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두 가지를 볼 수 없다. 하나는 자신의 얼굴이다. 그래서거울이 필요했다. 또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볼 수 없다. 자신의 죽음을 보여 주는 마법 거울은 발명되지 않았다. 볼 수 있는 것은 타인의죽음뿐이다. 타인의 죽음은 타인의 것이 아니다. 죽은 자는 더 이상자신의 죽음에 관여할 수 없다. 그것은 내 죽음을 비춰 주는 거울이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죽음을 배우고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다. 지구상에 태어난 누구도 피할 수 없었던오래된 문제, 죽음, 4800여 년 전 쓰인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의 핵심 내용도 죽음이었다! 그리고 이 죽음으로부터 예술과 종교가 자라나왔다.
- P93

현대인의 타나톨로기는 과학의 힘을 빌려 죽음으로부터 죽도록달아나는 일이다. 현대인들은 죽음이 가져다주는 정신적인 성숙을 거부하고 오로지 육체적인 삶을 연장하는 데에만 몰두할 뿐이다. 우리가 여전히 흥미를 가지고 『길가메시』를 읽고, 데이미언 허스트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이 작품들이 우리가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상키시키기 때문이다. - P103

 거울을 보고 ‘이만하면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출근을 하듯이,
나는 오늘도 죽음을 타인의 것으로 미루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나 문밖에 있는 타인의 죽음은 결코 타인만의 것이 아니다. 전쟁기난, 사고 등 슬픈 죽음이 많이 일어나는 사회에서 나와 내 가족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타인의 죽음에 대해 냉정한 사회는 철학적으로빈곤한 사회이며, 비인간적인 사회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돈을 그러모으고, 영원히 살 것처럼 권력을 휘두르는 오만한 자에게 보내는 삶의 경고가 타인의 죽음이다. 죽음은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고마운 거울이다.
- P104

데이미언 허스트
Damien Hirst, 
1965-

1995년 터너 상을 수상한 영국의 설치작가. 1988년에 골드스미스 미술학교졸업전인 ‘프리즈‘전을 유명하게 치러내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의 에너지와 끊임없는 창의력, 직관적이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작품은 젊은 영국 아티스트들을통칭하는 yBa(young British artists)들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설치, 조각, 회화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며 예술과 과학, 팝 문화의 경계에 도전한다. 허스트는 일상의 경험들(사랑, 삶, 죽음, 충성과배신)에 대한 불확실성을 생각지 못한 자유로운 기법으로 탐구한다. 죽음을직접적이고 충격적으로 표현해 ‘악마의 자식‘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 P105

길가메시

길가메시 서사시가 기록된 점토판길가메시 신화는 최초의 문명이었던 메소포타미아 남쪽 수메르의 도시 우르크를 다스렸던 왕의 전설이다. 기독교의 성경,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게르만 민족의 최초 서사시 『베어울프, 그리고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웅 문학의 시조가 되는 작품이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그일부가 최초로 번역이 되었을 때 인류 최초의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는 죽음의 공포에 대한 위대한 서사시"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P106

영혼에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이라는 영광이, 혹은 위로가 주어지지만 육체의 성장의 끝에는 노쇠와 소멸만이 존재한다.
- P109

늙어 가는 사람의 지혜는 오줌 주머니뿐만 아니라 "내 이명, 내 신트림, 내 불안증, 내 비출혈, 내 불면증" 같은 노쇠의 징후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금씩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몸이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함께살아가는 동거인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 P109

늙어 가는 나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몸 구석구석이 다 퇴화하고 있는데도 삶의 환희는 변함없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욕망의생생함과 육체의 쇠락이라는 불균형은 노화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 P110

자식보다 애틋했던 손자를 앞세운 노인의 일기는 자포자기의 말로 가득하다. 주인공은 누군가가 떠난 뒤 결국 우리가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우리 몸에서 풍겨 나오는 것들, 즉 실루엣, 걸음걸이 목소리, 미소, 필체, 몸짓, 표정, 냄새, 촉감"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몸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도 사무친다는 말이다. 그리움은 관념이 아니라 그렇게 구체적이고 생생한 것에 대한갈구이다.  - P114

