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도, 어떤 동기도, 어떤 절망도, 어떤 유토피아도 갖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남들에게 가장 쉽게 이용당한다. - P36

몸을 마음과 분리된 것으로 품평하려는 것은 당신의 성격을 수시로 변하는 당신의 그림자 윤곽으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
- P38

당신의 몸은 숨을 쉬고 코를 골고 웃고 울고 당신을 아침부터저녁까지 운반하는 기적으로 존중받는다. 그래서 당신은 의문의여지없이 몸을 사랑한다. 당신은 자신에 대한 사랑을 통해 타인에대한 더 큰 사랑을 경험한다. 어떤 몸도 한 사람을 내부나 외부로부터 처벌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 - P40

어떤 식으로든 계획된 단체 모임은 재앙을 예고한다. 여기 현실세계에서 내 일상의 문제들은 거의 모두가 이미 잡힌 약속에 대한혐오에 뿌리를 둔다. 내 인생에서 약속을 몰아낼 수만 있다면 기분이 적어도 13퍼센트는 나아질 것이다. - P45

아, 맙소사. 또 여기로 돌아왔네. 내가 남자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진짜로 싫어하지 않는다. 그냥 서점에 여성학이라고 이름붙은 조그만 칸이 따로 있는 게 너무 화날 뿐이다. 남자가 작은 칸을 차지하면 왜 안 되지? 대부분의 책은, 인간에 대한 책은, 왜 여자들이 쓰면 안 되지? 나는 그냥 인간으로 불리고 싶다. 여교사니여의사니, 여‘ 자를 덧붙이는 것도 그만두면 좋겠다.
- P51

엄마는 ‘인간이 두 끼만 먹어도 전쟁이 멈출 것‘이라고 매일 짜증을 부리셨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계급성을 음식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완벽한 식단에 대한 강박과 자부심이 컸다. 내가 어른이 되고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이문제였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평생을 남의 밥걱정을 하고 살아야 한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문명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 P54

그래서 작업을 거는 게뭔지, 자빠뜨리는 게 뭔지 알아냈어요. 박는 것과 박히는 것도 알아냈죠. 걸레랑 선수의 이중 잣대에 관해서도 알아냈어요. 처녀성은 잃지만 총각 딱지는 뗀다는 것, 섹스가 흔히 제로섬 게임이 된다는 것, ‘걸레‘라는 딱지를 피하려면 따라야 하는 규칙이 있다는것도 알아냈고요. 이 모든 정보를 부지런히 분류하면서 말 그대로계산 프로그램으로 총합을 구하려던 우리는 그게 불공정한 게임임을 알게 됐어요. 수치에 관해 알게 됐지요. 여자들한테 섹시함‘을 요구하고는 섹시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경멸하는 이상한 모순의 문화에 관해, 알아낼 수 있는 건 다 알아냈어요. 그 문화가 섹스에 대한 묘사로 흠뻑 젖어 있으면서도 막상 실제 섹스에 관한이야기는 몹시 불편해한다는 것, 성 해방을 찬양하면서도 두려워한다는 것, 섹스라는 게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까지요.  - P67

 "여자들은 갈수록 높아지는 성적 주체성을 누렸어도 여전히 성적 문지기 구실을 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남자들의 성은 생래적으로 포식자의 것으로 여겨졌고, 여자들은자신의 성이 (젠더 불평등과 성을 둘러싼 수치심의 복잡한 상호작용을통해) 남자의 성을 자극하거나 자극하지 않도록 알아서 관리해야하는 책임을 맡았다." 이런 기조였지요.
- P68

"그건 그냥 섹스일 뿐이야." 섹스를 하찮게 만드는 한편으로 섹스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주장하는, 참 묘한 방식이지요. - P73

그들이 섹슈얼리티를자신들이 열망한 모든 것과 가망 없이 단절된 것으로, 실은 종종대립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사실도요. 섹스와 사랑 사이에, 육체와감정 사이에, 단순한 쾌락과 그 이상의 무언가 사이에 선을 그어버렸어요. 섹스가 모든 것을 의미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하고는그릇된 이분법에 따라 섹스를 아예 무의미한 것으로 무시하기 시작했어요.
- P73

