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 비를 내립니다. 존재 자체만으로자기가 속한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거지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유명한 동화 때문인지 나무는 모든 것을 내주기만 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나무가 하는 모든 행위는 자신을 위한 것이다. 미얀마의 사막에서 비구름을 불러 모으는 나무도, 산 중턱에서 비를 내리는 침엽수도 실은 자신의 생존에필요한 수분을 얻기 위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하지만매 순간 치열하게 살아온 흔적이 나무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을 이롭게 한다. 주어진 자리가 아무리 척박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꿋꿋하게 살아간 결과가 나무 자신을 살리고, 다른 모든 생명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 P112

잘려 나간 나무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관점에서 느끼는 사사로운 감정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나무가 성목이 되기 전에 목숨을 잃는다. 1미터는커녕 한별도 안 되는 빽빽한 공간에서 발버둥치다가 사라지는 그들의 역할은 일종의 ‘페이스메이커‘다. 
- P117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지불인天地不仁‘, 즉 하늘과 땅은 어질지않다고 말했다. 하늘과 땅은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그저 내버려 둘 뿐 보살피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연을 자애로운 어머니의품에 비유하는 것은 인간의 착각일 뿐 통계만 보더라도 노자의 말은 틀리지 않다. 모든 나무는 통계학상 평생을 통틀어 한두 그루의자손만 남긴다.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사는 나무가 1년에 수천 개의씨앗을 맺는다고 가정했을 때 실로 어이없는 숫자다. 나머지는 대부분 싹이 트지도 못한 채 썩거나, 어렵게 싹을 틔워도 경쟁에 뒤처져 도태되고 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수의 씨앗과 나무가 줄지어 생명을 다하고 있다. 그것은 결코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저 자연의 이치일 뿐이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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