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쓸쓸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더 큰 것을 잃어버리고 놓친 사람들. 상실, 죽음.너무 오랜만에 나온 소설집이라 그 전의 김애란 소설가의 책들은 한 장면의 이미지, 한 문장이나 단어의 이미지로만 남아있다. 독자로서 이 책은 정말이지 어떤 단절 이후에 새롭게 만나는 작가의 작품들이다. 이 책은 내가 갖고 있던, 내 마음 속에 구성하고 있던 김애란이라는 작가의 동그라미의 경계를 이리 저리 찢고 넓히고 있는 것 같다.좀 더 지독하게 삶에 가까운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형식부터 ‘내가 아닌 것‘을 향해 탈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난 작가의 책을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지난 책들과 연관짓는다는 게 애초에 의미 없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김애란을 읽었고, 사랑했던 독자였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작가의 이 작품들이 너무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역시 ˝김애란의 소설˝은 좋다고 말하고 있다.‘여전히 좋다‘는 말을 주저하며 길게 하고 있는 이유는 사실 그런 것이다. ‘정말로 좋다‘는 것 외에는, 지난 작품들과는 같은 걸로 퉁치고 넘어갈 만한 것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움이 느껴진다. 더 크고 넓게 참, 좋다. ‘여전하다‘는 말이 이 소설들에 대해서는 칭찬이 아닐 수 있으리라.또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