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옛부터 한시에 관심이 많았다. 한글자에 한 뜻을 담는 의미전달 방식에 매료되어 본시 한자를 좋아했고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한자를 쓰면 매우 멋있어 보였다.), 한자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한시로 이어졌다. 그래서 1학년때는 남이 장군의 征北이란 시 하나 외어가지고 다니면서 종종 한번씩 꺼내어 보고 '멋있음'에 경탄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피상적인 수준에 그칠 뿐 더 깊게 한시를 알아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 상태에서 몇가지 한시 책을 보았는데 제대로 시의 아름다움이 느껴질리는 만무했다.

그런 와중에 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어느날 서점 베스트 셀러 서가에서.. 느낌표 선정도서라는 표딱지와 함께 발견했다.

잠시 다른 얘기로 새는 것 같긴 하지만, . . . 나는 본래 베스트 셀러라는 것을 싫어한다. 이유는 글쎄... 남들이 많이 보는 것들은 대개 통속적이기도 하고 (소설의 경우), 그리고 특별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는 것에서 나를 떼어 놓음으로서 그들과 나를 다른 위치에 놓으려는 심리도 어느 정도 작용할 것이다. 혹자는 남들 읽는거 안읽으면 뒤쳐지는 것 같아서 읽는다고도 했었는데, 사실 고전양서가 아닌바에야 베스트 셀러라는 것은 읽어도 그만, 안읽어도 그만인 것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이 책에 대한 거부감이 일기도 했으나 몇 달뒤 결국에는 내가 잘 모르는 여러 한시 책들보다는 그래도 이것이 검증된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구입해서 보게 되었다.

독서실에 가져가서 책을 처음 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까지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솔직히 멋진 시를 보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감탄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반나절 내내 책을 읽고, 시를 다시 읽고, 감탄하고, 써보고를 반복하였다. 한시를 처음 시작할때부터 이 책을 읽었어야 했다. 한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정도는 배우고 들어가야 할 것 아닌가.. 무작정 읽고 외웠던, 그 이전에 내가 만난 한시들은 내게 제대로 이해 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이 책을 보고 난후에 다시 읽은 한시들은 내게 새로운 의미로 와닿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삿갓의 한시
김병연(김삿갓) 지음 / 투영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月 白 雪 白 天 地 白 , 山 深 夜 深 客 愁 心

단지 저 열네글자만 보고 김삿갓을 사 읽었다. 白과 深이 반으로 이뤄진 운에 月, 雪의 시각적 이미지 사이로 시간(夜), 공간(山), 그리고 나그네 마음을 한데 버무려 놓은 저 솜씨에 탄복하여 김삿갓을 살수 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시에는 경탄을 금치 못하였으나, 출판사와 편집자의 능력에는 실망을 금치 못하였다. 서거정이나 정약용의 양반님 같은 시에 비하면 김삿갓의 시는 풍류와 해학, 재치와 번뜩이는 관찰력이 넘쳐났다. 한시라고 읽은거래봐야 五車書의 백분지 일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김삿갓의 글과 비슷한 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허나 이처럼 훌륭한 텍스트를, 해설자의 뒤이은 한두마디 멘트가 망쳐놓고 있다. 의미전달이 이처럼 간단하면서도 아름다우면 해설이라고 억지로 붙여놓아보아야 사족에 불과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의 철학 -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강분석 옮김 / 사람과책 / 200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을 정신과 육체로 二分하여 정신(理性)의 힘을 극한으로 숭앙하고 육체(육신과 일차적, 본능적 욕구들)는 멸시하는 류의 사고방식은 합리주의의 시조 Decart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무려 1500여년 전에 쓰인 명상록에 벌써 그런 생각이 담겨있었다. '身神二分法的 情神優越主義'라고나 할까? 이런 사조가 바탕에 깔린 명상록을 감명깊게 읽었다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가늠할만 하다. (예전 내 기억으로는 이회창씨가 가장 감명깊게 읽었다는 책이 명상록이었다. 왠지 그럴듯 해 보이지 않는가?)

허나 정신이란 결국 육체 안에 담겨있는 것이며, 육체로부터 영향을 받고 (극한의 초인이 아닌 이상), 또 육체에 영향을 주게 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둘을 그렇게 쉽게 완전 분리하여 어느 하나는 옳고 다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신과 육체를 그리 쉽게 분리 할 수 없는 통일적인 하나로서 이해해야지만 인간 본성에 좀 더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명상록을 보면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그 언급이 대부분 諸行無常의 원리를 활용하여 정신력의 힘으로 죽음과 존재의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이상 가질 것이 없는 로마제국의 1인자(Princeps)도 결국은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아무리 잘난 哲人황제 아우렐리우스 였어도 죽음은 두려웠나보다.

명상록의 내용중 상당 부분이 불가나 도가의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로마가 세계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광대한 영토를 자랑했다하여도 그들이 동방이라 부르는 부분은 겨우 소아시아나 중동까지에 불과했다. 오늘날 의미의 '동방'(중국)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고 봐야 옳다. (사실 교류가 있긴 했다. 중국 당나라때 문서 중에 Marcus Aurelius Antoninus가 보낸 사신을 서방에서 安敦(안돈)황제가 보낸 사절이 왔다고 기록한 부분이 있다고한다.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서양사람(아우렐리우스)이나 동양사람(불타,老莊)이나, 고대사람(아우렐리우스)이나 근대사람(데카르트)이나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걸보면 역시 인간의 이성으로 도달할수 있는 보편진리의 수준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