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는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은 분주해진다. 말을 할 때마다 몸이 반응하는 것은 물론이요, 세 가지 심리적인 시스템도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사람의 ‘말 한마디‘ 속에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감정과 공식, 습관이 녹아 있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자신의 내면을살펴보는 일과 맞닿아 있다. - P56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른다. 그것이 속상함인지, 당황스러움인지, 슬픔인지, 놀람인지. 그 정체를 배운 적이 없다. 그저낯선 상황,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판단이 들면 반사적으로 아무감정이나 골라잡아 내지른다. 물론 그 감정을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아이는 웃음이나 울음 같은 본능적 감정에 더 익숙하기 때문에, 급한 대로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힘껏 내질러 버린다. 웃을 만한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 소리를 지르며 운다. - P63
감정을 연구하는 폴 에크만(paul Ekman)은 인간의 감정체계는 긍정적인 감정은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최소화하는 행동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고통을피하고 싶은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지 않음‘에 대해서는모른척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상함, 상실감, 수치심과 같은 부담스러운 감정들도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 걸맞게 대우해주어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도망가거나 대항해서는 안 된다. 그래, 난 지금 슬픈 거야.‘라고 감정 자체를 인정하고 ‘내 얘기를 들어줘.‘ 하면서공감의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 P65
감정으로부터 도망가기 시작하면 외로워지고 억울해진다. - P65
나는 얼핏 보면 ‘화‘로 보이는 감정도 원래는 화가 아니었을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감정은 미묘하게 원래의 색을 바꾸기때문에 자신의 진짜 감정을 알아차리려면, 처음에 가졌던 기대가무엇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나는 그에게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게 만들려면, 먼저 자신의 ‘오리지널‘ 감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 P69
나는 그때...... ....(감정)을 느꼈다. 왜냐하면 내가...................라는 기대(생각)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느낀 첫 감정은...................이다. - P71
감정의 진짜 목적을 마주하지 못하면 당신의 말은 갈 곳을 잃는다. 상대방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떠도는 말이 되고, 당장은 시원하겠지만 결국 사람들을 멀어지게 만든다. 미안하니까 괜히 툴툴거리는 남편, 불안하기 때문에 소리지르는 엄마, 고마움을 빈정거림으로 표현하는 먼 친척, 부러워서 험담하는 친구처럼 말이다. - P74
진짜 감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안에 말하고 싶은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한다. 감정의 이면을 잘 살펴보면 전하고 싶은 속내, 간절히 바라는욕구, 이루고 싶은 목표들이 숨겨져 있다. 어떤 감정의 문을 여는가에 따라 그것과 닮은 말이 따라온다. 따라서 마음과 다른 말을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잡한 감정들 사이에서 ‘진짜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 P79
감경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욱하며 반응하거나좋아 혹은 싫어‘, ‘편안해 또는 불편해‘로 감정을 이분화한다. 대화 중에 감정을 지각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3초 동안 진짜 감정을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잠시 멈춤 질문‘이라고부른다. 감정이 출현한 그 순간 3초 동안 아래 질문을 되새기며스스로에게 답하는 것이다.