루치안 프로이트
Lucian Freud,
1922-2011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 나치의 탄압을 피해 가족이영국에 정착, 영국의 대표적인 화가가 되었다. 사실주의 초상화가라고 하지만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프로이트가 작품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1950년대는 초현실주의의 물결이추상화로 넘어가고 있었던 때로, 구상 인물화의 자리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떤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의 길을 간 루치안 프로이트는 인간의 몸(body)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창안해 냈다. "내가 진짜로 흥미를 느끼는 것은 동물로서의 사람이다." 그는 "당신의 육체는 바로 당신이다. "라고 말 하는 듯하다.
- P116

다니엘 페나크
Daniel Pennac 
1944-

다니엘 페나크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나 군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자랐다. 파리 근교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뒤 다문화가 특징인 동네를 배경으로 말로센 시리즈‘ 여섯 권을 출간했는데 각 권이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프랑스의 인기 작가가 되었다. 2007년 자전적 에세이 『학교의 슬픔으로 르노도 상을 수상했다.
몸의 일기』의 주인공은 "두려움은 내 인생의 유일한 열정이었던 것 같다."라는토머스 홉스의 고백이 바로 자신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그렇게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맞서는 한편 몸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 P117

사 아닌가? 요즘은 웰빙만큼 웰다잉이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한다. 그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는 웰빙은 과시적인 유행이되었고 그저 마케팅의 일환이 되었다. 웰빙을 위한 상품 구입이 웰빙을 대체하지 않았는가? 웰빙이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철학적 태도와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했던 것처럼 웰다잉도 마찬가지이다. - P125

빌럼 칼프
Willem kalf
1619-1603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가. 네덜란드에서는 화가들 사이에서 장르상의 분업이 발달했는데, 칼프는 정물화의 대가로 널리 알려졌다. 로테르담의 부유한 상인 집안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했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명백히 황금기의 네덜란드 화풍이었고, 앙투안 르냉 같은 프랑스 현지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어두운 배경으로 몇 개의 정물화를 세밀하고 우아하게 그려 넣는 칼프의화풍은 동시대 다른 네덜란드 정물화가들의 작품과도 확연히 구별된다. 렘브란트의 영향을 반영하는 어두운 배경에 호화로운 금은 식기들과 동양의 도자기들을 장식적으로 배치하여 독창적으로 표현해 낸 장엄한 작품들은 바니타스정물화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과시용 정물화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냈다.
- P127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Luis Fernando Verissimo, 
1936-

엉뚱한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유머로 유명한 브라질 작가. 아버지를따라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대학은 다니지 않았으나 에디토라 글로브‘ 출판사 미술부에서 일하면서 영어 번역을 하기도 했다.
재즈를 좋아하고, 신문사에서 논객, 카투니스트 등 다양한 글을 썼으며 예순권이 넘는 책을 출판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는 브라질의 인기 작가이다. 특히 『비프스튜 자살클럽(천사들의 클럽)』은 뉴욕공립도서관의 ‘올해의 책으로선정되는 등 해외에서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 P128

지상의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나이가 들고 병들고 죽는다. 누구도 피할 수 없이 그렇다. 생로병사의 고단한 길에 우리는 웃고운다. 지상에서는 어떠한 것도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사후 세계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국이 천국인 이유는 그 행복, 그 기쁨이 영원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옥이 지옥인이유는 그 고통, 그 괴로움이 영원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지옥은 그 고통을 끝낼 수 있는 죽을 희망조차 없는 곳이다. 지금힘들더라도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면서 우리는 노력한다. 우리에게는 시간이라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력만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반대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화의 희망이 없는 곳에서는 현실도 지옥이 되고 만다.
- P133

오귀스트 로댕
Auguste Rodin, 
1840-1917

근대 조각의 새로운 장을 연 프랑스 조각가. 생계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칠년간 건축장식업에 종사했는데 이때 여행한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미술에 영향을 받고 프랑스로 돌아와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8년 살롱전에서3등상을 받은 「청동시대는 선배들의 작품과는 다른 매우 사실적인 표현으로 충격과 불쾌감을 동시에 일으켰으며, 이후 「지옥의 문」, 「생각하는 사람 등을 통해 당시 건축의 장식물에 불과했던 조각을 웅장한 예술의 위치로 올려놓았다.
- P141

