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그리스도는, 그 사자가 그랬듯이 유대 족속에서 나오는것도 아니고 먼 이방 족속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잘 들어두어라.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성자 중에서 이단자가 나오고 선견자 중에서 신들린 무당이 나오듯이…. 아드소,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호르헤가, 능히 악마의 대리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저 나름의 진리를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허위로 여겨지는 것과 몸 바쳐 싸울 각오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호르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책을두려워한 것은, 이 책이 능히 모든 진리의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방법을 가르침으로써 우리를 망령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해줄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의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비웃게 하고, 진리로 하여금 웃게 하는것일 듯하구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좋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中 - P229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은 추리소설의 탈을 쓴러브레터다. 단지 사랑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책일 뿐이다. 소설에는 곳곳에 앞선 시대의 책과 역사에 대한 존경심이 숨어있다. 책에 집착하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에 더해서, 눈이 먼 호르헤수도사는 책을 읽다가 눈이 멀어버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서 따온 것이고, 그가 일하는 수도원의 도서관 역시 보르헤스의 소설 《바벨의 도서관》에 대한 오마쥬이며, 윌리엄 수도사는 중세의 유명론 대 실재론 논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윌리엄오권(오컴의 면도날을 이야기할 때 말하는 그 오검이 맞다)에서 영감을받은 것으로 보이고, 소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이다(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중세, 현대에 걸친 인물과 책을 한 시공간에 끌어들임으로써 에코는 인간이 책이라는 오래된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를 탐구한다.
- P230

 에코는 윌리엄수도사의 입을 빌려 독자에게 진리라는 이름에 매몰되지 말 것을, 책과 진리의 세계보다 현실 세계, 우리가 발 딛고 살고 있는세계의 주인이 될 것을 요청한다.  - P234

한탸를 결말로 몰아간 새로운 압축기는 한타의 지하실과 반대되는 가치를 상징한다. 효율성, 수익성, 개인성, 현대성. 이 번지르르한 말들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든 대가를 확실하게 가져갔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지겨울 만큼 이야기되었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인간성‘이라는 대가다. 우리는 한타와는 다른세상에 살고 있지만, 활자를 사랑하는 이라면 폐지를 좇아 지하로 내려간 그에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P240

책은 유일하게 우리가 두 번 이상 살 수 있는 세상이다. 활자는 시간에 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차마 헤아리지 못했던의미를 뒤에 가서 깨달을 수도 있고, 그 깨달음을 가지고 다시한 번 앞에서부터 살아볼 수도 있다. 세상의 의미를 앞장 뒷장 넘겨가며 재구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우울의 매우 큰 원인 중 하나를 꼽는다면 그것은 ‘회한일 것이다. 삶을 돌이킬 수 없다는 상실감, 저지른 일을 쓸어 담을 수없다는 패배감, 지금에 와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
그리고 모든 결과를 책임지고서라도 계속 살아나가지 않을 수는없다는 아득함, 이 모두가 한데 얽힌 회한은 시간에 귀속된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다 - P248

상은 또한 해당 분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앞으로 발전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전혀 없는 분야에서는 상을 줄 요인도 적다. 그래서 책에 큰 상이 주어진다는 것은책이라는 물질, 또 그 안에 담긴 글이 이 사회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글을 쓰는 활동이 지속적으로 격려할 만한 인류의 활동이라는 뜻이다.
- P264

책에 주어지는 국제적인 상에는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유명해진 맨부커 국제상 및 맨부커 상, 프랑스의 문학상인 공쿠르 상, 미국 내에서 저널리즘 분야와 문학 분야의 여러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는 퓰리쳐 상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문학상이 유명한 편인데, 이상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의 이름이 친숙할 것이다. 그 외에 SF작가들에게 주어지는 휴고 상과 네뷸러 상, 일본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 등도 있다. 대부분의 상은 해당 연도의 작품을 지정하여 그 작가에게 시상하지만, 노벨문학상은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주어진다.
- P264

문학상 수상자는 상의 권위를 나눠 받는다. 정확히 말하면 문학상과 수상자는 서로의 이름값을 담보로 잡고 있다. 사르트르가 노벨문학상을 거부한 이유는 잘 알려진 대로 스스로 기관화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투쟁이 끝났을 때만 상은 주어질 수 있다는 사르트르의 말은, 더 좋은 책‘을 쓴 작가들 중에서 특별히 매년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개별의 인간이 개별의 인간으로 실존합을 인정받는 사회를 그는 원했기 때문이다. 그가 이전에 무슨 책을 썼고 앞으로 무슨 책을 쓰는, 그는 개별자 사르트르로 존재하기를 원했다.
- P267

여러분, 죽음을 피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비열함을 피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죽음보다 비열함이더 발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지금나는 느리고 연로해서 둘중더느린죽음에 따라잡혔지만, 내 고소인들은 영리하고 민첩해서둘중 더 빠른 것, 즉 사악함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래서 지금나는 여러분에게 사형 선고를 받고 법정을 떠나지만,
내 고소인들은 진리에 의해 사악하고불의한 자들이라는 판결을 받고 떠날 것입니다.
소라테스의 변론 중 - P269

내가 생각하는 북튜브 채널의 가장 큰 역할은 독서 욕구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이다. 독서는 원래 진입장벽이 높은 취미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작하지 못하고, 시작하더라도 좌절하며 읽기를 그만두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책이란 그런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마침내 장벽을 넘어설 때까지 꾸준히 흥미를 북돋워주고 유지시켜 주는 것이 북튜버의 중요한 역할이다. - P285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한다. 책이라는 좋은 친구를다들 곁에 두고 살기를 바란다. 책을 읽음으로써 다양한 감정을느끼고, 추상적인 사고를 하고, 몰랐던 것을 배우고, 혼자 있는시간을 풍요롭게 보내길 바란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새로운 관점을 접하는 계기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읽으면 읽을수록읽을 책이 까마득히 많아지는 그 역설을 공감하길 바란다. 좋은책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짜릿함을 느껴보길 바란다. 어떤 계기로 읽게 되든, 책은 일단 친해지기만 한다면 평생 배신하지 않는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이 독자 여러분에게 독서 욕구를 선사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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