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의미 없던 일이 유의미한 일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가치 있던 일들이 무가치해지기도 한다. 인간의 행동 양식은 늘 비슷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행동에의미가 부여되고 다수가 그 행동을 반복할 때, 비로소 역사는 바뀐다. 만조 때 바다에 나가면 밀물이 밀어닥치는 것만이 보인다. 반대로 간조 때는 썰물이 되어 모든 게 빠져나가는 것처럼만 보인다. 그러나 밀물과 썰물은 늘 변함없이 반복되는 바다의 모습일 뿐이다. 그런데 또 길게 보면 매일매일 반복되는 그 밀물과 썰물은 결국 지형을 바꾸고 만다. 하루하루를 사는 동시대인들에게는 비슷비슷한행동의 반복으로 보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결국은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역사는 인류가 ‘의미‘를 찾고, ‘의미‘를 살고, 그 ‘의미‘의 핵심을 후대에 전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23
이런 의미를 문화사회학적으로는 ‘밈‘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수전 블랙모어는 밈을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 라고 정의한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적 유전자로서 재현과 모방을 되풀이하며 전승되는 언어, 노래, 태도, 의식, 기술, 관습, 문화를 통칭한다. - P24
역사적 사건에예술을 일대일로 대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간사에는 사실과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해석과 꿈,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 P25
종의 보존을 위해 대부분의 동물들은 동족을 먹지 않는다. 인간도 같은 인간을 먹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너무나 거친 일들이 있었다. 이는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탐욕 때문이었고, 그 탐욕을 합리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이었다. 나와 다른 인종, 족속, 다른 외국인을 죽이는 것은 모든 전쟁의 명분으로 합리화되었다.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모적으로 대립하며 목숨을 잃었는가? 끝끝내 공존의 필요를 깨닫지 못한이기적인 태도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다름,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면결국 인간은 서로를 죽이게 된다. 여기서 예술은 큰 역할을 한다. 프루스트는 "예술 덕분에 우리는 단 하나만의 세계, 즉 우리 세계만을 보는 대신, 그 세계가 스스로 증식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따라서 독창적인 예술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임의에게 맡겨진 만큼의 많은 세계를 얻을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예술이 지향하는 것은 다양한 세상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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