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일부를 가리고 산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창피해서, 상처를 줄까 봐 원망을 들을까봐 매끄럽고 평온해 보이는가면 뒤에 숨기고 있던, 누군가의 또 다른 얼굴을 보게 되더라도 지나치게 상처받거나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안에 숨어 있던 추악함, 시기심과 죄의식, 두려움과 조바심 같은 감정들을 맞닥뜨려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사람의 마음이란 한지를 여러 번 접어 만든지화처럼, 켜켜이 쌓은 페이스트리의 결처럼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빛과 어둠이 술렁이며 그려놓는 그림. 그것이 마음의 풍경이다. - P28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일곱 편의 이야기들이 실린『여름 거짓말』에는 이렇듯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어떤 식으로든 타인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슐링크는 사람이라면누구나 하는 크고 작은 거짓말과 그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의 영역을 섬세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어째서거짓말을 거듭하는 걸까?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휴가가 삶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때로 진실을 괄호안에 넣어두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 P42
그러고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람에게 누구나 저마다 누려야 할 몫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좌절, 자유와책임이 있음을 깨닫고 존중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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