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한시
김병연(김삿갓) 지음 / 투영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月 白 雪 白 天 地 白 , 山 深 夜 深 客 愁 心

단지 저 열네글자만 보고 김삿갓을 사 읽었다. 白과 深이 반으로 이뤄진 운에 月, 雪의 시각적 이미지 사이로 시간(夜), 공간(山), 그리고 나그네 마음을 한데 버무려 놓은 저 솜씨에 탄복하여 김삿갓을 살수 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시에는 경탄을 금치 못하였으나, 출판사와 편집자의 능력에는 실망을 금치 못하였다. 서거정이나 정약용의 양반님 같은 시에 비하면 김삿갓의 시는 풍류와 해학, 재치와 번뜩이는 관찰력이 넘쳐났다. 한시라고 읽은거래봐야 五車書의 백분지 일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김삿갓의 글과 비슷한 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허나 이처럼 훌륭한 텍스트를, 해설자의 뒤이은 한두마디 멘트가 망쳐놓고 있다. 의미전달이 이처럼 간단하면서도 아름다우면 해설이라고 억지로 붙여놓아보아야 사족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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