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무엇에든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좋았다. 돈을 내면 권력이 자신에게 넘어오니까. - P233
레귤레이터는 언제나처럼 루스의 기분을 침착하게 유지하며 정보를 받아들이게 한다. 쓸모 있는 정보만을 - P243
정보는 값진 것이고, 그래서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정보 자체는 누구도 자유롭게 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 그 정보를 소유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 P251
워처는 그 사람들을 단지 검색 도구로만 이용한다. 인력으로 돌아가는 다중 지성 검색 엔진으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생판 모르는 낯선 이에게 정보를 넘겨주려고 얼마나 안달하는지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사람들은 답을 먼저 알려 주려고 앞다퉈 덤빈다. 자기가 얼마나 박식한지 보여 주려고, 워처는 그런 소소한 허영심을 즐겁게 착취한다. - P252
언제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할지 모르는 대중의 분노야말로 공산당이 유일하게두려워하는 것이므로, 대거는 이렇게 빈정거렸다. 만약 중국에서혁명이 일어난다면 그 출발점은 대중 연설이 아니라 첩들일 거야.‘ 그 순간 워처의 머릿속에 불이 번쩍 켜졌다. 비밀을 쥔 자에게서비밀을 아는 자에게로 권력의 고삐가 넘어가는 순간이 눈에 선히보이는 듯했다. - P253
레귤레이터는 고통을 무디게 하고 슬픔을 틀어막고 상실감을 마비시켰다. 후회를 억제했고, 아예 잊은 척하는 것도 가능케 했다. 루스는 간절히 원했다. 레귤레이터가 가져다주는 차분함을, 그리고 무고하고 평온한 명쾌함을. - P264
루스는 새삼 떠올린다. 남자 형사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레귤레이터에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 장치가 직관과감을 무디게 한다면서. 그러면서도 정작 루스가 자신들의 의견에용감하게 맞설 때면 언제나 루스에게 레귤레이터는 켰냐고 물었다. - P280
루스는 가능성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싶지만, 그리하여 결정을 내리고 싶지만, 후회와 슬픔과 분노가, 참을 만한 수준으로 레귤레이터가 감추고 억눌렀던 그 감정들이, 이제 더욱 날카롭게 솟구친다. - P305
이것이야말로 정상적인(regular) 세상의 모습이다. 명쾌함도, 구원도 없다. 모든 합리성의 끝에는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과 품고살아가야 할, 그러면서 견뎌야 할 믿음뿐이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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