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중국인들은 과거의 이 한 부분을 뒤에 남겨두고 전진하는것으로 만족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중국인들이 그 길을 택한다면, 세계인들 역시 그들과 함께 전진하려 할 것입니다.
- P479

과거를 누가 통제할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랜 세월 동안 갖가지 형태로 우리 모두를 괴롭혔으니까요.  - P483

국가는 공간이라는 요소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요소도 함께 보유합니다. 시간의 변천에 따라 국가는 성장과 쇠퇴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민족을 예속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그 후손들을 해방시키기도 합니다. - P484

 사람들은 언제나 ‘주권‘이나 ‘사법권‘ 같은 용어를 단지 책임 회피용으로, 또는 거치적거리는 굴레를 끊어 버릴 때사용하는 편리한 도구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독립‘을 선포하면 과거는 순식간에 망각됩니다. ‘혁명‘이 일어나면 기억과 피로 얼룩진원한은 어느 날 갑자기 깨끗이 지워져 버립니다. ‘조약‘에 서명하면과거는 한순간에 땅속에 묻혀 사라져 버리지요. 현실의 삶은 그런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데 말입니다.
- P487

전쟁은 그런식으로 에번의 삶을 결정지었던 겁니다. 모든 중국인에게 그랬던것처럼요. 본인은 그 여파를 다 알지 못했겠지만요.
에번에게 역사에 대한 무지는, 그것도 여러 면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결정지은 역사에 대한 무지는, 그 자체로 죄악이었습니다.
- P497

비참한 사건이 일어났다‘느니 ‘고통이 뒤따랐다‘느니 하는 식의목적어 없는 자동사 구문 뒤에 숨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 P522

우리가 부분적으로 부정과 은폐의 공범인 까닭은, 우리가 스스로의 양심보다. 그러한 잔학 행위의 오염된 열매를 더 귀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 P522

홀로코스트 추모비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선언의 가치는 오로지우리가 희생자들과 인류애라는 공통된 유대관계를 지닌다는 것, 또우리가 731부대 도살자들 및 그들에게 허락과 지시를 내린 일본 군국주의자 집단의 잔악성과 야만성에 한뜻으로 반대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데에 있습니다.
- P523

 만약 우리가 ‘전략적 이유 때문에 단기적인 이익이 될 어떤 것을 얻으려고진실을 희생시킨다면, 그러면 우리는 2차 대전이 끝났을 때 우리선배들이 저지른 과오를 단순히 되풀이할 뿐입니다.
- P524

평화‘나 ‘사회주의‘ 같은 보편적 이상의 기치 아래 과거를 잊어버리고, 전쟁의 기억과 애국주의를 결합시키고, 희생자와 전쟁 범죄자 모두를 추상적인 상징으로 만들어 국가에 복무시켰던 겁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추상적이고 불완전하고 단편적인 기억을 보유한 중국과 침묵하는 일본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 P531

부정론자들은 잔학 행위의 희생자들에게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고있습니다. 그들은 단지 고문자와 살인자의 편에 서 있기만 한 것이아니라, 희생자들을 역사에서 지우고 침묵시키는 행위에도 가담하고 있는 겁니다. 희생자들을 새롭게 죽이고 있다는 말입니다.
- P536

마찬가지로 어떤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보다 더 진실에 가까우며, 우리는 언제나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완전하고 완벽한 지식을 결코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은 악을 심판하고 악에 맞서야 할 우리의 도덕적 의무를 면제해 주지 않습니다.
- P538

문화란 단순히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생생하고 본능적인 공감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 P542

 그러나 공감과 개인 서사의 극히 주관적인 관점을 역사에 덧붙인다고 해서 진실이 훼손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오히려진실의 가치를 높입니다. - P543

역사라는 급류 속에서 태어나는 이상 우리가 할 일은 헤엄치는것 아니면 가라앉는 것뿐, 운이 없다고 불평하는 건 우리 몫이 아니니까요.
- P555

제 외할아버지 또한 저라는 사람의 일부이고, 외할아버지가 한 일은 제 어머니와 저와 제 아이들의 이름으로 저지른 짓이었습니다.
- P556

어떤 사람에게 괴물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은 그 사람이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딴 세상에서 온 존재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괴물이라는 말은 애정과 두려움이라는 굴레를 끊어 버리고 우리가 그들보다 더 나은 존재라는 느낌을 주지만, 그래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건 간단하지만 비겁한 짓입니다. 이제 저는 외할아버지 같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어야만 그가 초래한 고통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압니다. 괴물 같은 건 없습니다. 우리가 괴물인 겁니다.
- P556

진실은 연약하지 않고, 누가 부정한다고 해서 훼손되지도 않습니다. 진실은 아무도 진짜 이야기를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숨을 거둡니다.
- P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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