 노릇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푸념까지 늘어놓는다. "제발 잠 좀 자라니까!"

 

 

울고만 싶은 아빠는 거의 포기 직전이다. 하얀 깃발을 들고 흔들어야 할 판인데 아이를 재우다간 자신이 먼저 자게 생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이 살포시 들었다가 깬 아빠는 그제서야 아이가 잔 걸 발견하게 된다. 올레!! 이제 조심조심 아이가 깨지않게 까치발을 들고 나가면 오늘의 임무는 끝이다. 제발 그대로 아침까지 푹 자라는 굿나잇 인사를 하면서..

 

 

이제 아내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들뜬것도 잠시, 팝콘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소리에 아이가 깨버렸다. 그리고 기다리다 지쳐 잠든 아내를 보니 오늘도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건 불가능 하구나를 깨달아버렸다. 이런 과정을 몇번이나 겪어야 아이 재우는 일에서 해방될까? 젠장젠장젠장. 아빠의 한숨에 웃음이 나면서도 왜 눈물이 나는건지. 부모가 된다는 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은 날 키우면서 이런 밤을 얼마나 많이 겪었을지~그걸 몰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에겐 절대 읽어주지 말라"는 책의 소개문구처럼 어른들만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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