단테 알리기에리
Durante degli Alighieri, 
1265-1321

피렌체 출생의 시인, 아홉 살 때 처음 만난 베아트리체를 평생 연모하여 그의모든 작품들은 그녀와의 사랑과 연관이 있다. 『신곡』에서는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천국의 문 앞에 이르게 된다. 정쟁에 휩싸인 단테는 계략에 빠져 고향 피렌체에서 추방당했다. 추방된 지 이 년 후인 1304년에 『신곡』의 집필을 시작해 십칠 년 뒤인 1321년에 이 작품을 완성하고 사망한다. 최고의 도덕주의자시인인 단테는 『신곡』으로 중세를 정리하고 르네상스를 열었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도움으로 지옥을 여행한다. 지옥을 여행하면서 그는 중세적인 도덕에충실히 입각해서 때로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 인간적인 문제에는기꺼이 공감하며 동시대의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 P142

츠베탕 토도로프의 말에 따르면 그림은 언제나 그려진 것에 대한 예찬이다. 화가가 그 장면을 도덕적으로 그리고 미학적으로 그려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리는 것이다. 고흐에게 의미가있는 저녁 식사는 서양미술사에시 숱하게 그려진 예수의 최후의 만찬이나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를 유혹하기 위해 식초에 진주를녹여 마시는 화려한 잔칫상 같은 거대한 것들이 아니었다.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소박한 저녁 식사의 의미를고흐는 잘 알고 있었다.
- P144

그리고 가을의 덕수궁에서 만난 유순이. 유순이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 준다. 삶은 감자를 건네 준 나, 다락에 잠을재워 준 나, 거지라고 놀려 대는 마을 아이들 속에서 유일하게 제 편이 되어 준 나,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끄집어 낸다. 그런일들은 기억이 나지 않고, 주인공의 기억 속에서 유순이는 "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등이 짓무르도록 아이를 업고 있었던", "금촌댁네에서 아기 보던 여자애 였다. 결국 나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은 나가아니라 ‘너였던 것 아닐까? 반대로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결국 ‘나‘가 아닐까?
- P148

"내가 이미 누군가의 존재를 잊었듯이, 나의 존재를 기억할 나의증인들도 사라지겠죠. 나의 아버지를 시작으로 해서 이제 나는 끝도 없이 나의 증인들을 잃어 갈 것입니다."
- P151

죽음을 생각하면 인생은 쓸쓸하기 짝이 없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 떠난 자리에 태어나서 살다가 또 후손에게 자리를 비워 주기 위해떠나야 하는 상실의 자식들이다. 주인공은 다시 질문한다. 그러면 한사람의 일생으로부터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 고흐가 담을 할 차례다. 고흐는 이 그림의 핵심이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이라고 말했다. 삶의 쓸쓸함을 견디게 해 주는것은 다만 거친 밭일을 끝내고 돌아온 뒤 허기 앞에서 나보다 더 배고플 누군가에게 따뜻한 감자 한 알 권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 P152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살아서보다 죽어서 더 유명해진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전도사가 되었으나 지나치게 열정적이어서 설교를 두 시간이나 하는가 하면, 순수한 마음으로 창녀를 도와주지만 오해만 받았다. 동생 테오의 권유로 그림을 시작했는데 파리에서도 동료들로부터 소외를 당했다. 신인상주의 화가 폴 시냐크는 고흐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손짓을 하고, 여전히 꽤 젖어 있는 커다란캔버스를 휘둘러 대며 자신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감을 끼얹었다." 이외에도 고갱과의 갈등 때문에 귀를 자르는 등 여러 기행에 관한 일화를 남겼지만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중요한건 뜨거운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것"이므로,
- P154

신경숙
1973-

전라북도 정읍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상경하여 구로공단에서 일하면서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문학에 대한 동경을 발판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서울예전에서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이러한 체험은 신경숙의 작품 세계에 배어있는 깊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토대가 된다. 1995년 「깊은 숨을 쉴 때마다」로현대문학상을, 2001년 「부석사」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특히 엄마를 부탁해』(2008)로 해외에 한국문학을 알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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