없을 것이다. 전에는 내 말을 들어 달라는 신호를 보내려면 소리를 질러야 했다. 진지한 대우를 받으려면, 내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보이려면 왜 꼭 소리를 내야 할까? 여자한테는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 인정받으려면 소리를 내야 하는데, 큰소리를 내면 여자답지 못하다고 외면당한다. 내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에서는 내가알맞다고 느끼는 소리로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 - P82

여자라는 이유로, 아이라는 이유로, 레즈비언 게이 · 바이 · 트렌스젠더라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몸과 마음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슴 아픈 일을 겪을 일이 없잖아, 여기는, 우리는 서로 다 다른 빛으로 빛나고 있지. 하지만 그곳처럼, 당신이 죽어야 했던 그곳처럼 그 빛을 꺼뜨려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없잖아. 그저 자기 자신으로 빛나고 있을 뿐.
이곳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목소리로 노래 부를 수 있지. 정해진 목소리가 아니라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없어.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약하다면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잖아.
- P89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을 텐데. 차별이니 폭력이니 학대니, 그런 것들을 처음부터 아는 사람이 있었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배워 나갔겠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감춰야 하는구나, 나를 숨기고 나를 고치고 나를 세상에 맞게바꿔야 하는구나.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 짓밟아야 하는구나. 세상이 내 몸에 붙이는 온갖 편견들이 진짜라도 되는 것처럼, 다른 이들의 몸에도 편견의 딱지를 붙이고 살아가지. 다르다는 말과 틀리다는 말을 섞어 쓰면서 말이야.
- P88

더 약한 인간이라는 이유로 학대하고 이용하면서 그것이 모두당신 탓이라고 말했지. 당신이 당신의 빛깔로 피어날 수 없다고말했어. 당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권력과 만족을 위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협박했지. 당신 가슴에서 쿵쿵 울리는 소리, 당신의 진짜 마음을 듣지 못하도록 귀를 막고 살라고 했어. 그렇게 상처받은 마음으로 자기 자신의 어리석음을 원망하라고 했지, 다 네 탓이라고.
- P89

이곳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지. 어떻게 차이가 위계가 될 수있는지, 사람 사이의 높낮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들이만들어 놓은 위계라는 것이 어떻게 인간을 해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심지어 타고난 성별과 성적 지향으로 인간을 차별할 수있다는 개념을 결코 이해할 수 없지.
우리는 겨우 저쪽의 세계를 상상해 봐. 생명과 존엄조차도 공평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곳, 당신이 흘리는 눈물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자기가 저지르는 일들이 반동이 되어 자기 자신을 해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 P90

젓가락 같은 몸매와 바비인형을 모방하는 행위를 그만뒀으면 했다. 몸을 모방한다는 것은우리의 몸과 우리 자신이 구분된다는 생각 때문에 가능하다. 영혼(자아)을 몸과 구분하거나 떨어트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몸과 자아 사이에 거리가 없다면 몸은 (유행하는 식이요법, 단식, 보정속옷 같은 수단으로) 통제해야 할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통제는, 극단으로 치달으면, 몸이 더는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님을 뜻하게 된다.
- P93

그 말씀을 들으니 주변인 개입이라는 개념이 떠오르네요. 성폭력을 멈추는 데 모두가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사람들은종종 자기 팀의 일원이 무슨 짓을 하든 싸고돌기 때문에, 공동체가끔찍한 학대의 현장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공동체는 가치와 관심사를 공유하잖아요. 팀은, 우리가 그들을 스포츠 팀으로 보든 같은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공동체로 보든, 서로 책임을 지우는 방식을결정할 수 있죠. 그래서 맹목적인 지지가 아니라 가치를 중심에 둔헌신이 중요한 것 같아요.
- P103

나는 내 공동체의 다른 일원들과 교류할 수 있고, 폭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변화무쌍한 도시의 화려함을 감상할 수 있다. 내가 한 남자에게 웃음을 보이면, 그는 내 몸에서 발산하는 즐거움을 느낄 뿐 굳이 내 몸을 만지고 싶다는 충동은 느끼지 않는다. 우리는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고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인사를 나눌 수 있다. - P130

우리 별은 아주 작고 작아서, 그 안에서 조각조각 나뉜 나라란게 우스워 보일 지경임을 알 것을우리 모두가 하나하나의 나라이며 그 모임은 더 큰 생명의 일부임을 알 것을그게 바로 내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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