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씹어가며 천천히 읽었다. 그래야 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 섣불리 정리해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치디에 가고 싶어졌다. 마치 내 수년 전의 기억에, 아치디에서의 기억들이 새겨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고 느끼는 감정을 거칠게 두 부류로 나눈다면, 어떤 책들은 -그게 좋은 감정이든, 아니든- ‘음, 예상대로~’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고, 어떤 책들은 ‘아니, 이렇게 흘러가는 책이었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이 책은 완벽히 후자였고, 그렇기에 참 읽길 잘했다 하는 뿌듯함도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