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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 - 아이에겐 절대 읽어줄 수 없는 엄마.아빠만을 위한 그림책
애덤 맨스바크 지음, 고수미 옮김, 리카르도 코르테스 그림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1227/pimg_712130134723200.jpg)
한없이 사랑스러운 자식이지만, 부모도 사람인지라 아이들이 울면서 떼쓰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울컥 화도 나고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아이를 재우는 일은 지치고 피곤한 일 중 하나라 마음 속으로 해서는 안되는 말을 삼키기도 하고 그런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본 부모는 얼른 아이를 재우고 겨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아이가 따라주지 않으니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미워보이기 마련이다. 저자 애덤 맨스바크도 딸 비비안을 재우다 몇번이고 화가 난 경험이 있는데, 그걸 책으로 냈고 곧바로 부모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 사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이기에, 도발적인 제목이 그때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냈기에 속시원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이 책이 사랑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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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창문에 불도 다 꺼지고, 고래도 깊은 바닷속에 웅크리고 잠들었는데 내 아이만은 자꾸만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아기 양도, 아기 고양이도 쿨쿨 자고 있는데 왜 넌 안 자나며 "그러니까 제발 잠 좀 자라, 이 자식아", "젠장,이제 잘 거라고 약속해" 라는 격한 표현을 사용한다. 웃으면 안되는데, 아이가 절대 들으면 안 되는 표현인데도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온다. 부모들에게 이런 밤은 참 많기도 하다. 얼른 자 주면 좋으련만, 자꾸만 보채니 어르고 달래다가 급기야 젠장 하며 속으로 욕을 퍼붓게 된다. 그런 마음을 먹은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부모도 사람인걸!
"목 안 마른거 알거든? 뻥치지 말란 말이야" " 그만 쫑알거리고 잠이나 자란 말이야" "빌어먹을, 안돼. 화장실은 무슨 얼어 죽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침대로 가라니까!"...세상 모든 생물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요 조그마한 몸짓의 아이는 왜 안 자고 눈이 더 초롱초롱 해지는 건지 원. 아빠는 시간 까지 재면서 제발 자라고 간청을 하는 수준인데, 왜냐하면 얼른 재워야 오랜만에 아내랑 거실에서 영화를 볼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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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사자도 엄마 사자도 아빠 사자도 드르렁 드르렁 쿨쿨 자는데, 우리 아기만은 생긋 거리며 웃기만 할 뿐 도무지 잠 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고~속 터져! 낮이었다면 아이의 미소에 피로가 싹 풀리고 재롱 때문에 함박웃음이 될 테지만 지금은 밤인게 문제이다. 밤에 아이가 가장 예뻐 보일때는 바로 잘 때이다. 얼른 자 주면 얼마나 천사같아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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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도 땅 속에서 깊이 잠들고 곡식도 고개 숙이고 농부를 기다리고 있다고 아이에게 대답해주고 있는데, 더 이상은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가 호기심이 생기고 질문을 하면 할 수록 꿈나라로 갈 여행은 시작도 하지 못하게 되니까! 잠옷을 입고 낙하산을 맨 아이는 즐겁기만 한데, 아빠는 점점 얼굴이 찌뿌려지고 험한 말이 나온다. 급기야 아빠 노릇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푸념까지 늘어놓는다. "제발 잠 좀 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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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만 싶은 아빠는 거의 포기 직전이다. 하얀 깃발을 들고 흔들어야 할 판인데 아이를 재우다간 자신이 먼저 자게 생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이 살포시 들었다가 깬 아빠는 그제서야 아이가 잔 걸 발견하게 된다. 올레!! 이제 조심조심 아이가 깨지않게 까치발을 들고 나가면 오늘의 임무는 끝이다. 제발 그대로 아침까지 푹 자라는 굿나잇 인사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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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내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들뜬것도 잠시, 팝콘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소리에 아이가 깨버렸다. 그리고 기다리다 지쳐 잠든 아내를 보니 오늘도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건 불가능 하구나를 깨달아버렸다. 이런 과정을 몇번이나 겪어야 아이 재우는 일에서 해방될까? 젠장젠장젠장. 아빠의 한숨에 웃음이 나면서도 왜 눈물이 나는건지. 부모가 된다는 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은 날 키우면서 이런 밤을 얼마나 많이 겪었을지~그걸 몰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에겐 절대 읽어주지 말라"는 책의 소개문구처럼 어른들만 읽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