지금 이것은 어떤 감정일까?" 이 감정이 내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 P81
당신은 하루에 몇 가지의 감정을 알아차리는가? 의식하지 않고 그대로 쏟아내는 습관적인 감정은 무엇인가? 서운함과 당황스러움을 어떻게 구분하고 느끼는가? 짜증과 불안의 감정을 명확히 다르게 인식하는가? 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감정에 관심을 가지고 이름표를 달아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 P82
어떤 사람에게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른 사람에게는 감당할 만한 일‘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개인의 자존감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 P83
감정을 품어내는 힘은 분명 개인의 자존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 대화 중에 참지 못하고 무작정 감정을 쏟아내는 사람의 내면에는 낮은 자존감이 자리하고 있다. 체면 때문에 안 그런 척하지만 감정 앞에서는 허약한 자존감을 드러낸다. - P84
부정이든 긍정이든 감정을 품어내고 다루는 일은 내가 괜찮은사람이라는 자기 존중과 나는 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 효능감‘ 이 두 가지 심리적인 기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 P84
폭포수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평가할 때 ‘뒤끝이없고 쿨한 사람‘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유형은 자신의 감정을 책임질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면서 타인의 감정까지 경계 없이 휘저으려는 사람들이다. - P90
참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지만, 그것은 관계에 더 큰 갈등을불러일으킨다. 상대방은 사과할 기회나 설명할 기회도 얻지 못한채 죄인이 되어버린다. 감정은 담가두고 발효시키는 게 아니라느끼고 표현하는 것이다. 감정을 딱 그만큼, 어울리는 양과 색으로 표현하는 일에는 언제나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 P91
마지막 유형은 ‘수도꼭지형‘이다.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물의 온도를 선택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흐르지 않게 잠가두고, 또 필요할 때는 원하는 만큼 조절해서 사용한다. 상대방은 갑자기 쏟아지는 뜨거운 물에 데거나 난데없이 쏟아지는 찬물에 놀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와의 관계에 편안함을 느낀다. 이렇게감정 표현이 정확한 사람은 목적에 맞는 말을 꺼내어 사용할 줄안다. 놀란 마음에 엉뚱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해결해야 할 감정을 모르는 척 미루어두지 않는다. 말과 감정이 조화롭다. - P91
수치심을 다룬 『마음가면』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미친 듯이 바쁘게 살면 삶의 진실이 우리를 따라잡지 못할 거라고 믿는 사람." 어떤 것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감정을 마비시키면서 그렇게 하면 자신이 원치 않는 부정적인 감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고통스러운 경험과 감정을 없애려고 노력할수록 사랑과 기쁨, 소속, 창의성, 공감과 관련된 좋은 경험도 무뎌진다고 지적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감정 한 가지만 골라서 마비시킬 수는 없다. 어둠을 마비시키면 빛도 마비된다." - P96
우리는 각각의 공식의 차이를 받아들이지못하고 "걔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소연한다. 급기야 "나는 너를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로 상대를 몰아세운다. 그 기저에는 자신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할 수만있다면 네 생각을 뜯어 고치고 싶다는 바람이 들어 있다. - P109
한 사람의 공식 속에는 숨겨진 배경과 충분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 삶을 직접 살아보지 않고 공식의 가치를 논할 수는 없다. 따라서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좁힐 수 없는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 P113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공식이 무엇인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대방의 세계로 들어가지않고서는 어떠한 말로도 영향력을 끼칠 수 없음을 기억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즐겨 사용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야?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어? "네 결정에 영향을 준 기준은 뭐야?" 질문을 통해 내막을 듣게 되면, 동의할 수는 없을지라도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 P114
차이는 분명 갈등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그것을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공식의 차이가결국 ‘인간성과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경험과 공식‘의 차이라는것을 알면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 P115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공식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선입견을 조금씩 부수는 게 좋다. 그러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자. 불편함‘ 뒤에 있는 다양함‘을 즐겨보자. 삶의 반경을 넓혀주는다양한 책들을 가까이 해보자. 그것이 결국 ‘나도 너도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도와준다. 그것이 당신의 말그릇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 P115
상대를 ‘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나의 공식만 고집하면 된다. 반대로 성숙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사람마다 가진 공식의 차이를받아들여야 한다. 차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같이 풀어야 할과제‘로 바라볼 때, 당신의 말 그릇은 흔들리지 않는다. - P124
공식을 찾는다는 것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들을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내가 지키고 싶은 것, 해내고 싶은 것참을 수 없는 것, 모순을 가진 것, 넘어서야 하는 것들을 찾다면 내가 지닌 공식들을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된다. - P125
한때 삶에 도움을 주었던 공식이 이제는 장애물이 되어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사람들과의 갈등을 유발하고 말 그릇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의 공식을 어떻게 잘 데리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유연함과 대처능력이 달라진다. 그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공식이 만들어내는 조급함과 불안함, 예민함과 분노를 지혜롭게 처리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 P132
누구나 원하지 않는 공식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것, 그 공식이 인격의 차이에서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다른 사람의인생에 대해 함부로 충고할 수 없게 되고, 그야말로 마음을 열고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해진다. 그 순리를 알게 되면 비로소 말이 무거워지고 깊어진다. 그런깨달음이 쌓이면서 우리는 조금씩 성숙해진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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